최종편집:2018-12-18 오전 11:45:46

회원가입기사쓰기전체기사보기

교육일반문화.스포츠김담 산문 연재 <숲에서 숲으로>김하인 연재소설류경렬의 경전이야기남동환의 사진으로 보는 고성의 역사가라홀시단학교탐방어린이집 탐방고성을 빛낸 호국인물황연옥의 행복한 동화읽기
최종편집:2018-12-18 오전 11:45:46
검색뉴스만

전체기사

교육일반

문화.스포츠

김담 산문 연재 <숲에서 숲으로>

김하인 연재소설

류경렬의 경전이야기

남동환의 사진으로 보는 고성의 역사

가라홀시단

학교탐방

어린이집 탐방

고성을 빛낸 호국인물

황연옥의 행복한 동화읽기

커뮤니티

공지사항

뉴스 > 교육/문화 > 김담 산문 연재 <숲에서 숲으로>

+크기 | -작게 | 이메일 | 프린트

숲에서 숲으로 ⑧

향토소설가 김담 연재 산문(散文)

2018년 09월 27일(목) 11:47 [강원고성신문]

 

ⓒ 강원고성신문

새끼를 거느린 원앙 한 쌍이 냇물 속 어펑바위 주변에서 맴돌다 눈 깜짝할 새에 수풀 사이로 사라졌다. 매일 같은 장소에서 새들을 지켜보지만 새와 나 사이에는 건널 수 없는 강이 있었다. 그랬으므로 멀리서부터 미리 발소리를 죽이고, 숨도 가만히 내쉬지만 낌새는 새들이 먼저 알아챘다. 그리하여 엿보는 일은 판판이 실패했다. 어느 해 앞산 골짜기 작은 방죽에서 원앙 떼를 만난 뒤로 마을 한가운데서 만나는 일은 좀처럼 없었으므로 눈을 사무리고 냇물 속 바위를 내다보곤 했다. 그곳 물속에 하나뿐인 어펑바위에는 백로와 왜가리 그리고 물총새와 흰뺨검둥오리들이 제 터전처럼 오고가고 있었다.
이미 저 세상 사람이 된 법정 스님은 ‘새들이 떠난 숲은 적막하다’고 했다. 여기에서 적막(寂寞)은 말할 것도 없이 사람이 살 수 없는 세상을 이르는 것일 테지만, 지금은 오히려 적막이 필요한 세상이 되었고, 이 적막을 찾아 더 깊은 산과 숲을 향해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그러나 요 몇 해 사이, 마을 숲정이 곳곳에 솔수펑이를 밀어내고, 등성이를 깎은 뒤 태양광발전소를 짓느라고 여념이 없었던 까닭에 북쪽과 서쪽에서 흘러온 내와 내가 만나는 두물머리에 그것도 이차선 도로 한편에 원앙이 나타난 것은 놀라운 일이었다. 아니 어쩌면 그래서라도 새들은 골짜기를 피해 마을 한복판으로 들어왔는지도 모를 일이었다.
원앙(鴛鴦)은 전통 혼례에서 신부 측에서는 원앙금침을, 신랑 측에서는 목기러기를 혼수로 사용했을 정도로 부부 금슬, 사랑의 상징으로 추앙받았다. 한번 만나 사랑하면 평생토록 헤어지지 않고 해로한다고 알려진 원앙의 수컷인 ‘원’은 번식기에 번식깃이 뚜렷하고 화려해서 암컷과는 다른 종으로 인식되기도 하였고, 번식기가 끝나면 암컷인 ‘앙’과 거의 비슷한 빛깔로 바뀐다고 하였다. 새들 대부분이 번식기에는 짝을 지어 다녔고, 마을 가까운 숲정이와 냇가에서 지내는 오리과인 원앙은 특히 눈에 잘 띄었으므로 인간의 오해를 살 법도 했다.
어떤 상징의 이면을 톺아보면 그것은 인간을 계몽하려고 한다든지, 인간을 위로하려고 한다든지 하는 측면이 없지 않았다. 원앙도 그러한 면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이를테면 암컷과 수컷이 한번 만나면 평생 해로한다는 말이 그러했으나 원앙은 알을 품고 새끼를 기르는 일은 암컷의 몫이었고, 수컷은 새끼 기르기에는 관심이 없으며 번식 초기에 이미 다른 암컷을 찾아서 새끼와 암컷 곁을 떠난다고 했다. 그러니까 원앙 수컷은 짝을 바꾸었으되, 인간의 눈에는 새의 속내 따위는 그만두고 그저 한 쌍의 원앙이 있었을 뿐이었다.
그럼에도 원앙을 부부 금슬의 상징으로 여긴 것은 과학적 인식과 관찰 부재, 그리고 무지에서 오는 것일지도 몰랐다. 그렇더라도 기억해야 할 일이었다. 이제는 전통 혼례가 거의 사라지고 없다고 해도, 그리고 어떤 오류가 있었다고 해도 없었던 일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조선시대 양반들이 쓴 동.식물에 관한 글이 오류투성이라고 해서 폐기하지 않는 것과 같았다. 그것은 시대의 한계이면서 조건이 그러했기 때문이었다. 우리가 여전히 연어나 은어와 같은 회귀성 어류가 왜 모천회귀를 하는지 알지 못하는 것과 닮았다.
