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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초, 그 질긴 생명력

<고성문학회> 회원 작품 릴레이 [20] / 장정희(수필)

2020년 11월 11일(수) 16:27 [강원고성신문]

 

ⓒ 강원고성신문

잡초는 생존력이 강한 들풀이다.
밭고랑의 잡초를 뽑으며 그 질긴 생명력에 놀란다. 땅 위에 뿌려준 퇴비를 빼앗기지 않으려고 자신의 뿌리를 통해 좋은 양분을 더 많이 빨아들이는가 보다. 얻고자 하는 작물보다 더 빨리 자라고 가뭄에도 잘 자라는 질긴 생명력을 가졌다.
‘잡초’는 사전에 ‘가꾸지 않아도 저절로 나서 자라는 여러 가지 풀’이라 한다.
추운 겨울, 눈과 강추위에 견디며 자란 도라지밭에 난 잡초를 초봄에 뽑아 주었다. 봄기운이 돌고 날씨가 따뜻해지자 농작물 심을 시기가 되어 밭을 둘러보았다. 지난가을 뿌려 놓은 도라지 싹들이 올라와 잡초인지, 도라지 새순인지 구분이 안되었다. 도라지 새순이 조금 더 자란 다음 잡초를 제거해야겠다고 그냥 두었다.
얼마 전에 가보니 잡초들만 무성했다. 봄에 올라온 도라지 새순은 가뭄으로 모두 말라 죽고 비를 맞은 풀들만 눈에 띄게 자란 것이다. 밭의 풀을 뽑다가 도라지 싹을 뽑을 때도 있다. 심어 놓은 농작물이 아니면 모두가 잡초다. 산삼이 올라와도 잡초 취급을 받는다.
밭 옆에 메리골드와 접시꽃을 심어 놓았다. 메리골드가 노란 꽃을 피워 농장의 분위기도 좋았고 꽃을 보며 입가에 웃음을 머금게 하였다. 봄이 되어 수없이 올라온 메리골드 모종은 잡초가 되어 뽑아내지 않으면 온통 메리골드 밭이 될 위기에 놓이게 되었다.
따로 심고 가꾸지 않았음에도 s고 자라는 풀들은 모두 뽑아 버린다, 잡초는 뽑아 퇴약볕에 열흘을 두어도 비가 오면 되살아나는 생명력이 강한 풀이다. 산과 들만이 아니라 공원이나 길가의 화단, 상가에서 내어놓은 화분에서도 ‘잡초’는 잘 자란다. 도심의 보도블록 사이, 시멘트 담 밑이나 철제 울타리 밑에도 흙만 있으면 씨가 날아와 뿌리를 내린다.
오랜 가뭄 뒤에 비가 오니 반갑다. 비 온 후 기승을 부릴 잡초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무겁다. 부지런한 농부는 끈질기게 올라오는 잡초 뽑는데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대부분 농사를 많이 지으신 어르신들은 다리와 허리가 아파 걸을 때면 구부정한 폼이다. 그래도 요즈음은 엉덩이 방석이 있어 풀을 뽑거나 일을 할 때 많은 도움이 된다. 다리와 허리에 부담을 많이 줄여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명품방석이라고 부른다.
잡초는 농작물의 성장을 저해하거나 방해할 뿐 아니라 벌레의 서식처가 된다. 농작물의 종자에 섞여 그 질을 떨어뜨리기 때문에 모두 뽑아 버린다.
어느 농가의 들깨 모정을 심은 밭에 들깨 모종만 살고 나머지 잡초는 모두 빨갛게 타들어 가는 것을 보았다. 잡초 제거에 골머리를 앓다가 많은 농가에서 끝내는 제초제를 뿌린다. 농약의 연구 능력도 뛰어나 농가의 일을 줄여 주었다. 제초제는 약의 독성 때문에 흙 속의 유익한 미생물까지 서서히 죽여 땅을 황폐화시킨다. 지인의 아버님이 제초제 치던 농약 통을 씻어내고 고추밭에 살충제를 쳤는데 제초제가 소량 섞여 애써 키운 고추가 서서히 모두 말라죽자 속이 상한 아버님이 술을 드시고 우시더다고 했다. 제초제가 햇빛, 바람, 빗물 등에 의해 분해된다고는 하지만 농작물보다 먼저 자라나는 잡초들을 이길 재주는 없다.
별일이 없는 한 나는 매일 아침 농장으로 간다. 곡식은 농부의 발자국 소리를 듣고 자란다고 한다.
내가 기른 농작물이 잘 자랄 수 있는 비법을 찾기 위해 나만의 실험을 한다. 농업기술센터에서 미생물과 GCM 등으로 농사를 지어 보고 퇴비 차를 만들어 사용도 해보고 유튜브에 궁금한 것을 찾아 따라 해보기도 한다.
신체적으로 힘들긴 해도 농작물이 커가는 모습을 보면 신기하고 기쁘다. 밖에 나가 친구들을 만나 카페에 앉아 수다를 떠는 일도 하루 이틀이다. 농사를 지으며 오랜 추억을 더듬어 향수에 젖기도 하고 세상 돌아가는 사색에 잠기기도 한다.
농사를 그만두지 않는 한 잡초와의 전쟁을 불가피하다. 잡초는 농작물에 비해 유난히 빨리 자란다. 밭고랑에 가득 덮인 잡초는 많은 양분을 흡수하고 자라지만 잡초를 뽑을 때 흙을 뒤집는 작업으로 토양 회복 능력이 좋아지고 더 부드러워져 농작물이 잘 자란다.
잡초라 해도 나물과 약초로 사용되는 풀들이 많다. 명이주, 우슬, 꽃다지, 냉이, 까마중, 비름나물 등을 채취하여 삶아 기름을 넣고 나물을 무쳐도 맛있다. 들꽃·들풀처럼 잡초도 함께 살아야할 생명들이다.
요즈음 가꾸지 않아도 잘 자라는 식물의 유전자를 추출하여 농작물이 잘 자랄 수 있는 유전자를 찾아 연구한다고 한다.
내가 원하는 농작물이 아니라고 뽑아 버리기는 하지만 함께 어울려 살아야 할 이웃이다. 돌보아 주지 않아도 스스로 자생하며 억척스럽게 잘 자라고 있는 잡초에서도 배울만한 점이 있다. 우리 주변에도 살벌한 경쟁 속에서 필요 없다고 뽑아내는 잡초 같은 인생을 사는 사람들도 있다.
이 세상에 소중하지 않은 것은 아무것도 없다. 필요하지 않다고 잡초처럼 뽑아내지 말고 모두 함께 어울리며 즐겁게 살았으면 좋겠다. 모양과 크기는 달라도 서로 어울려 살아가는 들풀처럼….

-고성군 간성읍 출생
-<수필문학>으로 수필가 등단(2018)
- 문입협회 강원지부 이사
- 문인협회 고성군지부(고성문학회) 회원

강원고성신문 기자  
“행복한 고성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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