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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관계 ‘평화’의 허와 실

금강칼럼 / 김정균 칼럼위원(정치학 박사)

2019년 02월 08일(금) 09:42 [강원고성신문]

 

ⓒ 강원고성신문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5월 10일 대통령 취임선서에서 “한반도 평화를 위해 동분서주하겠습니다”라면서 ‘평화’라는 말의 서문을 연 뒤, 2017년 9월 美뉴욕에서 열린 유엔 총회에서 기조연설 도중 32번이나 ‘평화’를 외치는 등 기회 있을 때마다 ‘평화’를 이야기하고 있다.
심지어 ‘평화가 곧 경제’라고 하면서 남북 경제협력의 활성화를 통해 통일여건 조성과 함께 획기적인 경제성장과 고용창출 확대라는 환상을 국민들에게 심어주고 있다. 그러나 그가 의도하는 평화가 무엇인지는 몰라도, 그러한 평화를 추진하면 과연 이 땅에 ‘진정한 평화’가 올 수 있을지 비핵화에 대한 미국, 북한, 문재인 정부의 입장을 통해 평화의 허와 실을 분석해보기로 하자.

비핵화에 대한 입장 분석

먼저, 미국의 비핵화에 대한 입장이다. 미국은 애초부터 북한의 핵보유 자체를 인정하지 않았다. 따라서 유엔과 공조하여 현재 취하고 있는 강력한 제재와 압박을 통해 북한이 스스로 핵개발을 포기하거나 폐기토록 한다는 생각이기 때문에 북한과의 타협과 대화는 염두에 두지 않았다.
비록 문재인 정부의 중재 하에 자의든 타의든 2018년 6월 12일 최초로 북미 정상회담이 개최되었지만,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핵신고 리스트와 핵폐기 타임 테이블을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다. 또한 북한에게 2년 반이라는 비핵화의 시간에 대한 원칙을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2차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추진된 실무회담에서 북한의 일부 핵실험장 폐기 조치에 상응하는 미국의 제재 일부 완화 조치가 거론되고 있다. 이는 트럼프 정부가 중간선거에서 하원도 빼앗기고, 러시아 스캔들, 셧다운 등 사면초가에 몰리자 궁여지책으로 내놓은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북한의 비핵화 조치를 위한 성과를 가시화시키면서 문재인 정부의 남북경협 요구를 일부 수용하는 일거양득을 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자국에 치명적인 위협을 주는 북한의 핵무기 보유를 근본적으로 용인할 수 없기 때문에 유엔과의 공조를 통한 강력한 제재와 압박은 지속될 것이며 핵 검증과 사찰단계에서 양측이 다시 충돌하게 될 것이다.
두 번째,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입장을 분석해 보자. 북한의 핵개발 의혹은 1992년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특정사찰로부터 시작되었고, 2003년 핵확산금지조약(NPT)의 탈퇴 후 본격적으로 추진된 이후 마침내 2018년 김정은은 신년사에서 ‘핵무력의 완성’을 공식 선언하였다. 이와 같이 북한이 국제사회의 감시를 피하고 제재와 압박을 견뎌내며 3대에 걸쳐 완성된 ‘핵무기를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은 누구라도 짐작 가능한 일이다.
이러한 북한의 의도는 김정은이 2017년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열리고 있던 기간 중 재외공관에 긴급 지령문을 발송해 “문재인 정권이 계속되는 기간이 우리에게 절호의 기회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성공을 압박 카드로 내세워 미국이 ‘북한의 핵개발 포기는 불가능하다’는 판단을 내리도록 만들어라”고 지시한데서 알 수 있다.(출처 : 아사이 신문) 한편, 김정은은 2018년 신년사에서 말한 것처럼 핵무력의 완성 이후 다음 단계로 ‘비핵화’가 아니라 ‘경제 활성화를 위한 돌파구’를 찾고 있다. 핵을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미국에 대해서는 제재 완화를, 문재인 정부에 대해서는 남북경협을 거래하고 있는 것이다. 북미정상회담이건, 남북정상회담이건 오직 북한은 경제 활성화를 위해서 회담을 주도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것이며 미국과 남한은 그들의 거래대상이며 들러리일 뿐이다.
2019년 김정은 신년사에서도 북한은 그 의도를 명확히 밝혔다. 그동안 북미관계에 진전이 없자 미국에 대해서는 제재를 완화하지 않으면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겠다고 위협하고, 남한에 대해서는 북미관계에 상관없이 남북관계를 진전시키겠다고 하였다. 실제로 최근 북한은 언론을 통해 남한에게 남북관계를 미국의 눈치를 보지 말고 자주적으로 추진하자고 제안하고, 개성공단을 조속히 재가동하라고 압력을 가하고 있다.
요컨대 문재인 대통령 임기 중에 핵동결은 있을지언정 비핵화는 없다. 비록,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계속된다 하더라도 북한은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을 지속하면서 중국과 러시아로부터 경제적 지원을 받고 남한으로부터 경제협력을 유치한다면 최소한 북한 왕조체제를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 인민들에게는 자력갱생을 부르짖으면서.
세 번째, 문재인 정부의 입장을 분석해보자. 문재인 정부는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을 계승하고 북한의 핵은 미국을 겨냥하고 있다는 진보주의적 프레임 속에서, 대북정책에 있어서 북한의 비핵화보다는 북한과의 경제협력과 군사적 긴장완화에 중점을 두고 있는 듯하다.
김대중의 햇볕정책은 북한에게 ‘햇볕을 쬐이면 옷을 벗겠지’라는 낭만적인 생각을 가지고 추진하였으나, 개성공단 설립과 금강산 관광 추진을 통한 달러화 유입으로 북한 왕조체제 유지에 도움만 주었을 뿐 북한의 핵개발과 도발은 계속되었으며, 결국 아무 성과 없이 북한의 핵개발만 완성 시켜주었다는 측면에서 실패한 정책이다. 진보진영에서는 그 정책이 이명박, 박근혜 정부에 이르기까지 지속되었으면 성공했을지 모른다고 변호하고 있으나, 정치는 생물이다. 그 결과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게다가 김대중 정부와는 달리 현재의 문재인 정부는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라는 또 다른 장애물에 막혀있어 햇볕정책은 더욱더 구시대적 산물이 되고 있는 상황이다.
북한 최고의 주체사상 이론가이며 김일성대 총장, 최고인민회의 위원장을 지내다가 한국으로 망명한 황장엽씨는 “70년간 지속된 식량난으로 존립위기에 몰린 북한체제를 김대중 정부가 살렸다”고 생전에 증언을 한 바가 있다. 이제 문재인 정부가 국제사회의 강력한 제재와 압박으로 고사 직전인 김정은 체제에 대해 이미 실패한 구시대의 햇볕정책으로 통일여건을 조성하고 한반도 평화를 달성하겠다고 하고 있다.