냇물 위 물길을 거스르며 암수가 나란히 헤엄치는 사이 새끼들은 수풀 근처에 몰려 있으면서도 냇물 한가운데로 나오지 않았다. 그런데 참으로 이상한 것은 백로 떼와 흰뺨검둥오리 떼가 함께 어울리는 있는 경우가 가끔 있었는데, 기척을 낼 때마다 백로 떼는 노상 한 발짝 먼저 눈치채고 날아오른다는 것이었다. 흰뺨검둥오리 떼는 백로 떼가 날아오르든 말든 냇물을 떠나지 않고 제 일을 했다. 감각의 문제일까, 불현듯 그러한 생각을 했다. 똑같은 경우는 자주 있었고, 그때마다 백로 떼는 어김없이 눈앞에서 날아올라 동쪽으로 날아갔다.
그러나 흰뺨검둥오리 떼만 있을 때는 이와 달랐다. 내 발소리가 점점 그들 곁으로 가까워지면 우두머리인 듯한 녀석이 먼저 움직이며 소리를 냈고, 그런 다음 거의 동시에 물을 박차고 날아올랐다. 백로 떼와 함께 있을 때와 같이 내 걸음걸이나 속도가 크게 바뀐 것도 아니었는데 그러했고, 또 이 새떼들은 자동차 소리는 아랑곳없었다. 새들을 해치려는 마음도 없었고, 트집을 잡으려는 것도 아니었으니 그곳에 당도하기도 전에 같은 일이 거듭될수록 오히려 서운하고 아쉬워 발을 굴렀다. 그러고 보니 그저 지켜보자고 했던 애초 마음 따위는 이미 까맣게 잊고 있었다.
새끼들은 보이지 않고 원앙 한 쌍만이 느긋하게 어평바위 주변을 맴돌고 있는 가운데 언제부턴가 물총새 한 쌍이 먹이 사냥을 하기 시작했다. 물총새는 깃털 빛깔이 화려하고 머리도 크고 부리도 사납도록 길어서 사냥을 아주 잘하는 새로 알려져 있었다. 날아다니기는 또 비호같았다. 마을 위쪽 냇가에서도 만나고 마을 아래쪽 냇가에서 만났는데 같은 새인지는 알 수 없었으나 물총새는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즐거웠다. 아기 주먹만 한 크기의 물총새는 사냥술이 뛰어난 듯 보여도 백발백중은 어림없었고, 그저 열에 한두 번 사냥에 성공했으며 물고기를 입에 물고 바닥에 패대기쳐 기절시키는 것으로도 유명했다. 그곳에 이따금 불새라고도 불리는 호반새가 날아들기도 했다.
새들이 떠난 자리에 멍하니 서 있다가 오던 길을 도서서 북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물둑, 포장된 둑길을 칡넝쿨이 슬금슬금 점령하기 시작하면서 둑길은 점점 비좁아졌고, 그리하여 뱀의 혀 같은 줄기가 발길에 채였다. 꼬지꼬지하게 우겨진 넝쿨들은 마치 열병식을 거행하는 군대처럼 좌우에서 길 한가운데 볕을 향해 넝쿨손을 뻗었다. 그럴 때마다 살아있는 짐승을 만나는 듯 섬뜩섬뜩했다. 이렇게 칡넝쿨과 같은 덩굴식물들을 만날 때면 식물은 움직이지 않는다는 편견에 쐐기를 박는 기분이었다. 바람이 불지 않아도 높고 넓은 곳을 향해 너울너울 덩굴손을 뻗어나가는 모습은 차라리 경이로울 지경이었다.
덩굴손을 피해 발을 제겨디디면서 걷고 있는데, 작벼리 갈대숲에서 후다닥 무언가 뛰어가는 소리가 들렸다. 길섶 수풀에서 만나는 꿩도 그렇고, 논두렁에서 갑자기 튀어나오는 개구리도 그에 못지않았지만, 이렇게 외딴 냇둑에서 느닷없이 만나는 짐승들 뜀박질소리도 가슴을 쓸어내리게 했다. 소리의 주인공은 바로 논들에서도 흔히 만나는 고라니였다. 갈대가 냇가를 가득 메운 뒤로는 더더욱 고라니들과 자주 마주쳤고, 그럴 때마다 고라니들은 줄행랑을 놓았다. 겅중겅중 수풀 속을 뛰어 달아나던 고라니는 또 갑작스레 우뚝 멈춰 서서는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아무런 생각이 없었던 나로서는 그럴 때면 어처구니가 없고는 했다. 그저 우연히 그곳에서 마주쳤을 뿐인데 그렇게 꽁지가 빠져라 달아나더니 이번에는 또 우두커니 서서 까맣고 먈간 눈으로 바라보고 있으니 조금은 억울한 기분이 들기도 했다. 씩둑꺽둑 아무 말이나 들려주고 싶은 심정이었으나 고라니는 벌써 달음박질을 다시 시작하여 이웃마을 냇둑 너머로 사라진 뒤였다. 때를 맞춰 숲정수리 소나무 우듬지에서는 부엉이가 울었으며 반딧불이도 수풀 사이에서 까막까막했다. 날아다니는 것을 따라갈 수 없으니 가만히 구경하며 냇물이 전보다 맑아진 게라고 생각했다. 반딧불이가 날아다니는 것은 먹잇감인 다슬기가 있다는 것이고, 새들이 모여드는 일 역시 먹잇감이 있으니 가능했을 것이었다.
원앙과 새끼들이 떠난 자리에 이번에는 흰뺨검둥오리와 새끼들이 나타났다. 어펑바위는 냇물 한가운데 모래를 파낸 자리에 있었으므로 새들에겐 아주 좋은 쉼터였던 모양이었다. 원앙이든 흰뺨검둥오리든 새끼들은 저희들끼리 무리를 지어 우르르우르르 몰려다녔고, 색깔만으로는 그 둘을 구별할 수 없었다. 여전히 나는 새들 가까이 다가가지 못하고 멀찍이 서서 새무리를 구경했다. 그만 만도 어디인가. <계속>

