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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수가 아닌 선택의 시대

금강칼럼 / 권성준 칼럼위원(강원고성갈래길본부 대표이사)

2020년 02월 26일(수) 09:41 [강원고성신문]

 

ⓒ 강원고성신문

입시철이 끝나고 이제 곧 입학철이 시작되는 3월이 다가온다. 내가 열정을 갖고 근무하며 한 명이라도 더 좋은 대학을 보내려고 진학지도에 몰입할 때 서울에 있는 후배 지인의 이야기가 생각난다.
“우리 집 두 아이들을 볼 때마다 가슴이 아픕니다. 늦은 밤 학원에서 돌아와 이것저것 과제 끝내면 매일 밤 12시를 넘겨 버립니다. 아침에 졸음에 겨워 고통스럽게 일어납니다. 학교를 보내야하기에 소리를 질러 혼을 내서 깨워야만 합니다. 그때마다 너무 고통스럽습니다. 그 순간 제 자신이 미워지고 이 나라가 미워집니다. 하지만 아무것도 해결되는 것 없이 또 내일 그리고 모레, 똑같은 일상이 반복됩니다. 결국 이런 생활의 짜증들이 모여 부모와 자식 간의 단절과 부부간의 불화로 폭발합니다. 저희 집 불화 원인의 90%는 바로 아이들 교육문제와 성적입니다.”

문제는 교육이 아니라 대학입시

이야기 속의 상황은 중·고생 자녀를 둔 대부분의 부모가 겪고 있는 현실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후배 지인 아버지는 ‘교육문제’를 가정불화의 원인으로 진단하고 있지만 보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문제는 교육이 아니라 입시, 특히 대학입시다.
‘어떤 대학에 갈 수 있느냐’는 목표 하나만을 보고 중학교 때부터, 이르면 초등학교 이전부터 자녀를 학업에 ‘올인’시키고 있는 것이 우리 부모들의 현주소다. 아이들은 대학에만 가면 별천지가 펼쳐질 것을 기대하고 사람으로서 당연히 누려야 하는 자유와 행복을 미룬 채 10대 시절을 보낸다. 하지만 대학에 간 후 그들은 취업이라는 높은 현실의 장벽이 앞에 놓여 있음을 알게 된다.
부모나 자녀 모두 이 같은 경쟁 체제 속에서 대학 진학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하지만 지금처럼 모두가 대학에 가는 것을 당연하게 여긴 지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고교생들이 상급학교인 고등교육기관으로 진학한 비율을 일컫는 대학 진학률은 지금의 초·중·고생 자녀를 둔 학부모들이 대학에 들어가던 1980년대에는 20~30%에 불과했다. 고교 진학률도 지금보다 낮았기 때문에 같은 연령대에서 실제 대학에 가는 비율은 이보다 더 낮았다. 그러나 지금 대학 진학률은 80%를 넘나들고 있다. 나머지 20%마저도 대학에 못 가서 안 가는 것이 아닌 시대가 됐다.
‘대졸’ ‘학사학위’ 자체가 갖는 변별성은 거의 사라졌다. 지금은 예전에 비해 더욱 더 대학 자체보다 어느 대학을 가느냐가 변별성을 가지게 됐다. 모든 부모와 자녀들이 경주마의 기수와 말처럼 소수의 이른바 ‘명문대’를 향해 달리고 있는 것이 지금 우리의 모습이다.
그러나 이제 인식에 전환이 필요할 때가 왔다고 생각한다. ‘대학은 무조건 가야 한다’는 생각은 ‘대학을 안 나오면 사람 구실을 못한다’는 지극히 현실적인 인식에 기반을 둔 것 같아 보이지만 실상 이는 매우 비현실적이다. 대부분 부모들이 자녀의 초·중·고 12년 혹은 그 이상을 대학 진학에 목을 매고 있지만 원래의 목표를 달성할 확률은 5% 이하다. 그마저도 경쟁력을 갖추지 않으면 들어가기 힘든 바늘구멍이다.
이 같은 현실은 자녀가 대학에 입학할 때까지 부모가 들이는 막대한 경제적 투자와 정신적 낭비를 보상받을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말도 된다. 게다가 연간 1천만원을 넘어선 대학 등록금을 대기 위해 부모는 대출 부담에, 자녀는 아르바이트 노동에 시달린다. 이는 또 자녀의 정규직 취업 기회를 제한하는 악순환으로 작용한다. 빨리 돈을 벌어서 학자금 대출을 갚아야 한다거나, 아르바이트로 인한 취업 준비 부족과 육체적·정신적 피로에 이른바 ‘좋은 일자리’를 얻을 가능성은 조금씩 멀어진다.
그러기에 우리에 자녀들은 극단적인 선택에 내몰리기도 한다. 2017년 전남 장성의 한 저수지에 빠져있는 승용차 모녀 자살 사건은 딸이 다니던 대학의 등록금 납부 기간 마지막 날 등록금 5백만원을 구하지 못해 어머니와 딸이 함께 목숨 끊었다. 강릉에서는 20대의 대학생이 즉석복권 여러 장과 학자금 대출 서류를 옆에 두고 번개탄을 피운 채 스스로 목숨을 끊었으며, 제주에서도 대학 졸업 이후 6년 동안 공무원 시험에 번번이 낙방한 것을 비관한 수험생이 음독자살하기도 했다.
그런데도 많은 부모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대학은 나와야 그나마 낫다”며 대입 관문을 향해 아이들을 채근하고 있다. 이렇게 자녀를 성공 가능성이 극히 희박한 대학 입시와 사교육에 몰아넣는 사람들의 심리 이면에는 실제 자녀의 행복보다 본인의 심리적 안도감이 자리잡고 있다.
그런데 최근 대학의 존폐 위기 문제가 통계 수치와 함께 제기되고 있다. 최근 종로학원하늘교육이 정리한 추정통계에 따르면 올해 고3이 되는 학생들이 치를 2021학년도 대학입시 모집인원은 55만6백59명이며, 대학 진학 희망자 수는 그에 미치지 못하는 약 53만3천명이다. 고3 재학생 중 대학 진학을 택할 학생 수는 약 40만3천명, 재수생 13만명을 더한 수치다.
결국 대학이 모집하는 인원보다 대학에 갈 만한 인원 수가 1만6천명 이상 모자란다는 계산이 나온다. 정원미달이 계속될 경우 재정난이 심화할 수밖에 없어 ‘대학 줄도산’ 사태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서울대 모집정원이 3천1백22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 서울대 5개가 한 번에 사라지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지방대부터 대규모 미충원 사태의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데일리 기사에 보면, 2023학년도 시도별 대입 미충원 비율은 충남이 31.8%로 가장 크다. 충남지역 4년제 대학의 올해 입학정원은 2만8천46명인데 비해 해당 지역의 고1 학생 수는 1만9천1백41명에 불과하다. 이들이 모두 충남지역 대학에 진학해도 신입생 충원율은 68.2%에 그친다. 충남을 비롯해 △대전(25.2%) △경북(23.8%) △부산(20%) △강원(19.9%) △충북(18%) 등 6곳의 미 충원율이 높을 것으로 집계됐다.

