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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단의 역사와 문화자산

-고성을 국난극복의 성지로 만드는 일
금강칼럼 / 김춘만 칼럼위원(시인)

2018년 11월 06일(화) 10:29 [강원고성신문]

 

ⓒ 강원고성신문

우리 땅 고성만큼 특이한 역사를 지닌 곳이 또 있을까? 해방이후 38선이 그어질 때 공산 치하의 북쪽에 속해 있던 곳이었고,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휴전선을 중심으로 반 토막이 난 땅이다. 그러다보니 분단된 한반도와 가장 흡사한 모습을 하고 있다.
동으로는 바다고 북으로는 철책이, 서쪽으로 험한 산줄기가 서 있으니 외부와의 왕래도 수월치 않아 오래 전에는 서울 나들이 한 번 하기에도 만만치 않았다. 평야지대가 넓지 못하니 전반적으로 곡식 생산량이 풍족할 수 없었고, 한 때 명태가 흔할 때를 제외하면 바다 수입도 늘 그러했던 곳이다.
고성에서 나고 자라서 직장을 찾아 도회지로 나간 아들딸들이 ‘어디서 왔소?’에 고성이라는 지명을 대면 잘 알아듣지 못한다고 인근의 도시 이름을 대거나 금강산이나 설악산을 앞에 놓고 설명을 해야 했던 시절도 있었다. 나라가 잘 살지 못했으니 우리 고장뿐만 아니라 대게의 지방이 그러하긴 했다. 그러나 시대는 변했다.

고성만의 독특한 지방문화 형성

지방자치가 실시된 이후 지역이 곧 중심이라는 생각들이 심어졌고 지역의 노력여하에 따라 삶의 질이 향상되었고 독특한 지방문화가 형성되게 된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고성에서 살고 있는 한 사람으로서 우리 땅 고성문화에 대해 생각해보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며 또한 많은 사람들의 다양한 제언을 기대해 보는 것이다.
우리 땅 고성을 생각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휴전선이라는 전쟁 역사를 상징하는 말과 금강산이라는 우리나라 최고 명산의 이름이다. 금강산이야 당장은 갈 수 없는 북 고성에 있어 관광으로만 찾아갈 수 있기에 중단된 금강산 육로관광이 재개되기를 온 군민이 바라고 있다. 금강산 육로관광재개는 우리 군민의 소득에 도움을 줄뿐만 아니라 우리 군의 이미지 제고에도 큰 영향을 줄 것이라 확신한다.
남북을 나누고 있는 현실적인 분단선이 바로 휴전선이다. 이 휴전선의 동쪽 끝 부분, 치열했던 동부전선에서의 전투와 그 피의 값으로 얻어낸 소중한 땅이 바로 고성이다. 그러므로 고성의 가치는 그 어떤 말로도 대신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런 아픈 역사를 딛고 이제 우리 땅 고성을 우뚝 서게 하고 역경을 이겨낸 국난극복의 성지로 주목받게 할 수는 없을까?
분단의 땅에는 분단의 문화가 생성되는 것이다. 고성이 우리나라 분단 역사의 중심에 서 있었다면 우리 땅에는 그 아픔과 시련의 흔적과 그 어려움을 이겨낸 국난극복의 상징이 반드시 형성되어 있을 것이다. 이런 분단의 문화를 이제는 우리의 자산으로 생각하고 체계적으로 관리해 보자는 것이다. 흔히 문화라고 하면 오랜 역사를 지닌 전통문화만을 생각하기 쉬운데 사실 문화는 지금 이 순간에도 쉼 없이 생성되고 있는 것이다.
한국전쟁 당시 피 흘리며 찾은 동부 전선의 수많은 고지들, 봄이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 붉디붉은 산철쭉 피워놓지만 그 속에는 뺐고 빼앗기던 처절한 전쟁의 흔적이 함께 숨 쉬고 있는 것이다. 이런 고지에서의 ‘고지탐방’을 통한 병영체험이나 고지와 고지를 연결하는 트래킹 코스개발은 새로운 체험과 함께 역사교육의 장이 될 것이다. 특히 351고지 전투의 역사를 재조명하는 일은 우리의 자긍심을 드높이는 계기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일 년에 한번 열리고 닫히는 최북단 동해안 북방어장의 개폐도 분단된 나라에서만 있을 수 있는 현실의 모습이다. 매년 10월부터 다음해 3월까지 열리는 북방어장에서의 풍족한 어족 자원을 향한 치열한 삶의 현장 그 자체가 자산이다. 이를 색다른 체험으로 어우리 게 하여 우리만의 문화유산으로 만드는 일도 흥미로운 일일 것이다.

