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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계 숙부이자 스승 송재선생이 고성을 노래하다

금강칼럼 / 이만식 칼럼위원(시인, 경동대학교 교양대학장)

2018년 10월 10일(수) 09:54 [강원고성신문]

 

ⓒ 강원고성신문

송재 선생 타계 500주년 학술대회

퇴계 이황 선생의 스승은 누굴까? 퇴계는 7남1여 중 막내로 태어나 생후 7개월 만에 아버지(진사 이식李埴)를 여의고 어머니의 엄격한 교훈을 받고 자랐다. 학문은 12세 때 숙부인 송재(松齋) 이우 선생으로부터 논어 등을 배운다. 작은아버지 송재 선생이 사실상 스승이자 어린 퇴계를 보살펴준 또 하나의 보호자였던 셈이다. 이후 퇴계는 성균관과 독학으로 학문의 길을 더욱 다져 지금까지도 대성현으로 존경 받고 있다.
이러한 송재 선생은 고성(간성)과도 인연은 깊은데 고성 지식인들도 잘 모르는 듯하다. 송재는 이 곳을 상대종어구(相對終吾軀, 이 한 몸 다하도록 마주 하고픈 고장)이라 했을 만큼 소중히 여겼다. 송재를 재조명하여 서세 500주년을 맞아 국립한국국학진흥원에서 5월 4일 학술대회를 개최하였다.
고성과 간성은 예로부터 수많은 명사들이 생전에 꼭 한 번 들리고자 했던 명소였다. 금강산을 비롯하여 총석정, 삼일포, 선유담, 청간정, 영랑호(예전 간성 구역) 등 산과 바다, 호수가 어우러진 그야말로 물아일체로서의 자아를 찾던 열망의 도원이었다. 그러하기에 신라 화랑의 수장이었던 영랑의 발길도 멈추게 했다. 퇴계의 수제자 서애 유성룡도 인연이 깊다. 또한 택당 이식, 안축, 이인로, 이곡, 서거정 등 그 수를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명사들이 이곳을 찬한다. 송재도 예외가 아니었다. 그 감동은 그의 <關東行錄>에 고스란히 드러난다.

어사와 관찰사로서의 인연과 시

송재와 고성과의 인연은 36세(1504년, 연산10) 때, 강원도 어사로, 42세(1510년, 중종5) 때는 강원도 관찰사로 부임하고부터다. 이 때 틈틈이 글을 써 <關東行錄>에 110편의 빼어난 시를 남겼는데 영북의 시가 20여 편이 된다. 청간역도중(淸澗驛途中)이라는 시를 보자.
‘초초沿海曲 초초연해곡, 아득 굽이진 바다 언저리 / 荒村只三兩 황촌지삼량, 피폐한 마을 다만 집 서너 채 / 風來苦竹疏 풍래고죽소, 바람은 성근 참대 사이로 드나들고 / 鷄犬慘氣象 계견참기상, 개와 닭은 애처롭기 짝이 없어라./ 乃知夏愆陽 내지하건양, 이에 알겠네, 여름 뙤약볕의 허물이 / 終然秋不穰 종연추불양, 끝내 가을날 흉년이 되었음을. /山寒石원落 산한석원락, 추운 산속 돌과 둥치 떨어지는데 / 民命惟懸橡 민명유현상, 백성들 도토리 줍기로 오직 연명하는구나. / (중략) / 吟窮途亦窮 음궁도역궁, 음률이 궁하니 가는 길도 궁하여 / 臨岐一당황 임기일당황, 갈림길에 들어서 망연해지는구나.’
당시 이 지방 흉년의 피폐함과 을씨년스러운 고을 정경이 고스란히 그려져 있다. 이 점이 다른 시문객들과 다르고 송재의 시가 돋보이는 이유다. 선유담(仙遊潭)을 후반부를 감상해보자.
‘秋蓴滑如絲 추순활여사. 가을 순채가 명주처럼 매끄럽고 / 與逐西風動 흥축서풍동, 이는 가을바람 결 따라 걸어보네. / 行當出塵환 행당출진환, 티끌세상 벗어나 가자구나’
지금의 선유담은 이제 갈대만 무성한 늪, 아니 뭍이지만 이 시를 참조하면, 현재의 도로는 사구였고 물길 있었으며 순채가 자랐음을 알 수 있다. 간성루는 어딜까?
간성루운(杆城樓韻), 간성상춘(杆城傷春)에서는 향수를 불러 일으키고 상심도 일어나지만 풍광은 상상해 볼만하다.

절경 묘사와 예사롭지 않은 의미

명파역고송(明波驛古松)에 나타난 명파리, 의미심장하다.
‘鐵幹규枝截半空 철간규지절반공, 쇠기둥 줄기 용트림 가지 하늘로 솟아 있고 / 刀騷聲잡海濤中 도소성잡해도중, 칼바람 소리 바다 풍랑과 뒤섞여 있구나. / 明堂早만求樑棟 명당조만영량동, 조만간 명당에 들보를 구할 테니 / 好過霜天拔木風 호과상천발목풍, 추운 겨울 거센 바람 잘 견뎌 지내어라.’
남북을 연상되어 예사롭지 않게 느껴진다. 대강역 척약재 운(大康驛척若齋韻) 시에서는 ‘名字盜殘驛’ 곧 이름으로만 큰 평온을 의미할 뿐이고 실제 그렇지 못한 대강역(大康驛)을 두렵고 조심해야하는 역(‘兢惶戒此驛’)으로 그려내고 있음도 지금의 남북분단의 정황을 그려놓은 듯하여 회독하게 만든다. 그러나 ‘大康驛’ 그 이름과 같이 언젠가 통일이라는 큰 기쁨과 평화를 누리는 지역이라는 예견도 있지 않겠는가?
송재의 시는 고성의 소중한 문화 자산이다. 필자는 안타까운 것 하나를 지난 <속초문화> 제20호(2004)에서 언급한 바 있는데 다름 아닌 천편의 가작을 남긴 시객들을 한자리에 모으는 일을 하자는 것이었다. 이 고장을 담은 포토포엠집(詩寫集)을 만들어 기념품화 하고 나아가 단행본이나 시리즈로 출간하여 자랑스럽게 유산으로 더 빛내자는 것이다.

※편집 프로그램에서 구현되지 않는 일부 한자는 한글로 표기함.

강원고성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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