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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슈푸슈’ 진리의 깨달음

금강칼럼 / 권성준 칼럼위원(전 고성중·고등학교 교장)

2018년 10월 24일(수) 09:29 [강원고성신문]

 

ⓒ 강원고성신문

사막을 여행하는 사람들이 제일 두려워하는 것이 ‘푸슈푸슈’라는 지대다. 아주 곱고 부드러운 모래로 되어 있는 지대인데, 가끔은 사막을 달리던 차가 푸슈푸슈를 만나게 된다. 모래에 빠진 차는 달릴 수 없게 되며, 가속을 해봐도 바퀴는 모래에 빠질 뿐, 사태는 좋아지지 않는다. 사람들은 뒤에서 밀고 어떻게든 차를 앞으로 내 보내려고 하지만…. 해결책은 의외다. 타이어에서 바람을 70% 가량 빼내면 차가 푸슈푸슈를 천천히 달리게 된다. 물렁해진 타이어는 모래를 파내지 않고 그 위로 가기 때문이다. 사막을 여행해 본 사람들은 인생의 험난한 시기를 푸슈푸슈에 비하곤 한다.
상황에 따라서는 우리가 믿고 있는 생각을 뒤집어볼 필요가 있기도 하다. 나이가 듦에 따라 자신의 생각을 뒤집는다는 것은 쉽지 않는 일이지만, 사막에서는 겸허해질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독선과 아집으로 고집을 부리면 해결책에서 점점 멀어질 뿐이다. 오히려 타이어의 공기를 빼듯 힘을 빼고 겸손해지면 서서히 문제가 해결되는 게 인생이다.

권위주의, 독선과 아집, 그리고 겸손과 배려

1983년에 발표한 소설가 윤홍길의 소설 ‘완장’은 권력이 사람을 얼마나 극적으로 바꿔 놓을 수 있는지 여실히 보여 준다. 땅 투기로 졸부가 된 최 사장이 저수지 사용권을 얻는다. 그리고 저수지 감시하는 일을 밑바닥 인생을 살던 임종술에게 맡긴다. 완장을 두른 종술은 하루아침에 변하여 마을의 독재자가 된다. 초등학교 친구와 마을 사람들에게 행패를 부리다가 자신에게 완장을 채워준 최 사장 일행에게까지 행패를 부린다. 더나가 수리조합 직원은 물론 경찰에까지 행패를 부리다가 모든 것을 잃고 만다.
권력은 인간을 중독시키는 강력한 약물이다. 왜 그럴까? 중독 때문이다. 정확히 말하면 권력 중독 때문이다. 아일랜드 뇌 과학자 이안 로버트슨 교수는 권력은 인간을 중독시키는 강력한 약물이라고 말한다. 권력은 도파민 분비를 촉진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담배를 잘 못 끊는 이유도 이 도파민 때문이다. 니코틴이 도파민을 활성화시켜서 쾌감을 느끼게 해주기 때문이다. 마약도 도파민의 분비를 촉진하거나 활성화시켜서 환각이나 쾌락을 얻게 한다. 그러므로 권력 중독자의 뇌를 스캔해 보면 마약 중독자의 뇌와 비슷하다. 권력에 중독되면 이 도파민이 과도하게 분비되는 것이다.
아주 평범하던 사람도 권력을 가지고 주변 사람들을 자기 생각대로 움직이고 복종시키는 자리에 오르면 변한다고 한다. 그들이 권력을 누리면 누릴수록 도파민이 과도하게 활성화된다. 그 결과 판단력이 흐려지고 모든 상황을 자신이 통제할 수 있다는 교만에 빠지고 무모한 행동을 서슴지 않게 된다. 공감 능력이 떨어지고 교만하여 비상식적인 일도 아무렇지 않게 한다. 그러면 충동적 행동을 일삼고 남에 대해 배려할 능력이 상실된다. 이처럼 권력 중독자들은 독선적이며 남의 말에 귀 기울이지 않는 독재자의 스타일을 보인다. 그러기에 다른 이를 무시하고 겸손을 모른다.
권위주의와 아집(我執)은 깊이 들어가면 꽤 복잡한 개념이지만, 우리의 일상적 삶에서 쓰는 수준의 용법은 국어사전의 정의로 족할 것이다. 국어사전에 따르면, 권위주의는 사회 현상을 권위에 의하여 해결하려는 주의이고, 아집은 소아(小我)에 집착하여 자기만을 내세우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는 평소 “그 사람은 너무 권위주의적이야”라거나 “그 사람은 아집이 너무 강해”라는 말을 쓰곤 하지만, 둘의 차이에 대해선 둔감한 편이다. 이는 특히 리더십과 관련하여 매우 중요한 문제인데도 소홀히 다뤄지고 있다.

