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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물받이 생각

금강칼럼 / 김춘만 칼럼위원(시인)

2019년 07월 09일(화) 13:11 [강원고성신문]

 

ⓒ 강원고성신문

지난 주 일요일 생수를 받으러 갔다. 사실 웬만한 샘터의 물이라는 게 오히려 수돗물보다 못하다는 얘기들인데 사서 고생할 일 있겠느냐는 생각에서 한 번도 따라 나서지 않았던 길이였다. ‘수질은 어떻데?’ 선뜻 따라 나서지 못하는 나에게 수질검사서 까지 내보이는 친구를 따라 샘터로 올라가 보았다. 우리 고장에 살면서 산골짝 샘물을 받아다 먹는다는 것이 호사스럽다는 생각이 들어서 샘물이야 있으면 먹고 없으면 수돗물을 사용하는 처지였다. 그러다 보니 산골짝 샘물을 받으러 가기는 처음이었다.

산골짝 샘물을 받으러 가는 길

깊은 골짜기의 샘물은 참으로 시원하였다. 산길을 밟으면서 무성한 초여름 숲의 눈부심과 덩굴에 조록조록 매달린 산열매들과 눈인사를 나누면서 오랜만에 찌든 마음을 씻을 수 있었다. 계곡 사이를 흐르는 냇물조차 맑아서 그대로 엎드려서 먹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산길을 내려오면서 나의 걱정은 시작되었다. ‘이 맑고 깨끗한 곳이 몇 년 후엔 어떻게 될까?’ 흡사 아무에게도 발견되지 않은 처녀림을 세상에 노출시킨 것처럼 마음이 무거웠다.
오래 전 일이지만 우리 집은 산 아래 다락 논을 부치고 있었다. 이 다락 논을 ‘샘물받이’라고도 불렀는데 그것은 이 논 맨 위에서는 시원한 샘물이 솟구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 샘물 덕분에 웬만한 가뭄에도 별다른 한해를 겪지 않고 모내기를 할 수 있었다. 얼마나 이 샘물이 차가웠던지 맨 위에는 방죽이 있었는데, 샘물을 받아서 며칠간 저장했다가 수온을 높여서 아래로 내려 보내는 저수지 역할을 담당하게 했을 정도이다.
어린 시절 논밭으로 새참을 나르곤 했는데 이 ‘샘물받이’논으로 가는 일은 참으로 즐거웠다. 샘물이 솟는 산기슭에는 한기가 느껴지는 시원함이 있었다. 샘물을 가랑잎으로 잔을 만들어 떠먹거나 바위틈에서 퐁퐁 솟구치는 샘물을 바라보기만 해도 어느새 더위는 싹 씻기는 것이었다.
어떻게 이 맑은 물이 바위 속에서 나오는지 어린 나에겐 신기하게만 생각되었고, 그것은 상상의 세계를 그리게 하기도 하였다. 이 맑은 물을 만들어 보내는 이 있을 것 같았고, 모두가 잠든 밤에는 산 속 동물들이 와서 목을 축일 것이라는 동화 같은 상상이 나를 샘터 가에 묶어두기도 하였다. 샘물이 흘러 내려가는 도랑에는 돌 밑에서 가재가 살기도 했다.
그 ‘샘물받이’가 어떻게 되었을까? 가끔은 궁금하기도 하지만 지금은 함부로 드나들 수 없는 군부대 주둔지가 되어버렸다. 언제가 올려다 본 그 다락 논자리에는 군부대 건물이 줄줄이 서있었다.
이러한 샘물받이는 우리 논자리 위에만 있었던 것이 아니라 산골짜기 곳곳에 있어서 논 밭 일을 하던 어른들은 샘터 옆의 잡초를 쳐주기도 하고 우리들에게 더럽히지 말라고 주의를 주곤 했다. 어디서고 땅에서 솟는 물은 그대로 먹을 수 있었던 시절이었다. 그로부터 참으로 짧은 시간이 흐른 뒤 우리는 우리 스스로 소중한 자원을 오염시킨 것이었다.

깨끗한 물 자원을 지키려는 노력

물은 모든 생명체를 유지시키는 필수요소다. 사람 몸의 칠 할을 차지하고 있는 물, 좋은 물만 잘 먹어도 건강하게 살 수 있다고 한다. 그러니 사람들은 물 좋은 곳을 찾을 수밖에 없다. 그런 측면에서 우리가 소중한 물에 대해 좀 더 관심을 갖고 깨끗한 물 자원을 지키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우리 주변에도 언제부터인가 수돗물을 그대로 식수로 사용하는 가정이 줄어들더니 급기야 대부분 가정에서는 정수기를 사용하거나, 판매하는 생수를 사용하게 되었다. 그리고 어디어디 물이 좋다느니 어디어디 물은 오염되었다느니 하면서 물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게 된 것이다.
문제는 그렇게 좋다고 소문났던 샘터도 사람이 모이기 시작하면 얼마 가지 않아서 생수 사용 부적합 판정을 받는다는 사실이다. 아직까지는 우리 고장의 수돗물이야 탑동 쪽이나 진부령 계곡에서 내려오는 원수를 정수까지 해서 내보내니 그대로 음용수로 사용해도 아무 일 없겠지만 모두가 정수기를 사용하거나, 샘물을 찾는 이러한 추세라면 몇 년 가지 않아서 수돗물을 그대로 먹는 집은 거의 없을 듯하다.
분명한 것은 깨끗한 샘터의 물을 그대로 먹을 수 있는 고장, 그런 샘터가 많은 고장이 미래 삶의 터전으로 최고의 가치를 지닐 것이라는 점이다. 실제로 물 좋고 공기 좋은 곳을 찾아 우리 고장에 정착했다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다. 샘터의 물을 직접 음용수로 사용하자는 것이 아니라 아직도 샘터가 보존되어 있다는 자체가 청정지역임을 증명해 주기 때문이다.
예전보다는 많이 훼손되었지만 우리 지역 각 곳에 산재되어있는 샘터들을 조사하고 그것들을 잘 보존시킬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다. 수 백 개의 자연 샘터가 살아 숨 쉬는 고장! 우리 고장을 내세울 이만한 자랑거리가 또 있을 수 있을까?
이제, 본격적인 피서철이 다가오고 있다. 바닷가뿐만 아니라 계곡마다 피서객으로 채워질 것이다.
‘산골짜기를 찾는 사람들이여, 그곳에 샘터가 있다면 부디 더럽히지 말 지어다. 이제 몇 개 남지 않은 마지막 샘터는 우리의 생명수요, 희망이지 않는가?’

강원고성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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