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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길 속의 온정

-4.4 원암산불 자원봉사 활동 참가기 <장정희 대한적십자사 수성봉사회 부회장>

2019년 05월 08일(수) 10:08 [강원고성신문]

 

ⓒ 강원고성신문

거대한 화마가 고성 남부지역을 휩쓸었다. 밤하늘 외로운 별들은 어두운 밤을 지키고 있을 뿐 그 거센 강풍 속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없는 듯 했다. 따뜻한 공기는 영동 해안선을 따라 국지성 돌풍으로 변하여 불꽃의 형태로 무섭게 모습을 드러냈다. 태풍 급의 바람은 동시 다발적으로 숲과 마을을 집어삼켜 버렸다. 하룻밤 사이 산불피해로 집을 잃은 주민들은 절규하고 있다. 양간지풍(양양과 간성 사이에 부는 바람)은 강도는 다르지만 매년 이맘때면 태백산맥을 타고 어김없이 찾아온다.
1996년과 2000년에도 우리 지역은 커다란 산불로 큰 피해를 보았다. 역대 최악의 산불이라 했었다. 올해의 산불도 심하게 부는 바람으로 불길 속에서 가까스로 피신하며 겪는 일화들은 가슴을 졸이며 방송을 통해 보고 들어야 했다. 친척들과 가족들의 삶은 잿더미로 변했다. 타버린 집들, 까맣게 변한 나무, 자동차, 경운기… 화마가 지나간 자리는 지붕이 내려앉고 풀 한포기 없이 참담했다.
불길 속을 헤치며 진화 작업을 하는 소방관들, 전국에서 급히 도착한 소방차와 헬기, 소방대원들, 공무원들은 불을 끄면서도 잿더미 속에서 한숨을 토해내고 있는 주민들을 보면 마음이 아프다. 그러나 빠른 대응으로 산불 진화를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해준 전국의 소방대원들, 산불진화대원, 경찰과 군인, 지역공무원들, 자원봉사자들의 노고가 컸고 감사한 마음 크다.
요즘 대한적십자사 봉사단체에서 봉사를 하고 있다. 이재민들이 모여 있는 여덟 군데 경로당에 아침 점심 저녁으로 급식을 지원해 주는 일을 하고 있다. 모든 것을 잃은 이재민들은 대부분이 고령이라 경로당에서 거주하면서 식사를 한다. 슬픔 가운데서도 봉사단체에서 지원하는 급식이 고맙고 마음에 큰 위로가 된다고 했다. 혹시나 밥이 안 오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으로 마음의 상심이 크다고 하여 급식 봉사는 계속되고 있다.
식당을 운영하시던 적십자사 회장님도 이번에 집과 식당이 전소되었다. 일터를 잃어 경황이 없을 터인데도 온종일 급식 봉사하는 곳에서 진두지휘하며 봉사하시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아프다. 연수원을 임시 배정받아 기거하고 있다. 갑작스러운 재난으로 모든 것을 잃은 이재민들이 혹시나 마음에 또 다른 상처 받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가슴 훈훈한 이야기도 많다. 화재가 내 가게와 집을 덮쳤으면 큰 피해가 있었을 텐데 내 집이 불타지 않은 것에 감사하다며 1억원을 선뜻 내어 주신 철물점 사장님, 자원봉사자들이 점심을 먹으러 식당을 찾았는데 산불 현장을 찾아 주어 고맙다고 우리도 나가서 봉사해야 하는데 생업 때문에 돕지 못해 미안하다며 점심값을 받지 않은 식당 사장님, 소방관들에게 식사비를 대신 내주신 할아버지 등등 모두 훌륭한 분들이시다.
불이 번져 난리를 겪고 있는 시간에 골짜기 산골 집에 홀로 계신 어르신들을 생각하고 연로함에도 찾아가 귀가 어둡고 양쪽 다리 수술로 불편한 80대 노인 두 분을 깨워 긴급 대피시켜 구해주신 노인도 있었다. 어찌 그뿐이랴! 익명의 춘천 사는 분은 전남 해남 소방서에 닭고기와 야채, 떡 등 춘천닭갈비를 보내며 손 편지를 써 “대한민국 영웅들께, 동해안 산불 진화에 애써 주신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천리 길을 밤새 달려와 주신 해남 소방관들께 약소하고 보잘것없는 닭갈비 조금 보냅니다”라고 응원했다.
전국에서 모여든 자원봉사의 손길을 보내주신 분들. 이재민들의 빠른 복구와 안정을 기원하며 성금과 물품들을 기부해 주신 분들이 있어 불길 속에서도 마음이 따뜻해진다.
자원봉사자들은 대접을 받기 위해 나온 사람들은 아니지만 그들도 지칠 때가 있는데, 심한 말을 하거나 당연하다고 생각하면 자원봉사자도 때론 힘이 빠질 수도 있다. 힘들수록 서로 말 한마디도 따뜻하게 나누는 배려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경로당에 항상 따뜻하고 신선한 음식을 전달하기 위해 봉사회원들은 하루도 빠지지 않고 새벽부터 애를 쓰고 있다. 남을 위한 자발적인 마음을 가진 봉사자들은 힘든 가운데도 밝은 표정으로 인사하며 미소 짓는다. 봉사자들에게도 많은 관심과 애정을 보내주면 힘이 될 것이다.
전국 각지에서 답지되는 정성 가득한 성금과 성품을 보며 역시 우리는 하나라는 것과 온 국민들의 성원과 사랑에 감동을 받았다. 이런 마음이라면 나라의 어려운 일이 있어도 극복하지 못할 일이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봉사를 마치고 집으로 들어오며 불이 난 산야를 바라보니 검게 그을린 땅에서 조심스럽게 파란 새싹이 돋아나고 분홍빛 꽃망울도 보여 마음이 밝아진다.
이번 산불로 많은 피해를 입었지만 조속한 시일 내에 이재민들의 생활이 안정 되고 아팠던 자연도 빠른 치유와 회복이 있기를 빌어 본다.

강원고성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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