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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까지 명태가 거진사람들을 먹여 살렸다

이선국의 '길에서 금강산을 만나다' [ 35]명태주산지 거진항 명태축제
버릴 것 없는 생선, 명태·생태·동태·춘태·북어 등 이름도 수십가지

2019년 08월 21일(수) 12:13 [강원고성신문]

 

↑↑ 1980년대 거진항에서 명태를 손질하는 풍경. 책 180 페이지.

ⓒ 강원고성신문

국민생선 명태, 명태의 고장 거진. 옛날 한 선비가 산세를 둘러보고 클 ‘거巨’자와 같은 형국이고 훗날 거부장자巨富長者가 날 것이라고 하여 거진巨津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거탄진巨呑津이라는 또 다른 옛이름의 기록도 있다.

명태 주산지 거진과 명태축제= 거진은 80년대까지 명태와 오징어의 주산지였다. 특히 겨울철 명태 성어기엔 앞바다에서 갓 잡아온 명태로 온 동네가 명태 천지였다. ‘개락’이라는 말도 생겨났다. 명태가 거진사람들을 먹여 살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명태 덕택으로 아이들을 공부시키고 출가도 시켰다.
그렇기에 거진명태는 행운이었다. 북녘 고향에 대한 아득한 향수와 그리움이었다. 겨울 내내 비릿한 생선냄새가 코를 찔렀고 명태잡이에 나서는 사람들이 북적거렸다. 리어카와 삼발이는 물량장에 쌓인 명태를 밤새도록 덕장으로 실어 날랐다. 덕장에선 동네 아낙들이 밤을 낮 삼아 명태 배를 갈랐다. 그 삯으로 받은 창란을 아낙들은 집으로 가져가 손질해서 내다팔아 가욋돈을 벌었다. 할복한 명태는 씻어서 덕장에 널어 말렸다.
명태 성어기에는 울릉도 뿐만아니라 남도에 서까지 명태를 잡기 위해 원정조업을 나왔다. 거진에서의 셋방살이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대로 주저앉아 거진 사람이 된 세대도 적지 않았다. 이렇게 명태는 사람까지 이곳 거진으로 옮겨 놓았다.

명태의 이름은 수십가지= 임하필기의 기록에 의하면 함경북도 명천에서 사는 태씨부부가 잡아왔다고 하여 명천의‘명’자와 태씨부부의 ‘태’를 따서 ‘명태’라고 이름 한다. 그러고보니 명태만큼 이름이 많은 생선이 있을까 싶다.
우선 이름은 명태지만 갓 잡은 명태를 생태, 먼 바다에서 잡아 얼린 명태를 동태 또는 원양태라고 한다. 크기에 따라 제일 작은 명태를 노가리, 그 다음은 소태, 중태, 대태라고 하고 제일 큰 명태를 왕태라고 한다. 또 잡은 방법에 따라 그물로 잡는 명태를 망태, 연승조업으로 낚은 명태를 낚싯태라고 한다. 그 외에도 알을 밴 명태를 알태, 명태 씻는 것을 세태, 반쯤 말린 명태를 코다리, 바람에 말린 명태를 바람태라고 하는데 그 바람태가 딱딱하게 굳어 시커멓게 말린 명태는 먹태, 얼다 녹다 말린 명태를 황태, 꽁꽁 얼어 말려 하얗게 분이 난 명태를 백태라고 한다.
봄에 잡히는 명태를 춘태라고 하고 적당히 건조해서 말린 명태를 싸릿가지에 꿰는 것을 관태라고 하는데 20마리가 한 두름이고 그것을 한 쾌라고 부른다. 말린 명태의 또 다른 이름은 북어, 채를 만든 것을 북어채, 포로 만든 것을 북어포, 술국 끓인 것을 북어국이라고 한다.
명태는 정말 버릴 것이 없는 생선이다. 알은 명란, 내장은 창란, 싱싱한 곤지와 ‘애’라고 부르는 부레는 생선탕 최고의 양념이고 재료가 아닐 수 없다. 명태 맛을 아는 사람과 미식가들은 명태의 이것들을 놓치지 않는다.

↑↑ 고성명태축제 초창기 모습. 사진 182 페이지.

ⓒ 강원고성신문

21년을 이어온 명태축제= 고성명태축제위원회는 올해 제21회 고성통일명태축제를 준비하고 있다. 명태 전성기 때는 성어를 축하하는 의미로 명태축제가 만들어졌지만 지금의 명태축제는 옛 명태 주산지의 향수를 되살리며 지역경기에 보탬이 되길 기대하는 마음으로 축제를 하고 있다. 잡히지 않고 있는 명태가 돌아와 거진사람들에게 희망과 행운이 되어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1980년대까지도 전국 유통량의 70%가 이곳 거진에서 생산된 명태였다. 하지만 지금은 명태가 전혀 나지 않는다. 누구는 명태 새끼인 노가리를 기선저인망으로 싹쓸이 했다고 하고, 누구는 수온이 높아져 한해성 어족인 명태가 살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하고, 누구는 어장 환경이 나빠져서 회유성 어류인 명태가 오지 못한다고 한다. 다행히 해양심층수자원연구센터에서 명란의 부화에 성공해 명태 치어를 방류하고 있어 예전처럼 많은 명태가 연근에서 어획되길 고성사람들은 기대하고 있다.
거진 앞바다에선 명태 외에도 오징어, 도치, 새치, 쥐치, 도루묵, 가자미, 문어 등 온갖 생선도 많이 잡혔고 싱싱한 미역과 다시마도 많이 생산되었다. 묵은 김치에 도치살집과 알을 넣은 도치두루치기, 도치알탕을 먹었던 사람은 그 맛을 평생 잊지 못한다. 칼칼한 도치알탕과 담백한 도루묵찌개, 시원한 명태맑은국, 추어탕, 막국수, 물회, 털게찜을 비롯해 가자미와 도루묵식해는 고성의 맛깔스런 대표 음식이다.

강원고성신문 기자  
“행복한 고성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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