진정한 평화는 안보의 바탕 위에

문재인 정부를 비롯한 진보진영이 ‘북한의 핵은 미국을 겨냥하고 있을 뿐’이라고 하는 주장에 일리가 있을 수 있다. 6·25전쟁 직후 전쟁실패의 원인이 미국 때문이었고, 주한미군에 대항해 전승을 이루기 위해서는 핵무기를 보유하여야 한다는 것을 인식한 김일성 정권이 핵무기를 개발하기 시작하였으니까. 그러나 북한이 핵을 가지고 있는 한 남한은 북한의 핵공갈과 위협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또한 알아야 한다.
문재인 정부는 미국으로부터의 제재 완화조치가 없으면 근본적으로 불가능함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에게 ‘평화’라는 환상을 심어주면서 철도·도로·산림·의료·환경 분야에서의 남북경협과 개성공단 및 금강산관광 재개를 급속도로 추진하였다.
그러나 북한의 의도와 능력으로 볼 때 ‘협력’이라고는 하나 정확히 말하면 ‘지원’(속칭 퍼주기)이다. 정부는 올해 남북경협에 2,986억원의 예산을 투입할 준비가 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2차 북미회담이 성공하여 북한의 핵동결과 대북제재 완화조치라는 거래성사가 이루어졌다 하더라도, 남북경협에 따르는 재원 조달은 전적으로 우리의 몫이라는 부담과 개성공단 철수 및 금강산 관광 금지와 같은 북한의 일방적 조치 금지를 담보할 투자보장 대책 마련도 상당히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
문재인 정부는 북한의 핵과 재래식 전력은 여전히 건재함에도 불구하고 ‘판문점 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 분야 합의서’에 서명하였다. 주요 내용은 한미훈련과 같은 대규모 군사훈련 중지,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군사연습 중지 및 비행금지구역 설정, 비무장지대내 감시초소(GP) 철수, 서해 해상에서 평화수역과 시범적 공동어로구역 설정 등이다.
적 공격에 대비한 방어적 군사훈련을 중지하고 정찰·감시 자산을 철수시키고 NLL을 무력화시키는 등 비무장지대 내에서의 군사적 무장해제에 합의한 것이다. 그러나 최근 북한은 대테러훈련·혹한기훈련과 같은 남한의 정례적인 군사훈련에도 시비를 걸고 있고, 황해도 일대에서 야간 비행훈련을 했다고 하는데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의문스럽다. 북한이 전시에 특수전 부대의 서울 후방 침투를 위해 휴전선 일대에 파놓은 것으로 추정되는 수십 개의 땅굴에 대해서는 언급도 없다.
문재인 정부가 한반도의 평화를 외치고 있지만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통한 한반도의 진정한 평화는 요원하며, 적어도 문재인 정부에서는 이룰 수 없다. 진정한 평화는 강력한 안보위에 서야 한다. 안보가 바탕이 되지 않았던 조선시대에 중국과 군신관계 또는 형제관계를 유지하면서 조공을 바쳐 달성한 평화가 과연 진정한 평화일까? 3차 남북정상회담 중 리선권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장이 남측 대기업 총수들 앞에서 ‘밥이 목구멍으로 넘어 가는가’라고 한 발언을 상기해 볼 필요가 있다.
요컨대 문재인 정부는 ‘감정적이고 낭만적인 평화’가 아니라 한반도에서의 ‘진정한 평화’를 위해 냉철한 이성으로 국제사회에서의 대북제재 조치와 공조하여 북한의 비핵화·남북 경협이라는 투 트랙을 점진적이고 단계적으로 밟아 나가되 군사대비태세를 확고히 구축해야 할 것이다.

강원고성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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