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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고하는 시처럼

금강칼럼 / 김향숙 칼럼위원(시인)

2019년 07월 23일(화) 08:26 [강원고성신문]

 

ⓒ 강원고성신문

고치고 수정한다는 것은 더 좋은 결과물로 바꾸어 놓겠다는 의지이다. 우리는 하루하루와 앞으로의 삶의 궤도를 수없이 생각하며 계획하며 수정하며 살아간다. 어린나무일수록 보호목으로 자리를 잘 잡고 심어주면 센바람과 외부 충돌로부터 어느 정도 안전하게 자라 갈 확률이 높다. 그러나 이미 다 자란 비뚜른 나무를 바르게 세우는 일은 힘들고 오히려 생명의 손상까지 입힐 위험한 일이 될 수도 있다. 시 한 편을 쓰는 일에도 피 마르는 퇴고의 과정이 있다.
물론 평소에 씨앗처럼 소중하게 키워오던 주제나 제목이 순간의 휙 떠오르는 어떤 시상에 의해 일필휘지一筆揮之로 내려 긋듯이 단숨에 완성되는 시가 전혀 없지는 않다. 그러나 보통 초고를 완성하고 나면 며칠씩 묵혀두고 쳐다보지도 못하는 일은 허다하다. 사나흘 만에 찾아 다시 읽으면 분명히 처음에 보지 못했던 흠이 눈에 뜨이기 마련이다.

피 마르는 시쓰기의 퇴고

수많은 단어와 문장을 까마득한 시상의 세계로 달려가서 고르고 찾아와 개입시키고 버리고, 줄과 연을 바꾸어가며 몇 날 몇 달, 또는 수많은 해를 넘기면서도 완성 시키지 못한 채 벽에 붙어있거나 노트 속에 접혀있는 시들이 시인들에게는 수없이 많은 것이다.
누가 이런 생각으로 이런 문장을 미리 발표한 적은 없었을까, 고증에 고증을 거듭하는 것은 물론, 단 한 사람에게라도 상처가 되지는 않을까. 그중에서도 가장 흔한 고민 중의 하나는 이렇게 어렵게 쓰인 시가 독자에게 오염시키는 쓰레기로 취급되는 건 고사하고 치욕스러운 평가로 돌아오게 될 수 있음도 세상에 내어 놓을 때에 이미 각오해야 한다는 것이다. 고치고 다시 읽기를 수십, 수백 번을 거친 뒤에도 덮어두고 푹 익혀서 오랜 숙성의 단계를 거듭한 뒤에야 시 한 편이 조심스럽게 발표되는 것이다.
퇴고推敲의 유래를 찾아본다. 당나라 시인 가도(賈島,779~843)가 말을 타고 길을 가다가 문득 좋은 시상(詩想)이 떠올라서 즉시 정리해 보았다.
‘閑居少隣竝(한거소린병) 이웃이 드물어 한적한 집 / 草徑入荒園(초경입황원) 풀이 자란 좁은 길은 거친 뜰로 이어져 있다. / 鳥宿池邊樹(조숙지변수) 새는 못 속의 나무에 깃들고 / 僧敲月下門(승고월하문) 스님이 달 아래 문을 두드린다.’
그런데 초를 잡고 나니 결구(結句)를 민다(퇴推)로 해야 할지, 두드리다(고敲)로 해야 할지를 이리저리 궁리하며 가다가 자신을 향해 오는 고관의 행차와 부딪혔다. 그 고관은 당송팔대가(唐宋八大家)이며 부현지사(副縣知事)인 한유(韓愈, 768~824)였다. 가도는 먼저 길을 피하지 못한 까닭을 말하고 사과했다.
역시 대문장가인 한유는 뜻밖에 만난 시인의 말을 듣고 꾸짖기를 잊어버리고 잠시 생각하더니 이윽고 말했다. “내 생각엔 ‘민다(퇴推)’보다 ‘두드리다(고敲)’가 좋을 듯하네.” 이후 이들은 둘도 없는 시우(詩友)가 되었다고 한다.
이 고사 때문에 퇴(推)와 고(敲) 두 자 모두 문장을 다듬는다는 뜻이 전혀 없음에도 다듬는다는 뜻이 되었다. <참고-나무 위키 분류 : 문학 고사성어>
낯선 길, 외딴집의 문을 밀고 들어서는 것보다 그래도 두드리며 안에서의 기척을 기다리는 일이 예의롭고 기품 있는 시의 끝맺음에 어울리지 않은가.
시를 쓰는 일에 있어 퇴고는 필수이다. 초고만으로 승부를 보는 일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소동파의 <적벽부赤壁賦> 초고는 세 광주리나 되었다고 하며, 구양수는 초고를 벽에 걸어두고 방을 드나들며 그것을 고쳤다는 등, 퇴고에 관한 일화는 수없이 많다.

