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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진포의 성 [22]


-닥터 홀 가의 감동적인 의료선교 이야기
황연옥 작가의 전기소설(傳記小說) 연재 [22] / 삽화 윤광자 화가

2020년 12월 28일(월) 10:13 [강원고성신문]

 

ⓒ 강원고성신문

셔우드는 닥터 하디 선교사의 설교를 듣고 큰 감동을 받았다. 장래 서양으로 돌아가 사업가가 되려 했는데 하디 선교사의 설교를 듣고 꿈이 바뀌었다. 하디 선교사는 조선의 방방곡곡에서 하나님의 메시지를 전했다. 그의 말씀은 생명력이 있었고 1907년 ‘기독교 대부흥을 일으켰다. 유교와 조선의 풍습, 관습으로는 결코 쉽지 않은 상황에서 수 천 명의 조선 사람들이 하나님을 만나게 되었다. 그중에 셔우드도 있었다. 그날 설교 내용은 이러하였다.

“기독교 복음의 핵심은 하나님의 말씀에 있습니다. 지옥에 가지 않으려고, 상을 받아 천국에 가려는 마음으로만 믿음 생활을 한다면 하나님 말씀을 잘 알아듣지 못합니다. 인간이 자기 힘과 노력으로 잘 된다고 생각하는 것은 자만심과 믿음의 부족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기독교의 가르침은 하나님께서 우리를 죄악에서 구해 주시는 능력에 있습니다. 예수님은 십자가에 달려 참혹하게 돌아가시며 모든 시대를 통해 가장 놀랍고 귀한 말씀을 하셨습니다.
“아버지여, 저들을 용서하여 주옵소서. 저들은 자기가 무슨 일을 하는지 알지 못하나이다.”(눅 23:34). 이 말씀을 깊이 음미해 보십시오. 하나님께서는 어떤 잘못을 저질러도 우리의 죄를 용서해 주신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아무리 높은 이상도 영적인 힘이 없다면 수행하기 어렵습니다. 이 영적인 힘은 말씀 안에서 꾸준한 기도로 얻어질 수 있습니다. 날마다 음식을 고루 섭취해야 체력이 유지되듯이 우리의 영적인 강건함도 날마다 기도를 통해서 유지될 수 있습니다. 그럴 때 우리의 목적은 인간의 영광으로부터 하나님의 영광으로 그 초점이 바뀌게 됩니다.”

셔우드는 설교를 들으며 ‘내가 장래 어떤 일을 하면 하나님께서 영광을 받으실까?’ 그 생각만 하였고 그날 이후 서양에 가서 공부하여 의료선교사가 되어 조선으로 돌아와 조선 사람들의 병을 치료하는 일을 하겠다고 결심하였다. 어머니나 그 누구도 셔우드에게 의사가 되라고 권고한 적이 없었다.
새해만 되면 셔우드는 언제나 새 일을 계획하지만 작심삼일에 끝나곤 했다. 자신의 힘으로는 그 같은 꿈을 이룰 수 없다. 그러나 하디 선교사의 설교에서 영적인 힘을 얻어 소망하는 것을 이룰 수 있는 방법을 알게 되었고 꿈을 이룰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가슴이 벅찼다.

평양에서 의료사업과 교육사업은 계속 확장되었다. 미국 선교회 본부에서는 가끔 대표를 파견하여 현지에서 필요한 사항이 무엇인지 알아보고 선교사들과 유대를 강화하도록 했다. 이 임무를 띠고 서머스톤(J.Sumer Stone)이 평양에 왔다. 로제타 홀 부인은 매우 기뻐하였다. 그 예전 닥터 홀이 조선에 오기 전 뉴욕에서 일했을 때, 서머스톤 댁에서 기거한 적이 있었다. 남편을 알고 있는 낯설지 않은 선교회 본부 임원에게 조선 선교사업의 상황을 보여주는 일은 홀 부인으로서는 뜻깊고 소중한 일이었다.
서머스톤이 떠나던 날 배웅 나간 홀 부인은 열차가 떠나는 시간도 모르고 이야기하다가 기차가 움직이자 갑자기 뛰어내려 다리 골절을 당했다. 홀 부인은 자신의 병원에 입원환자가 되어 2층 병실에 갇힌 몸이 되었다.
1906년 11월, 어느 날 학교에서 수업을 받고 있는데 같은 반 친구가 교실로 뛰어들어오며 소리쳤다.
“셔우드, 너네 병원에 불이 났대!”
깜짝 놀란 셔우드는 미친 듯이 병원으로 뛰어갔다.
“아, 어머니, 어떡하나? 우리 어머니가 2층 병실에 있어요. 구해 주세요!”
소리를 지르며 불타는 병원으로 뛰어갔다. 다행히 사람들은 불이 번지기 전에 셔우드의 어머니를 비롯한 2층 환자들을 사다리를 이용해 근처의 초가집으로 옮긴 후였다.
홀 부인은 망연자실하였다. 여성 병원과 마거리트 기념 어린이 병동 등, 남편과 딸을 하늘나라로 보내고 천신만고 끝에 지은 병원들은 다 타서 재가 되었다. 남은 것은 단지 벽돌 굴뚝뿐이었다. 굴뚝은 바람이 세차게 불면 쓰러질 것 같았다.
“아, 하나님 어찌하오리까? 어찌 또 저에게 이런 일을...”
홀 부인은 며칠간 식사도 하지 않고 오열하며 기도하던 중 더 나은 것으로 보상해 주실 것이라는 하나님의 위로를 받았다. 홀 부인은 다시 기운을 차렸다. 다친 발의 깁스를 풀자 새 병원 건물을 짓기로 하였다.
먼저 위험한 굴뚝을 제거하기로 하였다. 다행히 운산에 있는 미국 금광에서 종업원을 보내 다이너마이트를 이용해 굴뚝을 무너뜨려 주어서 위험 요인은 제거되었다.
홀 부인은 이제 새 건물이 완성될 때를 기다려야 했다. 병원 건물이 없는데도 환자들이 계속 찾아오자 선교위원회가 ‘구골’이라는 동네에 초가집을 빌려서 작은 진료실을 마련해 주었다. 홀 부인은 그 집에서 불편한 대로 병원 일을 다시 시작하였다. 병원이라 해도 바닥은 진흙은 개어 칠했고 창문은 종이로 바른 초라한 집이었다. 의료 기구도 별로 없었다. 수년 전 평양에서 처음 의료사업을 시작했던 때를 생각나게 하는 상황이 다시 시작된 것이다.
‘이 아픈 마음의 상처를 치료하는 길이 없을까?’
너무나 크게 낙심하는 홀 부인에게 주변에서 아픈 마음이 회복되도록 함께 매일 예배를 드리자고 하였다. 홀 부인은 그들의 마음을 고맙게 생각하고 병원 일을 마친 후, 매일 저녁 예배를 드렸다. 그런데 놀랍게도 홀 부인에게 치료받아 병이 완치된 마을 주민들이 한 사람 두 사람 그 예배에 참여하기 시작하였다.
놀랍게도 병원이 불타 ‘구골’이라는 동네에 초가집을 빌려서 진료를 하게 된 일은, 그 지역에 교회를 생기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훗날 그 교회는 교회 창설자인 홀 부인 로제타를 기억하며 매년 크리스마스가 되면 병원용 유니폼을 만드는 데 써달라며 교인들이 직접 손으로 짠 두툼한 천 두루마리를 보내오곤 하였다.

