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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려의 미학

금강칼럼 / 권성준 칼럼위원(강원고성갈래길본부 대표이사)

2019년 04월 24일(수) 11:31 [강원고성신문]

 

ⓒ 강원고성신문

우리 지역 고성에는 새해를 맞은 지 몇 달도 되지 않았는데 대형사건 뿐만 아니라 필자가 몸을 담고 있는 강원고성갈래길본부 법인체에서도 이웃과 다투는 사건이 있었다.
국가적 재앙으로 등록될 고성산불의 피해는 아직도 완벽하게 파악되지 않고 있지만 초유의 피해로 알려지고 있다. 처음 산불이 발화되며 불의 기세가 예사롭지 않자 소방방재청에서 산불 진화에 필요한 전국 소방차 872대를 투입하여 진화작업을 펼쳤다고 한다.

남을 배려하는 마음과 자세 감동

한 누리꾼은 소셜미디어서비스(SNS)에 강원도로 달려가는 소방차 행렬이 담긴 영상을 공개하며 소방관들에게 감사의 글을 올려 화제를 모으고 있다. 화재현장에선 소방공무원을 포함해 1만 여명이 투입돼 밤새 진화작업을 벌였다고 한다. 산불진화 상황에서처럼 관할 지역이 아닌 다른 시·도에서 소방력 등을 지원한 것으로는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이며, 지금도 현장 복구에 각 분야별, 지역별 지원이 계속되고 있다. 특히 투입된 전국 소방공무원과 지자체 공무원, 자원봉사자 등은 본인에게 주어진 업무를 주체의식을 갖고 열심히 하는 것은 물론이며, 소통과 공감으로 남을 배려하는 친절한 마음과 자세가 감동을 준다.
계속 이어지는 기부 행렬, 그리고 4월 셋째 주 주말인 14일 대형 산불로 막대한 피해가 난 동해안 관광지는 궂은 날씨에도 불구 강원도민을 도우려는 전국의 관광객이 몰리면서 모처럼 활기를 되찾았다고 한다. 눈물이 나올 지경으로 감사할 일이다.
이에 앞서 3월 23일은 속초시지속가능발전협의회에서 만든 ‘속초갈래길’ 사용으로 속초시와 고성군이 ‘갈래길’이라는 걷기 길 이름을 놓고 얼굴을 붉혔다.
3월 23일 속초에서 열린 속초갈래길 걷기 행사가 다툼의 시작이었다. 속초지속가능발전협의회는 관광객들이 차에서 내려 속초의 참모습을 감상하며 골목 상권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속초갈래길’을 만들었고, 이 행사는 이 길을 홍보하기 위한 첫 행사였다.
문제는 ‘갈래길’이란 명칭이 속초와 인접한 이웃인 고성에서 앞서 사용하고 있는 명칭인데도 속초에서 그대로 사용했기 때문이다. 고성군은 2010년 고성갈래길개척추진위원회를 꾸려 지역의 걷기 좋은 길을 9개 코스로 나눠 갈래길이라고 이름을 붙였다. 2011년에는 강원고성갈래길본부라는 이름의 법인을 설립하고 2016년에는 지원 조례까지 만들었다.
문제가 되자 속초지속가능발전협의회는 임시총회를 열고 고성갈래길본부와 갈등을 겪은 ‘속초갈래길’ 명칭을 ‘속초사잇길’로 변경키로 협의했다. 이는 우리 고성에서 속초에 ‘속초갈래길’이란 명칭 사용을 중단해 달라고 요청한 것에 대해 인근 자치단체와 불필요한 마찰을 막기 위해 명칭 변경을 결정하는 배려를 보여준 것이다.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향기는 무엇일까? 아마도배려(配慮)의 향기가 최고일 것 같다. 배려란 여러가지로 마음을 써서 보살피고 도와주는것이다. 그리고 관심을 가지고 도와주거나 상대방을 위해 편의를 제공하거나 실례를 저지르지 않도록 주의함을 뜻하는 것이다.
그런데 배려와 양보는 손해라는 인식을 하고 내가 잘되고 편하기 위해서 남의 손해는 당연한 것처럼 생각하는 것이 요즘의 세태인 것 같다. 그리고 타인의 행동과 대화를 받아들이기보다 자신의 손익과 비교해 계산하며 의심을 먼저하는 세상은 너무나 삭막하다.
누군가가 비관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 그 원인과 시스템에 대한 비판보다 경쟁에서 뒤쳐진 사람, 패배자, 못난사람이라고 치부하기도 한다. 그저 돈이 많은 게 그 사람의 인격이 되고 좋은 사람이 되며, 착하고 마음이 좋은 사람은 바보로 불리거나 세상물정 모르는 사람이 되기 십상인 세상이다.
그 대표적인 예가 대한항공 조양호 회장 일가의 행태가 바로 그런 것 같다. 그저 나와 내 새끼만 잘 살면 된다고 합리화 하면 끝인가? 사회가 건강하지 못하면 결국은 자신들도 아파지는 것을 왜 그들은 모르는 것일까? 다들 이 메마른 세상에 합리화로 적응해나가는 것 같은 모습들이 참으로 무섭다.
배려는 사소한 관심에서 출발한다.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자세로 상대방의 입장을 헤아리다보면 배려의 싹이 탄생하는 것이다. 배려는 거창하지 않다. 인생살이에서 일어나는 갖가지 자질구레한 일들을 우아하고 아름답게 하는 방법은 배우지 않으면 안된다. 상대방을 기쁘게 하고 남과 원만하게 지낼 수 있는 배려의 기술은 충분히 배울만한 가치가 있다.