그런데 리더십에 치명적인 건 권위주의라기보다는 아집이다.

권위주의 성향이 강하더라도 아집이 약한 리더는 자신의 권위만 존중되는 한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받아들이는 데에 열려 있다. 따라서 인재를 폭넓게 활용할 수 있고 효과적인 용인술을 발휘할 수 있다.
반면 권위주의 성향이 약하거나 없더라도 아집이 강한 리더는 아랫사람들에게 더할 나위 없이 겸손할망정 그들에게 자신의 아집에 따라 줄을 설 걸 요구한다. 아집만큼은 불가침의 성역이 된다. 이런 리더의 탈권위주의 행태는 아집의 위험성을 은폐할 뿐만 아니라 아집을 외롭고 고독한 결단으로 미화하는 효과를 낳는다.
권력 없이 한 개인으로만 존재하는 사람의 아집은 그 내용에 따라 얼마든지 아름다울 수 있다. 그러나 권력자의 아집은 그렇지 않다. 아집은 같은 대의를 공유하더라도 방법론상의 차이를 갖고 있는 사람을 증오의 대상으로 삼는 독약이 될 수 있다. 6.13지방선거가 끝난 지 벌써 세 달이 지나갔다. 당선자들은 7월 1일부터 4년의 업무가 시작했다. 이제는 더 큰 변화와 혁신이 필요하다. 우리 지역의 발전을 위한 큰 변화와 혁신을 위해서는 모든 권력을 가진 자들은 푸슈푸슈의 진리를 되씹어 보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권위주의로 나타나는 독선과 아집을 겸손과 배려로 뒤집어야 한다. 그래야 변화와 혁신에 길이 보인다. 그리하면 향후 우리 마을의 발전적 미래가 보이고 진정한 지방자치의 의미를 담은 우리 지역이 될 것이다.
그래서, ‘푸슈푸슈’ 진리의 깨달음을 위한 보편적인 몇 가지 제언으로 마무리 한다. 먼저 소통하고 협력하는 고성군을 만들어야 한다. 과거에는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로 했지만, 지금은 토론하고 협력하는 소통과 공감의 리더십을 필요로 한다. 토론하고 협력하는 통합형 리더십, 권위주의형 리더십이 아닌 소통과 공감의 수평적 리더십이 필요하다.
또한 주민의 의지가 담긴 고성군의 정책비전을 제시하고 실행해야 한다. 과감한 혁신을 통해 ‘군민에게 자부심을 주는 도시’를 만들어야 한다. 몸과 마음이 아래로 향해야 한다. 주민의 이기주의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NO라고 말할 줄 아는 리더십을 보야야 한다.
우리 문화권과 사회는 독선과 아집, 다시 말해 거만한 자아를 건설적으로 해체하는 방법을 모르기 때문에 우리는 스스로 겸허해 지도록 노력해야 한다. 가끔 나에게 너무 대우를 해주지 않거나 까탈스럽게 무례한 행동으로 갑자기 화가 나거나 참을성이 없어지고 유치해지거나, 또는 역겨워지고 오만해지는 순간이 오면 내 자아에서 공기를 빼고 실질적이고 건전한 방향으로 전환할 기회로 보아야 한다.
그것은 자존심을 무너뜨린다거나 완전한 패배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단순히 받아들이는 것이다. 겸허해진다는 것은 그저 자신이 완벽하지 못하다는 것, 그리고 영원한 존재가 아니라는 진실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약점까지 포함하여,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받아들이는 것이 바로 겸허함이며 이를 통해 더 높이 일어설 수 있는 것이다.
우리가 사막에서 겪는 변화는 종종 우리 자체가 바뀌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바라보는 우리의 관점이 바뀌는 것이다.

강원고성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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