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빼앗긴 들에도 봄이 왔듯이

금강칼럼 / 김향숙 칼럼위원(시인)

2020년 03월 24일(화) 14:41 [강원고성신문]

 

ⓒ 강원고성신문

손을 씻는다. 연일 코로나19 소식으로 시작되는 길고 어두운 뉴스를 들으며 비누 거품이 충분히 머무르게 하고 흐르는 물에 씻어야 한다는 말에 손 씻는 시간이 길어진다. 손뿐 아니라 눈도 귀도, 될 수만 있다면 마음까지도 씻고 싶다.
지난겨울은 기온이 따뜻해서 눈보다 오히려 비가 자주 내렸다. 그래도 먼 산은 계속 눈으로 쌓여서 큰 산맥의 황금라인이라 할 수 있는 울산바위 뒤로 펼쳐진 설악산 쪽은 오래도록 하얀 설경을 감상할 수 있었다. 나는 몸이 힘든 것과 특히 추위를 잘 못 견디는데 눈이 온다는 소식을 들으면 오히려 깊은 산행을 떠난다는 지인의 소식에 걱정이 되면서도 한 편으로는 그 패기와 낭만이 부럽기도 했다.

지난겨울은 기온이 따뜻해서

아침 해가 뜨자 폭설에 눈부신 먼 설악산을 마주 바라보며 산행 떠난 사람 생각이 나서 쓴 졸 시 한 편을 옮겨본다.

<수묵 설경>

먹 붓 몇 점 흐르다 멈춘
하얀 수묵화
설악(雪嶽)이라 이름한 이유를 알겠다

저 아뜩한 겹겹의 설경이 되려고
누구는 엊그제 산행을 나선다 했지

심장에서 돌기 시작한 서늘한 핏줄기
때 묻은 눈(目)을 눈(雪)으로 씻으며
공룡능선 갈피 어디쯤
나도 그곳에 있고 싶다

옛 어른들의 글 중에 세이(洗耳)라 하여 덕스럽지 않은 말을 들었을 때 귀를 씻는다는 말이 자주 나온다. 중국 진대(晉代)에 황보밀(黃甫謐)이 선비들의 언행과 일화를 모아 적은 고사전(高士傳) ‘허유(許由)’ 편에 나오는 ‘영수세이(潁水洗耳)’는 세속에 물들지 않고 고결한 삶을 살아가는 절개와 의지를 뜻하는 말이다.
요(堯)임금 시대의 은자 허유(許由)는 옳지 않은 자리, 부정한 음식은 결코 가까이하지 않았던 인물로 알려져 있다. 이런 허유의 성품을 알게 된 요임금이 자신의 자리를 아들 단주(丹朱)에게 물려주지 않고 현덕(賢德)을 갖춘 허유에게 맡기고자 그에게 전했다. “태양이 떴는데도 횃불을 끄지 않는 것은 헛된 일이오. 그대와 같은 현자가 있는데 덕 없는 내가 임금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옳지 않소. 나 대신 임금의 자리를 맡아 주시오.”
그러나 허유는 “뱁새가 깊은 숲에 둥지를 튼다 해도 나뭇가지 하나면 충분하고, 두더지가 황하의 물을 마신다 해도 배만 채우면 그만이오.” 하고 정중히 거절하고는 선양을 피하여 중악(中岳)에 있는 영수(潁水) 북쪽 기산(箕山) 아래에 숨어 들어가 황폐한 땅을 개간하며 농사를 짓고 살았다.
그러나 허유가 숨어지내는 곳마다 많은 사람들이 그의 소문을 듣고 찾아들어 결국 숨은 곳이 임금에게도 알려지고 다시 9개 주의 장관이라도 맡아달라는 부탁을 듣게 된 것이다. 허유는 더러운 말을 들었다며 영수(潁水)의 흐르는 강물에 귀를 씻었다. 마침 소에게 물을 먹이려고 물가에 왔다가 그 모습을 본 소부(巢父)가 허유의 귀를 씻는 이유를 듣고는 “당신의 더러운 귀를 씻은 물을 우리 소에게 먹일 수 없네.” 하고는 상류로 올라가서 소에게 물을 마시게 했다고 한다.

어서 속히 사라져가기를 바라

소부는 허유의 은거(隱居)가 완벽하지 않았다는 것과 굳이 하지 않아도 될 자기 자랑 같은 말을 들었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새처럼 나무에 둥지를 틀고 살았다는 뜻의 둥지 소(巢)자를 쓴 이름을 가진 소부(巢父) 역시 세상의 무욕을 등진 신선 같은 멋지고 아름다운 인물이 아닌가.
사람이 세균으로만 전염되는 것은 아니다. 온갖 편견과 오만과 악한 것들로 오염된 세상에서 우리는 무엇을 씻고 무엇으로 깨끗해질 수 있을까. 맑아서 더욱 오염이 쉬운 아이들, 어떻게 그들을 보호하며 선하고 올곧은 환경을 제공해 줄 수 있을까. 부모와 어른들은 과연 그 백지같이 하얀 아이들에게 어떤 모델이 되어 줄 수 있는 것일까.
허유와 소부의 이야기가 멀리 느껴지기는 하지만 그래도 우리는 마음의 손과 귀와 눈을 살아있는 동안 열심히 씻어야 한다는 것을 안다. 어떤 오염으로부터 나 자신을 보호하는 일은 우선 악한 것과의 차단도 중요하지만 내 안의 강한 면역력도 절실히 필요한 것이다. 그 면역력이 건강상의 이유뿐 만이 아니라 지금처럼 대국적인 난제를 만났을 때의 국민성이 한 단계 성장할 수 있는 계기로 승화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나만 감염되지 않으면 된다는 이기적인 생각이 아니라 고통당한 이들의 마음을 읽을 줄 알고 여러 사람들과 함께 소통하되 정중히 배려하며 규칙을 지키며 높은 수준의 방역체제를 배워가는 기회가 되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그것이 다음 세대들에게 모범학습이 되어 고난을 대비할 수 있는 면역력을 키워갈 수 있다면 우리나라의 밝은 미래를 기대해도 좋을 것이다. 저 높은 산맥의 설경이 다시 초록이 되어가는 모습을 그려보며 텔레비전에서 코로나19에 관한 뉴스가 점점 짧아지다 어서 속히 사라져가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꽃샘추위 속에서도 홍매, 백매, 연보랏빛 노루귀, 노란 복수초가 피어나는 초봄, 연이어 피어나는 꽃들과 함께 변하는 산천의 아름다운 봄을 누가 막을 것인가. 선한 결과를 기다리는 사람들의 기도와 노력과 기대가 끊이지 않는 우리는 강한 나라이다.
빼앗겼던 나라의 들에도 서른다섯 번의 봄은 순리대로 오고 갔듯이.

강원고성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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