화재의 쓰라림을 경험한 홀 부인은 새 건물을 벽돌과 화강암으로 짓기로 했다. 장소도 닥터 홀 내외가 처음 평양에서 의료 봉사를 시작하던 곳과 가까운 곳을 정했다. 로제타의 아픔을 아는 지인들과 친구들의 후원으로 더 크고 좋은 건물을 지을 수 있는 자금이 마련되었다. 수도와 온수, 난방 시설도 설계되었다. 홀 부인이 구상한 건물은 그 당시 평양에서는 아주 혁신적인 시설이었다.
홀 부인은 열네 살 된 셔우드에게 자립심을 길러 주려고 병원 짓는 일을 감독하고 돕는 일을 시켰다.
“셔우드, 너는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걸 좋아하니 이 일도 잘 해 낼 거야. 이 일이 장래에 너에게 큰 도움이 될 수도 있어. 잘 모르는 것은 목수님께 물어보며 잘 진행하도록 하거라. 엄마가 옆에서 도울게.”
홀 부인은 셔우드를 도와주도록 집 짓는 일을 하는 고 서방을 붙여주었다. 셔우드의 첫 번째 임무는 목수들의 조장 김 씨를 서울로 데리고 가서 벽돌 건물이 어떻게 생겼는지를 보여주는 일이었다. 김 씨는 벽돌 건물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다고 하였다. 그 무렵 평양의 선교회 건물은 모두 한옥이었다.
열네 살 된 소년 감독의 임무는 너무 벅찬 것이었다. 셔우드와 김 씨의 관계는 ‘장님이 장님을 인도하는 격’이었다. 그러나 역시 경험은 가장 좋은 선생님이었다. 모르는 것은 여기저기 물어보고 어머니와 목수 조장인 김 씨와 머리를 맞대고 의논하며 일한 결과 1908년, 아주 멋지고 커다란 새 건물이 완성되었다.
천신만고 끝에 지은 여성 병원과 마거리트 기념 어린이 병동이 불에 탄지 2년여 만에 새 병원 건물이 완성되었다. 그동안의 아픔을 뒤로하고 홀부인은 감사의 눈물을 흘리며 이렇게 기도하였다.
‘아, 하나님, 감사합니다. 이렇게 더 좋은 현대식 병원을 주셔서 많은 환자를 치료하게 하시려고 그 힘든 고통을 저에게 주셨군요! 이겨낼 힘까지도…….’
병원이 많이 커져서 다음 해에는 맹인학교에 이어 청각 장애와 말을 못 하는 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추게 되었다.

셔우드가 어느새 만 15살이 되었다. 상급학교 교육을 받아야 할 나이가 되었다. 당시 평양외국인학교는 8학년 밖에 없었다. 가을이 되자 홀 부인은 셔우드를 중국 산동성 취푸(Chefoo)에 있는 영국 선교부에서 운영하는 고등학교에 진학시키려고 셔우드를 산동성으로 데리고 갔다.
자신을 학교에 입학시키고 평양으로 돌아가는 어머니를 보며 셔우드는 쓸쓸했다. 엄마를 따라 다시 평양으로 돌아가고 싶어졌다. 겁 없이 명랑하던 소년의 마음에 향수병이 생긴 것이다. 셔우드는 어머니가 떠난 길을 넋을 잃고 바라보고 있었다.
<다음호에 계속>

강원고성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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