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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구리가 없어서

금강칼럼 / 권성준 칼럼위원(강원고성갈래길본부 대표이사)

2019년 08월 21일(수) 10:43 [강원고성신문]

 

ⓒ 강원고성신문

‘오직 나만 개구리가 없으니 인생의 한이다(唯我無蛙 人生之恨).’
나는 고성군노인복지관에서 어르신들 여가 프로그램 중 하나인 ‘한자교육’을 담당하여 가르치고 있다. 함께하는 어르신들의 영어와 한자 실력에 깜짝 놀랄 때가 많다. 실력들이 아주 좋기 때문이다.
그곳 수업에서 늘 고사성어 한두 개를 제시하여 서로 토의하며 익히도록 하는데, 몇 주 전에‘唯我無蛙(유아무와)’를 공부한 적이 있다. 고사의 내용도 재미있지만 담겨진 의미 또한 깊은 뜻이 있어 많은 시간을 보내며 어르신들과 서로 의견을 나누고 토의한 적이 있었다.

꾀꼬리와 까마귀의 노래시합

‘唯我無蛙 人生之恨(유아무와 인생지한).’ 이것은 고려시대 문장가인 이규보(1168~1241)가 집 앞에 써놓은 글이다.
그가 이 글을 쓴 사연은 이러하다. 임금이 궐 밖으로 야행에 나섰다. 산속에서 민가를 발견하고 그 집에 들렀다. 이규보의 집이었다. 집 앞에 있는 생뚱맞은 글을 보고 임금은 사연을 물었다. 이규보는 그 사람이 임금인 줄 몰랐고, 자신이 세 번이나 과거시험을 봤지만 낙방했다는 말과 함께 차분하게 그 연유를 설명했다.
“옛날에 노래를 아주 잘하는 꾀꼬리와 목소리가 듣기 거북한 까마귀가 살았는데, 하루는 까마귀가 꾀꼬리한테 내기를 하자고 했다. 3일 후에 노래시합을 하는데 백로를 심판으로 하자고 했다. 이 제안에 꾀꼬리는 어이가 없었지만 월등한 실력을 자신했기에 시합에 응했다. 3일 동안 목소리를 더 아름답게 가꾸고자 노력했다. 반대로 노래시합을 제의한 까마귀는 연습은 않고, 개구리를 잡으러 돌아다녔다. 그렇게 잡은 개구리를 백로한테 뇌물로 가져다주고 뒤를 부탁했다. 시합이 열렸는데 백로는 까마귀의 손을 들어주었다. 한동안 꾀꼬리는 노래시합에서 까마귀에 패배한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얼마 지나서 백로가 가장 좋아하는 개구리를 잡아다주어 자신이 패한 사실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자신은 실력이 있지만 뇌물 때문에 과거에 줄줄이 낙방한 것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임금은 ‘조만간 과거시험이 있을 것’이라며 자리를 떴다. 과연 그의 말대로 과거시험이 열렸다. 시제는 ‘唯我無蛙 人生之恨’이었다. 이규보는 매우 놀라고 나서 큰절을 하고 일필휘지로 답안지를 작성했고, 장원급제 하여 고려의 큰 공신이 되었다. 그 의제의 뜻은 나는 개구리가 없어서 인생을 한탄하고 있다는 말이다.
이때부터 고려와 조선시대에 뇌물 이라는 말 대신에 ‘蛙利鷺’(와이로 : 개구리로 백로를 이롭게 했다)라는 말을 사용하였다고 한다.
사실 ‘와이로’라는 말은 장년층에게 익숙하다. 일본말로 뇌물을 뜻하는 ‘와이로(わいろ)’이기 때문이다. 일본어로 회뢰(賄賂)를 와이로(わいろ)라고 읽는데 회뢰(賄賂)란 “재물 회(賄)+뇌물 뢰(賂)”자의 합성어로써 뇌물을 주고받는다는 뜻이다. 일제강점기 때는 물론이고 해방 후에도 와이로는 약방의 감초처럼 먹히지 않는 곳이 없었다. 그러기에 예나 지금이나 뇌물이 문제다.
조선 시대에도 탐관오리들의 착취와 지주들의 토지 독점으로 초근목피로 생명을 부지하던 소작논이나 장리쌀을 남보다 손쉽게 얻기 위해서는 뇌물을 바쳐야 했다. 시도 때도 없이 바쳐야 하는 뇌물 때문에 대대로 전해 내려오던 가보를 상납하기도 했고, 사정이 급하면 애지중지 키운 딸자식을 지주나 그 아들놈의 첩으로 진상하기도 했었다.
그도 안 통하면 아들자식을 지주의 종놈으로 보내야 했고, 인면수심의 지주나 악질적인 ‘마름’을 만나면, 아내의 성까지 ‘뇌물’로 상납하기까지 했었다.
한번 가면 다시는 살아서 돌아오지 못할 징용이나 보국대(報國隊)에 끌려가지 않기 위해서는 논밭이나 소를 팔아 주재소 왜놈 순사들과 그들의 앞잡이가 된 조선인 면서기들에게 ‘와이로’를 먹이기도 했다. 그리고 이후에도 길들여진 ‘와이로’ 풍조는 해방이 되고, 신정부가 수립되어도 그대로 악습이 전승되었다.
학교에도 ‘와이로’가 파고들었다. 중·고등학교와 대학교에서도 ‘와이로’를 주고받아 부정입학이 횡횡했고, 군대도 ‘와이로’를 먹여 면제를 받거나, 근무가 편한 곳으로 전출이 되게 만들었다. 회사 입사에도 ‘와이로’면 통했고, 부패한 정치인들은 ‘와이로’ 먹기에 혈안이 되었고, 초등학교와 유치원에까지 ‘와이로’ 바람이 휩쓸었다. 그 누구도 말리지 못했던 치맛바람 시절이 그랬다.

