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2019-11-14 오전 10:46:15

회원가입기사쓰기전체기사보기

특집여성-여당당노인-노년시대청소년-1318종교-더소울이선국의 <길에서 금강산을 만나다>
최종편집:2019-11-14 오전 10:46:15
검색

전체기사

특집

여성-여당당

노인-노년시대

청소년-1318

종교-더소울

이선국의 <길에서 금강산을 만나다>

커뮤니티

공지사항

뉴스 > 기획/특집 > 이선국의 <길에서 금강산을 만나다>

+크기 | -작게 | 이메일 | 프린트

봄볕처럼 후덕한 미소와 정이 넘치던 시장골목

이선국의 '길에서 금강산을 만나다' [36] 과거의 거진시장, 현재의 등대공원
바다에 목숨을 내맡긴 채 버거운 삶에 지쳤던 사람들의 벗이었던 주점들

2019년 09월 10일(화) 11:36 [강원고성신문]

 

↑↑ 명태풍어로 성황을 이루던 시절, 거진항은 흥청거렸고 인근 거진시장의 뒷골목 백열등이 은은한 술집들까지도 밤늦은 시간까지 인적이 끊이질 않았다. 책 187 페이지.

ⓒ 강원고성신문



어두운 세월에 취한 시장뒷골목

거진시장엔 지난 70년대 꽤 북적거리던 골목이 있었다. 목조건물들이 좁은 골목길을 맞대고 줄을 맞춰 늘어서 있었다.
골목마다 포목점과 잡화상, 식료품 가게 뒷전으로 좁은 시장 골목에 줄줄이 이어 있었던 술파는 집들. 술기 올라 충혈 된 눈자위 같이 불그스레한 백열전구가 사람들을 기다리고 있던 허름한 골목어귀엔 사람들이 북적거렸다.
비록 낡은 단층집이었지만 그 집안엔 우아한 한복이 더 없이 곱기만 한, 그리고 분바른 여인들의 고단한 삶과 사슴의 슬픈 눈빛을 닮은 여인의 눈망울이 거기에 있었다.
그렇게 시장 골목 즐비한 주점은 언제나 사람을 기다리고 있었다. 뱃사람들의 거친 객기와 간드러지는 여인들의 웃음소리가 함께 어우러져 흐릿한 불빛으로 흐르던 초저녁. 광란의 음향과 현란한 네온사인이 아니어도 희미한 백열등이 더욱 은은한 거북옥, 대구옥, 대전옥, 수원옥 그리고 이름도 아득한 무수한 ‘옥’의 간판들이 있었다.
그곳에는 요즘처럼 냄새나는 지폐도 없었고, 야비하고 교활한 장사치와 졸부들의 객기도 없었다. 그저 정 많은 여인들의 애교 섞인 덕담과 그 소리에 휘청거리며 기분 좋게 취해 가던 이웃집 아저씨들이 살고 있었다.
끝없는 바다를 헤집고 달려온 파도 같은… 비릿하고 거친 바닷내음이 골목마다 여울처럼 쏟아지던 시절. 호호거리며 간드러지던 여인의 품에서 마냥 순진하게 술에 취해 가던 뱃사람들의 쓸쓸한 웃음소리가 한숨처럼 배어 나오던 곳.
더러는 흐느끼듯 두드리던 주안상의 젓가락 장단에 고달픈 삶이 애잔한 노래가 되어 세월 저켠으로 흘러가고, 애틋한 사연이 담긴 소주잔을 비우며 빈 가슴을 달래주던 술집이 모여 있던 골목. 부모형제와 고향을 여의고 시퍼런 바다에 목숨을 내맡긴 채 버거운 삶에 지쳤던 사람들에게 다정한 벗으로 함께했던 주점들. 그리움과 실향의 아픈 상처를 보듬는 작은 안식처였던 그곳은 지금도 부뚜막에 남아 있는 온기처럼 따스함이 긴 여운으로 전 해지던 곳이다.

↑↑ 70년대 명태풍어로 성황을 이루던 그러나 지금은 스러진 거진시장 뒷골목. 책 186 페이지.