삶에도 퇴고의 지혜 필요

사람이 살아가는 데에도 퇴고와도 같은 지혜가 필요함은 물론이다. 그러나 그런 기회가 늘 있는 것은 아니다. 퇴고란 쓰고 난 다음의 글을 다듬는 것을 말하지만 사람들과의 관계에서는 말이나 행동이 현재 진행 중일 때가 많으므로 번복하거나 고칠 수 있는 기회를 놓치는 일이 빈번하다는 것이 안타까운 일이다.
다행히도 시를 쓰는 일은 퇴고할 수 있는 기회와 방법이 있으니 그 수준의 완성도를 떠나 얼마나 여유로운 일인가. 그래서 어려서부터 ‘멈추고, 생각하고. 말하는’ 훈련은 평생의 공부이자 숙제이기도 하다.
물론 우리네 삶에서 앞으로의 일정표와 정해 놓은 목표에 대한 충실한 퇴고를 거듭했다고 하여 확실히 더 나은 성장에 다다를 수 있다는 확실한 단언을 할 수는 없다.
그것을 나는 어릴 적 윤동주 시인의 「장」이라는 제목의 시에서 일찍이 눈치를 챘다.

‘이른 아침 아낙네들은 시들은 생활을 / 바구니 하나 가득 담아 이고…… / 업고 지고……안고 들고…… / 모여드오 자꾸 장에 모여드오. // 가난한 생활을 골골이 벌여놓고 / 밀려가고…… 밀려오고…… / 저마다 생활을 외치오……싸우오. // 왼 하루 올망졸망한 생활을 / 되질하고 저울질하고 자질하다가 / 날이 저물어 아낙네들이 / 쓴 생활과 바꾸어 또 이고 돌아가오.’
- 윤동주 「장」 전문.

나의 삶의 방식과 형태를 고치고 바꾸어 본다 한들, 내가 키운 눈물과 땀의 결정들을 이고 지고 와서 시장바닥에 벌여놓고 왼 종일 팔아 줄 사람을 기다려 팔았다 한들, 다시 그 받은 값으로 또 다른 사람들이 생산한 ‘쓴 생활’과 바꾸어 사서 이고지고 내 자리로 돌아가는 행위라는 게 인생의 한 생애라면, 어린 내 마음에도 삶이라는 것은 무척이나 쓸쓸하고 허무한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했다. 어쩌면 나는 그런 고단하고 외로운 여정을 위로받거나 위로하기 위하여 시를 쓰게 된 것인지도 모른다.
지나간 나를 읽는다. 붉은 줄로 그어진 수많은 실수와 부끄러운 문장들. 이미 다 드러나 버려서 되돌리기 늦은 퇴고의 기회를 후회하면서도 ‘그럼, 지금의 나는 항상 옳은가, 앞으로의 나는?’의 질문에는 여전히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실수나 죄라는 것은 화가 나거나 아프기 전에 먼저 슬픔의 감정이 느껴지는 것이다. 깨어지기 쉬운 질그릇 같은 나에게 하나님이 절실하게 필요하신 이유이다.

강원고성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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