돕고 의지하며 보다 나은 내일을

그러면 배려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 먼저 그 사람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을 갖는 것이다. 상대방이 말한 곳을 직접 가보거나, 그가 말한 것을 해보는 것이다. 그리고 간단하게 그 느낌을 전해주면 바로 그것이 배려인 것이다. 쉽게 말을 걸기 힘든 사람, 주변에 관심이 별로 없는 사람들을 만나면 그가 사랑하는 가족에 대해 관심을 가져보는 것도 좋다. 그것이 그들의 관심거리에 초점을 맞추어주는 배려이며, 마음의 문을 여는 열쇠인 것이다.
하지만 초고속 성장세를 보이는 현대사회는 이분법적 양극화 분위기로 치달으며 점점 더 사람들을 불안감에 빠져들게 하고, 사회의 발전 속도에 비해 자신은 정체하고 있다는 박탈감과 승자 독식의 사회 질서, 경제구조의 양극화로 인한 불안감 등으로 서로 소통과 공감하지 못한 채 분노를 폭발해버리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심리학자 프랭크 미너스(Frank minirth) 박사는 “타인으로부터 무시당하거나 무가치한 존재로 취급될 때 분노가 폭발한다”고 말한다. 자신의 가치가 무시당하거나 자기보전 욕구가 박탈당할 때 느끼는 감정이 분노다. 분노가 폭발하는 과정에서 놓쳐서는 안 될 것이 공감인지능력이다. 공감인지능력(Empathy)이란 ‘다른 사람의 기본적인 정서, 즉 고통과 기쁨, 아픔과 슬픔에 공감하는 능력으로 동정이 아닌 타인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하여 정서적 충격을 감소시켜주는 능력’이다.
즉 공감인지능력이 낮으면 타인의 고통에 무감각해지고, 자신의 감정만 우선시함으로써 분노를 표출하기가 쉬워진다. 분노를 축적한 사회, 공감인지능력의 부족 등 우리 사회를 분노의 사회로 몰아가는 오늘의 현상을 바로잡으려면 무엇보다 ‘배려의 성품’을 회복해야 한다. 나와 다른 사람 그리고 환경에 대하여 사랑과 관심을 갖고 잘 관찰하여 보살펴 주는 것이 배려의 성품이다. 진정한 배려는 ‘다른 사람’이 아닌 ‘나를 배려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생각을 나누려면 자신에게 ‘긍정적인 생각과 감정’이 어느 정도 있어야 부정적인 생각과 감정을 해소하고 긍정적인 생각과 감정을 채울 수 있다. 자기 배려가 있어야 타인도 배려할 수 있다는 말이다.
속담에 ‘콩 한쪽도 나눈다’는 말이 있다. 우리네 선조들은 어려운 살림살이에도 불구하고 결코 빗장을 걸거나 담장을 쌓아 이웃을 외면하지 않았다. 언제나 따뜻한 인정으로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고 희망의 끈이 되어주면서 살아왔다. 넉넉해서 곳간을 열어 나누었던 것이 아니다. 비록 오늘 나누고 내일 모자랄지라도 이웃의 아픔과 고픔을 결코 나몰라 하지 않았던 것이다.
사람으로 태어나 목숨부지하고 살아가기 위해서는 세상을 헤쳐 나갈 수 있는 힘이 필요하다. 결코 혼자서 살아갈 수 없는 세상이다. 우리 서로 돕고 의지하며 보다 나은 내일을 꿈꿀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바로 우리가 행하여야할 배려의 힘이 아닐까 생각한다.

강원고성신문 기자  
“행복한 고성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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