ⓒ 강원고성신문

바람이 불면 봄이 온다. 바람은 깡마른 나뭇가지에 연두빛 움을 틔우고 더러는 흐드러지게 피던 벚꽃마저 맥없이 떨어지게 한다. 파란 바다를 건너는 갈매기 날개 짓이 애처롭고, 산에 남은 하얀 눈이 점점 멀어지는 어느 날. 따사로운 봄볕처럼 후덕한 미소와 정이 넘치던 시장골목이 그렇게 그립다.
찢어지게 가난한 생활을 벗어나기 위해, 찬바람을 막아주는 따뜻한 둥지가 되기 위해 모인 사람들의 소박한 꿈들이 잡초처럼 자라던 그곳은 언제나 응어리진 세월처럼 오래도록 가슴에 남아있다.
정녕 지금 우리에게 두고 오래 남을 수 있는 기억들은 어떤 것들일까? 푸근한 정으로, 훈훈한 사랑으로, 아름다운 추억으로 사람을 그리워하게 될 수채화 같은 풍경들은 어떤 모습일 까? 그렇게 순수했던 골목을 다시 볼 수 있을까?
저녁 어둠이 땅거미로 다가온다. 하늘로 날아가 별이 되어버린 시장골목 은 무심한 별자리처럼 쓸쓸한 기억으로 지워져가고 있는 것이 그저 아쉬울 뿐이다. 몇 해 전 새로 단장한 텅빈 거진시장엔 예전 지키던 가게도, 사람을 기다리던 골목도 사라지고 휑한 바람만 빈 가게를 초라하게 지키고 있다.

↑↑ 거진등대공원에서 내려다 보이는 거진뒷장의 절경. 책 189 페이지.

ⓒ 강원고성신문


새벽을 밝히는 거진등대공원

항구로 발길을 돌리면 별빛이 쏟아지는 한밤, 밤바다를 밝혀 주는 불빛이 바다를 이리저리 조망하고 있다. 등대다. 포구 북쪽 곶의 솔숲에 하얀 등대가 바다를 향해 외롭게 서있다. 어부들은 캄캄한 밤길과 해무 자욱한 뱃길을 잃지 않고 다닐 수 있는 것은 불을 밝히고 변함없이 포구를 알리는 등대의 기적소리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하다. 예전엔 등대지기가 밤을 낮 삼아 불을 밝혔지만 지금은 등대지기 대신 작은 기계음과 불빛이 그 자리를 대신 지키고 있다.
새벽 등대를 오르는 길, 중턱에 오르면 멀리 건봉산을 남북으로 이어주는 산너울이 병풍처럼 둘러진 거진포구가 한눈에 들어온다. 바닷바람에 나이 든 노송과 데크계단 끝엔 허름한 성황당이 있다. 옛날 바다에서 돌아오지 않는 남편을 기다리다 바다의 수호신이 되어 버린 성황당. 사람들은 이곳에서 매년 제를 올리며 안녕과 풍어를 기원한다. 거진등대로 이어진 길은 이제 사람들에게 제법 알려진 유명 산책길이 되었다.
전망 좋은 등대공원은 탁 트인 주변 풍광과 드넓은 바다에서 불어온 바람에 공원을 찾는 사람의 마음까지 시원하게 비워 주는 곳이다. 등대 주변으로 공원을 조성하였고, 그곳엔 크고 작은 조형물들이 바다를 굽어보고 있다. 주말이면 많은 탐방객들이 이곳을 찾는데 굽은 해안선을 따라 쪽빛 바다를 조망하는 풍경이 그림이다.
공원은 해송과 곰솔 등 소나무가 울창한 숲이었지만 2000년 산불로 등대 주변을 제외한 산림이 대부분 소실되는 아픔을 겪었다. 여름철 잡목이 우거지면 숲을 이루지만 늦가을과 겨울엔 산불의 상처로 인해 앙상한 뼈를 드러내 보이는 모습에 보는 사람의 마음을 아프게 하기도 했다. 한 겨울, 등대 곁 정자에 오르면 금강산과 해금강이 지척이다. 매서운 한파일수록 명산 금강산과 바다 금강의 자태가 더욱 선명하여 마음까지 춥다.