국난극복의 역사를 문화자산으로

최북단 명파리 마을의 다리에도 뜻 깊은 사연이 있다. 이 다리를 남북이 서로 반씩 놓았다는 얘기가 전해지고 있는데 이 역시 귀한 역사의 산물이다. 대대리의 충혼탑이나 거진리의 당포함 전몰장병 충혼탑도 우리가 잊어서는 안 되는 분단 상징물이다. 이외에도 많은 전적비나 충혼비가 산재되어 있는데 이들을 잘 연계한다면 귀중한 국난극복의 상징물로 활용될 것이다.
우리 고장 분단의 역사를 체계적으로 조사하여 수집, 기록, 보존하는 일도 중요하다. 역사를 기록하고 보존하는 일은 그 가치가 무한한 일이다. 예전에 어떤 사진작가가 ‘7번국도’라는 타이틀로 속초-고성 사이 확포장 전 도로변 풍경을 촬영해 전시한 일이 있었는데 이것은 예술적 가치와 더불어 역사적 가치를 함께 지니고 있음을 더 말할 필요가 없는 사실이다.
분단의 역사 기록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이 실향민들의 삶을 제대로 기록해 드리는 일이다. 평생을 고향 땅 그리워하다가 이 땅에서 돌아가신 그 많은 분들의 삶의 흔적을 기록해 보전하는 일은 이런 비극을 절대로 되풀이 하지 말자는 우리의 다짐이기도 하다. 어느 마을에서 어디를 고향을 두었던 어떤 분이 어떻게 사시다 돌아가셨는지 우리는 기록해 드려야 한다. 통일이 되면 이 분들 이름 석 자라도 고향으로 보내드려야 되지 않겠는가. 돌아가신 실향민 일 세대 분들께는 추모의 동산과 망향제를 통하여 실향의 한을 고이 잠들게 해드려야 한다.
점점 흐려지는 기억을 되살려서 그려 논 마을지도 한 장을 보았다. 북에 고향을 둔 실향민 한 분이 자신의 고향 약도를 달력의 뒷면에 그렸다. 얼마나 가고 싶은 고향이었을까. 이 지도를 보면서 마음이 아팠다. 그리고 우리 모두의 무거운 책임감을 생각했다. 우리 고장에 세워진 다른 지역과는 차별화된 ‘북에 둔 고향’ 마을은 어떨까. 실향민들의 글, 그림, 이야기를 수집, 녹취하여 보존하고 유물들을 전시한다면 좋을 것이다.
다시 문화에 관한 생각이다. 우리 고장이 특이한 역사와 환경을 지녔다면 반드시 우리 고장 특유의 문화가 있을 것이고 이런 문화는 경쟁력이 있을 것이다. 전통이 잘 지켜진 왕곡마을, 투박하지만 정감 있는 우리 고장의 언어, 풍습들도 돌보고 지켜야 할 가치 있는 문화이다. 그리고 역경을 이겨낸 분단지역 우리 고성만이 지니고 있는 역사와 문화를 우리의 소중한 자산으로 만드는 일은 이 땅에 살고 있는 우리 모두의 과업이다.

강원고성신문 기자  
“행복한 고성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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