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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프터 코로나 시대에 적어보는 시 두 편

금강칼럼 / 김향숙 칼럼위원(시인)

2020년 09월 23일(수) 12:00 [강원고성신문]

 

ⓒ 강원고성신문


마스크를 쓰니 말이 줄고,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다 보니 사람 만나는 일이 드물어졌다. 밖으로 앞으로 정신없이 내달리던 삶의 형태에서 서서히 느린 걸음을 걷다 보니 나의 내면세계가 보이기 시작했다. 나는 나를 얼마나 알고 살았던가. 나의 눈빛을, 마음을 제대로 읽어 본 적이 있었던가. 서먹하고 낯선 몸짓으로 시를 통해서 나를 만난다.

나에게 문안하다

광풍 팬데믹이 지나갈 때는
숙이고 잠잠히 기다리는 것이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선이 사라진
점. 점. 점

마스크로 입을 막다
말문까지 닫아걸었다

오랜 침묵 끝에
슬며시
일흔을 앞둔 나에게 문안 인사를 한다
그동안 잘 있었는지
어떻게 지냈는지

그런데 왜 눈물이 날까
나는 슬픈 사람이었나 보다
인사가 너무 늦었나 보다

미국 뉴욕의 동쪽 롱 아일랜드 해협에 하트 아일랜드가 있다. 이 섬은 1850년대부터 무연고 시신 공동묘지로 알려져 있는데 그때는 영유아 시신이 주로 매장되었었다고 한다. 그런데 요즘은 ‘코로나 19’로 무연고 시신이 너무 많이 늘어나자 대형 포클레인으로 대량 매장작업을 하는 끔찍한 사진들이 얼마 전 여러 신문에 공개되기도 했었다,
조각전 ‘Heart Land 2020 · 궁극적 욕망’의 김선영 작가는 작가노트에서 하트랜드가 어쩌면 ‘천국으로 통하는 터미널’ 일 수도 있다는 감동적인 표현을 했고 나는 그 이야기로 시로 썼다는 소식을 그에게 전했다.

하트랜드

뉴욕의 동쪽 하트 아일랜드
에덴을 상실한 아담의 흔적 위로
눈물 골짜기 지나온 차디찬 껍질들

기다란 관 위에 아무렇게나
이름을 적고 묻고, 이름을 적고 묻는
무연고 시신 공동묘지

잠시 추모의 눈시울 붉어지다
문득,
남루한 인생
외롭고 고단한 몸을 벗어버린 사람들
그 영혼 얼마나 가볍게 날아올랐을까

오히려
웃음소리 노래 함께
천국으로 향하는 터미널
축제의 섬
하트랜드

우리나라 역사상 치욕적이었던 일제강점기 시대. 같은 민족이었음에도 어떤 사람들은 친일파와 독립투사로 전혀 다른 삶을 살게 되었는데 그 이유는 상반된 양극성 사고의 결과였다. 친일파들은 후일에 이렇게 말했다. “일제의 강하고 혹독한 체제는 쉽게 무너지지 않을 것이며 독립 해방은 결코 오지 않을 것 같았다.” 그러나 독립투사들은 “우리가 목숨을 다해 항거하여 일어나고 또 일어나면 반드시 침략자 일본은 물러가고 독립 해방을 맞이할 것이다.”라는 믿음을 가지고 싸웠다.
승리를 확신하고 임하는 긍정적인 사고가 이겨낸 것이다. 전쟁의 폐허에서도 우리는 일어났고 한강의 기적을 만들어내어 세계를 놀라게 한 민족이 아닌가. 세기적 팬데믹 현상의 위협적인 바이러스와의 전쟁도 이제 곧 끝이 오고야 말 것이다. 우리나라의 선하고 강한 의료진들의 노고, 암울한 경제적 추락에도 고통을 분담하며 허리끈을 당겨 묶는 수많은 경제인들과 국민들, 국가시책을 열심히 따르느라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불편한 마스크를 쓰며 거리두기를 실천하며 눈으로 대신하는 인사들. 이런 눈물겨운 과정을 바라보며 고난의 터널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직감한다. 우리 모두 코로나 사태가 끝난 다음을 기대하며 미래 시대를 미리 준비하여야 할 것이다.
모두 마스크를 써서 감정을 알 수 없는 얼굴들을 ‘마스크 표정’ 이라고 이름을 붙여 본다. 아무에게도 보이지 않는 숨은 얼굴 표정은 습관적인 불안이 지속되는 동안 근육이 굳어져 돌이킬 수 없는,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모습으로 변형될 수도 있지 않을까. 그러니 오히려 마스크가 아니면 하기 어려운 웃음 표정으로 바꾸기 좋은 기회일 수도 있지 않을까. 언젠가 이 길고 어두운 터널이 끝나고 우리 모두 마스크를 벗는 날이 왔을 때, 어떤 표정의 내가 되어 있을지 생각하면서.
힘겨웠던 여름이 가고, 또 어김없이 가을이 왔다. 이번 가을은 캔버스 위의 단풍 숲속 풍경 유화처럼 따뜻한 위로의 계절이 되기를, 순리대로 부디 순하고 아름답게 하얀 겨울 속으로 스며들기를.

강원고성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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