맹목적 진학욕구 사회를 멍들게

실제 대학정보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신입생 충원율 70% 미만 대학은 2016년 12곳, 2017년은15곳으로 늘었다. 2018년만 해도 10곳으로 이 중 2년~3년 연속 미 충원율을 보인 대학을 실제로 교육부에 의해 폐교가 완료되었다.
광주교대 000교수는 “학령인구 감소가 본격화되면 ‘벚꽃 개화 순서대로 문 닫는 대학이 나올 것’이란 예측이 있었는데 현실이 되고 있다”며 “일시에 수십 개 대학이 폐교하는 사태가 빚어질 경우 학생들 뿐 아니라 교수·직원들도 생존문제에 직면하는 만큼 교육부가 지금부터라도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제는 수험생을 둔 부모들이 근본적으로 이런 상황의 현실을 직시하고 고민하며 되짚어볼 때가 됐다.
복잡다단해 보이는 교육문제의 종착지인 ‘대학’이 과연 우리 아이들을 10년 이상 희생시키면서까지 추구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인지? 진정 아이를 위한다면 대학 진학을 둘러싼 비현실적인 공포에 휘둘리기보다는 아이들과 차분히 진지하게 논의하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이런 현실속에서 우리가 살고 있는 지역, 농·산·어촌으로 대다수의 서민층이 살고 있는 우리 지역에서 자녀들을 위한 12년의 결실을 현실적으로 어떻게 진로방향을 설정해야 하는지를 냉정하게 되짚어 봐야하는 시기가 왔다고 본다.
이제 대학은 필수가 아닌 선택의 시대가 왔다. 대학 입시가 가지고 올 득실을 냉정히 따져보고 어떤 선택을 하는 것이 아이의 인생에 있어 바람직한 것인지 당사자인 아이와 정직하게 의논해 보는 것이 먼저다. 이를 통해 아이의 10대 시절이 걸린 이 거대한 사회적 흐름이 과연 아이에게 어떤 영향을 줄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자신의 삶을 스스로 살아갈 아이와의 소통은 필수다.
공부가 체질에 맞고 지성인으로 성숙하는 데 대학 진학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아이에게 대학은 필요하다. 그러나 지금처럼 맹목적인 대학 진학 욕구는 아이와 부모, 사회를 멍들게 한다. 가정불화 원인의 90%를 놔두고 나머지 10%를 아무리 바꾸려 해봐도 불행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대학 진학이 필수가 아닌 선택이어야 한다, 즉 대학 강박에서 벗어날 때 아이들 교육뿐 아니라 부모 행복의 기준을 다시 가늠해 볼 수 있다. 마음껏 책을 읽고 친구를 사귀고, 음악을 듣고 여행도 하는 아이들을 상상해보고 그런 아이들을 어떻게 격려하고 지원해 줄 수 있는지를 고민하는 부모의 모습을 상상해보는 용기가 필요하다.

강원고성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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