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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분다, 살아야겠다

2020년 12월 23일(수) 09:18 [강원고성신문]

 

희망찬 꿈을 안고 출발하였던 2020년도 이제 10여일 밖에 남지 않았다. 매년 이맘때면 느끼는 거지만 세월은 참 빠르게 흘러간다. 돌이켜보면 올 한해는 그 어느 해보다 다사다난했던 것 같다. 본지가 선정한 ‘2020년 10대 뉴스’를 봐도 그걸 알 수 있다. 연초에 이경일 전군수가 군수직을 상실하면서 4월 들어 제21대 국회의원선거와 함께 군수재선거가 실시되었고, 5월에는 신속하게 진화는 하였지만 3년 연속 산불이 발생하면서 우리지역의 이미지가 크게 실추되기도 하였다. 여기다 8월 집중호우에 이어 9월에는 2개의 태풍이 피해를 줘 농업인들이 시름에 잠기기도 하였다.
올 한해는 무엇보다 코로나19로 인해 축제와 행사가 전면 취소되면서 주민들의 실망과 함께 지역경제가 더욱 침체되는 시련을 겪었던 해로 기억될 것 같다. 특히 지역의 영세 자영업자들은 코로나19로 인해 그 어느 해보다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으며, 새해 들어서도 좋아지리란 보장이 없어 암울하기만 한 실정이다. 그렇다고 희망을 버릴 수 없는 게 우리의 삶이다. 다행이 강릉~고성(제진)간 동해북부선 철도사업이 가시화되고 있으며, 대한민국 문화경영 대상을 수상하는 등 평화를 주제로 한 문화·관광이 우리지역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급부상하기도 하였다.
문득 프랑스 시인 폴 발레리의 ‘해변의 묘지’가 떠오른다. 해변가에 있는 묘지를 바라보며 문학과 예술 그리고 삶과 죽음을 생각하는 이 시는 상당히 길고 온갖 상징들을 뒤섞어서 정확하게 의미를 파악하기 어렵지만, 마지막 연에서 ‘바람이 분다, 그래도 살아야겠다(혹은 살아봐야겠다, 살도록 노력하여야겠다)’라고 읊조리면서 다시 삶이 있는 일상으로 돌아가는 화자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그런데 이번 코로나19로 우리나라에서 6백70명 이상이 사망한 것을 비롯해 미국 31만명 이상, 브라질 18만명 이상, 인도 14만명 이상 등 전세계적으로 1백54만명 이상이 숨지고 있는 상황은 지구 자체가 거대한 ‘해변의 묘지’가 된 것 같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 실제로 세계적인 명소로 알려진 브라질의 코바카바나 해변에는 코로나19로 사망한 1백여명을 묻은 묘지가 생겼다고 알려지면서 세계인을 안타깝게 하였다.
그러나 코로나19가 아무리 강해도 결코 인간의 삶에 대한 의지를 꺾을 수 없다. 올 한해 우리지역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서민들의 삶은 기쁨보다는 슬픔이 많았고, 행복보다는 불행했던 기억이 더 많았을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시간을 거슬러오를 수 없으며 가는 해를 붙잡을 수 없다. 올 한해 묵은 감정을 정리하고 다가오는 2021년을 온몸으로 받아들여야한다. 바람이 분다, 살아야겠다. 바람이 불지 않는다, 그래도 살아야겠다.

강원고성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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