강원고성신문 기자  
“행복한 고성 만들기”
- Copyrights ⓒ강원고성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강원고성신문 기사목록  |  기사제공 : 강원고성신문

 

이전 페이지로

실시간 많이본 뉴스

 

한해를 보내는 가장 힘이 되는 가족

숲에서 숲으로 ⑬

한국전쟁·고성산불에도 온전하게 ..

‘송지호·왕곡마을·선유담’ 책자..

남북사진전 ‘통일의 꽃이 피었습니..

런 갯마당·극단 파람불 ‘울산에서..

“해양레저와 관광자원 결합이 발전..

고성DMZ ‘2018 한국관광의 별’로 ..

경동대 내·외국인 학생 함께 집단..

“공모사업 공격적 대응·물품구매 ..

최신뉴스

명태축제 개최시기 조정 제안  

제2특화농공단지 조성 경제 활성화  

3년 연속 해수부 우수 해수욕장 선..  

농작물 우량종자 신청·공급  

여성농업인 고성군연합회 향토장학..  

제3회 다(多)사랑 행복나눔 바자회..  

고성소방서, 주방화재용 K급소화기..  

속초해경 중국어선 응급환자 이송  

지역아동센터 동절기 소방특별조사  

유해야생동물 포획 올무 대신 포획..  

동절기 음주운항 특별단속 실시  

2018년 주민자치 연찬회·동아리 ..  

새해 공무원임용시험 대비반 수강..  

간성읍 저소득 장애인가구 집수리 ..  

화진포, 정말로 개발할 방법이 없..  



인사말 - 연혁 - 찾아오시는 길 - 광고문의 - 제휴문의 - PDF 지면보기 - 개인정보취급방침 - 청소년보호정책 - 구독신청

제호: 강원고성신문 / 사업자등록번호: 227-81-17288 / 주소: 강원도 고성군 간성읍 간성로 29 3층 / 발행인.편집인: 주식회사 고성신문 최광호 / 청소년보호책임자 : 최광호
mail: goseongnews@hanmail.net / Tel: 033-681-1666 / Fax : 033-681-1668 /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 강원 아00187 / 등록일 : 2015년 2월 3일 / 개인정보관리책임자 : 최광호
본지는 신문 윤리강령 및 그 실천요강을 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