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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에 묻어온 사랑

<고성문학회> 회원 작품 릴레이 [28] / 강정희(수필)

2021년 05월 31일(월) 11:09 [강원고성신문]

 

ⓒ 강원고성신문

여름내 내리지 않던 늦가을 가랑비가 추적추적 청승맞게 내리던 어느 날 집 앞에 택배 차 한 대가 끼익! 멈췄다.
혹시? 내 예감은 적중했다. “강정희 씨 댁입니까? 택배 왔습니다. 강릉 내곡동 고두춘 씨가 보냈습니다. 5,000원입니다.”
아직 지난번 보낸 음식 나부랭이들이 냉장고 구석구석 있는데 또다시 바리바리 싸 보낸 택배 박스에 싸한 모정의 전율이 목메어서 애써 헛기침을 하며 택배를 풀었다.
남편의 교통사고로 벌써 석 달째 보지 못한 맏딸이 그리워서 택배에 그리움을 싸 보내신 어머니! 5남매중 제일로 가난하게 사는 것이 늘 가슴 아프셔서 눈물짓는 어머니!
어릴 때부터 유난히 채식주의자였던 나의 식성을 어지 모르실까? 당근, 배추 2포기, 손수 깎아 만든 곶감, 감자, 찹살풀로 쪄서 말린 고추, 호박 말린 것, 무말랭이…, 세다가 지쳐버릴 정도다.
그렇게 하나하나 신문지에 돌돌 말아 어떻게 사랑탑을 그리도 잘 쌓으셨을까? 어머니가 보낸 음식들은 여기서도 충분히 먹고도 남는 것들인데 이 딸이 행여 그리 좋아하는 푸성귀 못 먹을새라 눈에 뜨이기만 하면 싸 모아 두는 것이다. 어쩌다 내가 좋아하는 음식이 생기면 바로 전화하신다.
“에미야! 어저께 뒤란에서 머위를 많이 꺾어다 삶아 놓았어. 언제 와서 가지고 가거라.”
남편은 또 우스갯소리를 한다. “아무래도 당신을 택배로 장모님께 보내야겠어. 그래야 딸내미 걱정 끝나지, 원.”
물론 그렇다. 어머니의 사랑의 전쟁은 쉬 끝날 기미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결혼을 하고 친정집을 나오던 순간부터 그 지극한 사랑은 한결같이 지치지도 않고 그렇게 표현되고 있었던 것이다.
열 번을 오라고 부르면 한 번도 제대로 가보지 못하는 불효자식 딱지는 벌써 10년째 달고 있다. 이 지독하고 지치지 않는 무언의 끈끈한 사랑의 원천을 뭘까? 그 고귀한 사랑을 그렇게 빚지고 살면서 야속하게 원금은 물론 이자 하 푼 안내고 고스란히 떼어먹고 지금껏 전혀 엉뚱하게 내 자식들에게 그 빚을 갚고 있는 자신이 얼마나 당당한지…. 그러나 사랑이 내리 사랑인 것을 어찌하랴?

6.26 한국전쟁 때 친할머니를 잃으시고 홀아비로 사시던 할아버지가 맏아들인 우리 아버지가 결혼 할 무렵 새 할머니를 얻으셔서 사랑채에선 할아버지가 자식을 낳으시고 안채에선 우리 5남매들이 오롱조롱 태어났다.
그 당시 대학가에서 하숙집을 하던 우리 집은 하숙생들과 우리 식구들까지 내 어릴 적 기억으로는 마치 오일 장마당 같이 사람이 많았다. 층층시하에서 당신 자식보다 더 어렸던 시누이 시동생들을 견책하지 못하시고 장녀인 나를 죄목도 영문도 모르는 체벌과 혹독한 매를 가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는 뒤란에서 흐느껴 울던 어머니! 그런 환경 속에 살면서 일찍 철이 들어야만 했던 나는 그 사실을 알고 말았다. 그래서 어머니의 한이 풀릴 때까지 도망가지 않고 그 매를 맞아준 적이 참 많았다.
며칠 전, 어머니는 전화하시면서 “난 좀 더 늙으면 너희 집에 가서 살다가 죽을란다”고 하셨다. 그것이 오롯이 어머니의 작은 소망이다. 지금도 얼마나 오고 싶으실까? 그러나 아직은 홀로 계신 구순이 넘으신 시아버님이 저토록 정정하시니 자꾸 미루어 오는 나도 딱하다.
대들보 같은 아들 삼형제가 있음에도 그 어르신은 왜 하필 나였을까? 어릴 때 내게 하셨던 그 모진 행위를 가슴으로 사죄하는 심정이실까? 난 이미 다 잊었건만 어머니는 눈에 흙이 들어가기까지는 가슴 안에 품고 갈 작정이신 것 같다.
“엄마! 왜 나하고 살고 싶어요?”
“응! 너와 제일 마음이 맞아.”
전화 속 나의 목소리가 조금만 지친듯하면 금세 우시면서 “어릴 때 많이 맞아서 네가 자주 아픈 거야!”라고 하신다.
우리엄만 누나밖에 보이지 않는 눈뜬장님이라며 나머지 4남매가 시기와 질투를 해도 아랑곳하지 않고, 지금까지도 징하게 택배에 실려 온 어머니의 사랑이 가을비에 젖어 더욱 목멘다. 영원히 내 가슴 깊이 고이 간직될 택배의 화신, 어머니….

-강릉 출생, 간성읍 거주
-간성시장에서 <길서방네 식당> 운영
-제25회 신사임당 얼 선양 강원여성문예경연대회 수필부문 장원(2016년)
- 문인협회 강원고성지부(고성문학회) 회원

강원고성신문 기자  
“행복한 고성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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