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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간지풍(襄杆之風)의 내 고장을 지키는 일

금강칼럼 / 김춘만 칼럼위원(시인)

2019년 05월 08일(수) 10:13 [강원고성신문]

 

ⓒ 강원고성신문

우리 지역의 지리적 환경과 기후적 특징을 나타내는 말이 여럿 있다. 양간지풍과 통고지설이란 말도 그 중 하나다. 동고서저의 산세와 바다에 인접해 있으면서 주로 농업과 어업으로 생활하던 우리 조상들의 오랜 삶의 경험에서 만들어낸 말들이었을 것이다. 근세에는 민족분단의 중심지로 전쟁의 상흔을 고스란히 간직한 국난극복의 현장이기도 하였으니 자연적이나 역사적 환경으로나 우리 지역은 만만치 않은 삶의 터전이었으리라.

몇 년에 한번 꼴로 대형 재해 덮쳐

이런 우리 고장에 몇 년에 한번 꼴로 대형 재해가 덮쳐 상처를 크게 내는 안타까운 일이 벌어지고 있다. 올 해는 무사히 지나가는가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지난 4월 4일에 시작된 고성·속초산불이 또 크나큰 재앙을 안겼다. 토성면 원암리에서 시작된 산불은 강풍을 타고 급속도로 고성 남부와 속초 북부를 강타한 것이다. 인명피해와 수많은 주택소실, 숱한 이재민을 보면서 하늘도 야속하다는 마음이 들었던 건 나만이 아니었을 것이다.
산불재난을 보도하던 신문과 방송에서 그렇게 많이 나왔던 말이 양간지풍(襄杆之風)이었다. 봄철 양양과 간성 사이에 발생하는 남서풍으로 태백산맥 서쪽의 영서지역에서 발생한 상층의 따뜻한 공기와 하층의 차가운 공기가 태백산맥을 넘어 동쪽 급경사면을 타고 영동지역으로 빠르게 내려오면서 생기는 태풍급 바람을 일컫는 말이라는 친절한 해설도 함께였다.
우리 지역에 사는 사람이라면 봄철 강풍을 모르는 사람이 없다. 이런 강풍 속에서 살아왔기에 조상들은 단단히 준비를 하였다. 초가지붕이 바람에 벗겨질 것이 염려되면 새끼줄을 더욱 촘촘하게 그물처럼 엮었고 바람에 날릴 것이 염려되는 것은 단단히 묶고 또 묶었다.
어렸을 때 영서지방을 지나가면서 초가지붕을 엮은 엉성한 새끼줄과 드문드문 막대기를 꽂아서 눌러놓았던 것을 보면서 어찌 저렇게 하고 지낼 수 있는가 의아했던 기억이 있다. 바람이 센 곳에서 살았던 아이는 세상의 모든 곳이 이곳처럼 바람이 부는 줄 알았던 것이다. 이런 봄바람 속에서 어른들은 농사를 지었고 배를 타고 나가 고기를 잡았으며 아이들은 열심히 뛰놀며 평화롭게 자랐다.
이런 우리 고장이 산불로 홍역을 치루는 예가 잦게 되었고 그 피해도 점차 커졌던 것이다. 1996년의 고성산불 당시 고향집에 불이 붙을 것이 염려되어 이리 뛰고 저리 뛰던 기억이 난다. 그 때도 어김없이 양간지풍 얘기가 나왔다. 산의 나무가 타는 게 아니라 산 전체가 활활 탄다는 것을 그 때 보았다. 2000년 동해안, 2004년 속초, 2005년 낙산사 산불 때에도 양간지풍의 얘기는 계속되었다.
작년에도 간성 탑동에서 시작한 산불이 가진리 쪽으로 내려오면서 국도변을 비롯해 인근 산을 태우고 민가를 소실시켰었다. 인근 마을에 살고 있던 나는 예전에 큰 산불로 놀랐던 기억이 되살아났다. 산불이 발생하면 발화원인이 처음에는 쉽게 밝혀지는가 싶다가도 끝에 가서는 미상이 되기도 한다. 대부분의 원인은 자연적이 아닌 인위적인데도 말이다.
산불은 발화원인을 밝히기가 어려운 게 사실이다. 그러나 이번 원암리 산불의 시초는 확실한 영상증거가 있는 만큼 조속히 책임소재가 밝혀지고 배상과 복구가 이뤄지길 바란다. 이렇듯 산불이 잦아지면 누가 우리 지역에 터를 잡고 살아보겠다고 마음먹겠으며 보상이 적절히 이뤄지지 않으면 누가 집을 짓고 이곳에 정착하겠는가.
이렇듯 산불 재해를 수차 당한 우리 고장인 만큼 이제는 특단의 대책이 강구되어야 한다. 가정에서도 화재가 염려되는 곳에 소화기를 집중 배치하는 것이 상식인데 정부에서는 우리 고장의 봄철 화재대비에 대해 너무나 소홀했다. 또한 행정기관이나 의회차원에서도 좀 더 강력한 재발 방지 대책을 촉구했어야 했다.

안전하게 살 수 있는 방안 세워야

재난 복구가 시급한 현재에도 정부는 확고한 의지를 보여주어야 한다. 산불 트라우마를 겪고 있는 주민들을 안심시키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화재 피해로 실의에 찬 주민들에게 새 삶을 살 수 있는 터전을 만들어 주어야 하는 것은 산불대책에 소홀했던 정부의 책임이기도 하다.
이제부터라도 주택과 건물에 대해서는 지자체와 정부가 보조하여 전체 화재보험에 가입하게 하여야 한다. 산불 재해가 잦은 곳에서 화재보험으로 대비하는 일은 당연하다. 봄철에는 특수훈련을 받은 산불진화대를 특별 배치해야 한다.
다른 지역과 같은 체제로 대비해서 안 된다면 우리 지역은 특별하게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산불진화에 필요한 소방헬기를 배치하는 일이다. 소방헬기는 지금의 산불진화에서는 가장 유용한 수단이다. 되도록 대형 헬기로 그것도 야간 진화도 할 수 있는 현대장비를 갖춘 소방 헬기를 배치하는 일이다. 지자체의 예산으로는 힘든 일이므로 중앙정부의 차원에서 이뤄져야 할 것이다.
봄철 산불이 나면 한 번에 대형 재난으로 이어지는 우리 지역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 이제 우리는 요구해야 한다. 전선줄로 인한 사고가 예상된다면 바람이 센 이곳은 지중화 시키는 것도 필요한 일이다. 양간지풍의 이 땅을 지키기 위해 국가는 그만한 비용은 감당해야 할 것이다.
주민들을 대상으로는 산불예방 교육과 대피훈련을 적극적으로 실시해야 한다. 이곳에서의 산불재해는 곧 생사를 다투는 일이므로 체계적인 교육과 훈련이 필요하다. 산불 발화자는 다른 곳의 방화나 실화범 보다 처벌을 강화하고 산림의 수종도 교체해 나가야 한다. 산불에 취약한 소나무 수종에서 점차 산불에 강한 활엽수종으로 바꿔나가야 할 것이다.
어쨌거나 이 땅은 우리와 함께 자손만대가 살아갈 곳이다. 봄철 양간지풍이라는 특수한 자연환경, 이런 환경에서도 안전하게 살 수 있는 실제적이고 구체적인 방안을 세워야 할 책임은 이곳에 살고 있는 주민들과 함께 중앙과 지방정부 모두에게 있다.

강원고성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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