청렴은 모두가 같이해야만 달성

뇌물은 어느 때 누구로부터 시작되었는지는 모르지만, 인간 사회가 형성되면서부터 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선물이란 게 그렇다. 계속 주거나 받으면 둔감해진다. 으레 주는 것이라 여겨지고, 받는 입장에서도 당연한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다 한순간에 ‘뚝’ 끊거나 끊어지면, 안 줘서 찝찝하고 못 받아서 서운하다. 간혹 무슨 곤궁한 사정이 생겼나 하고 걱정하는 선한 마음들도 있지만, 세상인심이란 게 남의 사정에 그렇게 너그럽지가 않다.
선물과 뇌물은 교도소 담벼락을 걷는 것이다. 받는 사람, 주는 사람 모두가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천양지차다. 기본적으로 선물은 호의를 담보로 한다. 자신에게 어떤 형태로든 좋은 감정을 가져주기를 바란다. 어느 누구도 자신을 나쁘게 생각하라고 물건을 건네지는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뇌물과 가깝다.
지금도 지구촌에서 일어나고 있는 크고 작은 사건의 대부분이 뇌물과 관계가 끊이지 않고 있으니, 공짜는 찬물 한 잔도 없다는 것을 왜 모를까?
오죽하면 2016년에 김영란법이 생겼겠는가. 이 법을 ‘와이로법[개구리법]’이라고 하면 더욱 의미심장했을 것이라 생각한다. 빽 없는 서러움, 돈 없는 배고픔, 연줄 없는 고독감, 학연·지연·혈연이 없어 좌절감, 이것이 현실인 것이다.
요즘 공공기관의 채용비리 실태를 보면 백화점이 따로 없는 것으로 드러나고 있어 사회적인 충격이 매우 크다. 나름 꿈의 직장이라는 곳이 채용비리로 얼룩졌단 증거다. 그 유형은 다양하지만 대부분 힘있는 사람의 청탁에 의한 것이다. 비리의 뒷배에 권력자, ‘개구리’를 가진 자들이 힘을 쓴 결과라는 말이다.
청년실업 100만 명 시대. 미래의 주역인 청년들이 사회 출발의 시작점에서 좌절하고 있다. 그런 와중에 실력이 아닌 배경이 없어 자신의 꿈을 이루지 못한다면 이건 사회 전체의 책임이다.
약 1천년 전에 이규보가 세상을 탓하며 ‘나는 왜 개구리가 없을까’라는 한탄을 했는데 지금의 청년들도 이런 한탄을 해야 한다면 잘못돼도 한참 잘못됐다.
참 안타까울 뿐이다. 이런 사회를 빙자한 것이 ‘와이로[개구리]’임을 재차 강조하며, 와이로 없는 세상이 오기를 기대해 본다. 우리 스스로 청렴하고 깨끗하다고 말할 순 없지만 자신 있게 나라의 미래를 위해서 우리의 후손들 위해 깨끗하고 건강한 세상을 만들려고 한다는 말은 할 수 없을까.
청렴은 혼자 할 수 없고 모두가 같이해야만 달성할 수 있고 우리 모두의 시대적 의무이며 책임이기에 청렴 해야만 하는 것이다. 뇌물이 없는 세상은 꿈일까?

강원고성신문 기자  
“행복한 고성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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