↑↑ 응봉 정상에 오르면 발 아래로 화진포호수가 넓게 펼쳐져 장관을 이루는 것을 볼 수 있다. 책 190 페이지.

ⓒ 강원고성신문

등대공원 길섶엔 명태상, 십이지신상 등 크고 작은 조각상과 조형물이 산객의 발길을 붙잡는다. 좌우를 조망하면서 마루금을 따라 북쪽을 향하면 응봉으로 연결되는 육교를 만난다. 유리바닥을 조심스럽게 딛고 고소의 짜릿한 공포를 체험하는 것도 다리를 건너는 또 다른 묘미다. 공군부대 곁을 돌아서 숲길을 오르면 금강산이 더욱 가깝고 화진포 호수가 어느새 발아래에 와있 다. 쪽빛 동해는 두 팔을 뻗어 포근히 안아 줄 것 같다.
거진 포구를 안고 도는 산마루의 오솔길과 해파랑길은 응봉으로 이어진다. 아름다운 호수와 솔향기 그윽한 송림으로 이어지는 환상적인 산책코스를 추천하고 싶다. 거진등대공원에서 화진포성까지 걸어서 1시간30분 가량 소요된다.

필자 이선국 약력

-1957년 고성 출생
-고성고, 방송대 법학과 졸업
-2012년 수필가 등단
-고성군청 공무원 생활 40년
-전 고성문학회 회장(현 고문)
-현재 ‘물소리 시낭송회’ 회장
-저서 <지명유래지>, <고성지방의 옛날이야기>, <길에서 금강산을 만나다>

강원고성신문 기자  
“행복한 고성 만들기”
- Copyrights ⓒ강원고성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강원고성신문 기사목록  |  기사제공 : 강원고성신문

 

이전 페이지로

실시간 많이본 뉴스

 

고성진입 울산바위 탐방로 개설 필..

고성군 폭설대응 교통소통대책 훈련..

군유지·도유지 대부계약 일제갱신

금강산관광 재개 촉구 한목소리

학야1리 강원도 새농촌 도약마을 선..

김정곤·김남술 강원도지사상

2019년산 공공비축미 건조벼 매입

고성경찰서 수사구조개혁 워크숍 개..

제39회 자유수호 희생자 합동위령제..

고성군선관위 간성초에서 선거체험..

최신뉴스

조선시대 신흥사 등 9개의 말사를 ..  

숲에서 숲으로 [32]  

솔향기 그윽한 숲과 호수가 어우러..  

고성지역자활센터 김장담그기 행사..  

주민자치위원 자치력 강화교육 실..  

죽왕면민과 함께하는 문화한마당 ..  

고성군의회 대만 국외연수 다녀와  

고성군선관위 간성초에서 선거체험..  

정부민원 ‘한 곳에서 한 번에’ ..  

2019 재난대응 안전한국훈련 성료  

고성군 건축 개발행위 허가 간소화..  

‘우리군청 나눔책방 캠페인’ 추..  

2019 가구주택 기초조사 추진  

제1기 고성군 자원봉사대학 졸업식..  

제39회 자유수호 희생자 합동위령..  



인사말 - 연혁 - 찾아오시는 길 - 광고문의 - 제휴문의 - PDF 지면보기 - 개인정보취급방침 - 청소년보호정책 - 구독신청

제호: 강원고성신문 / 사업자등록번호: 227-81-17288 / 주소: 강원도 고성군 간성읍 간성로 29 3층 / 발행인.편집인: 주식회사 고성신문 최광호 / 청소년보호책임자 : 최광호
mail: goseongnews@hanmail.net / Tel: 033-681-1666 / Fax : 033-681-1668 /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 강원 아00187 / 등록일 : 2015년 2월 3일 / 개인정보관리책임자 : 최광호
본지는 신문 윤리강령 및 그 실천요강을 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