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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 무시하려면 지방자치 뭐하러 하나

2011년 06월 07일(화) 10:37 17호 [강원고성신문]

 

지방자치가 시행된지 20여년이 경과했지만, 아직도 지방공무원들의 태도는 관선시대 때와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 같다. 공무원들은 무슨 소리냐고 할지 모르겠으나, 불행하게도 최근 우리지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일들은 공무원들이 주민을 위해 일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편의에 따라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 2일 토성면 용암2리 마을회관에서 50여명의 주민이 빼곡하게 들어앉은 가운데 열린 ‘청간리 풍력발전 사업’ 주민설명회는 지방공무원들이 국가의 주인이자 지역의 주인인 주민들을 얼마나 무시하고 있는지 여실히 보여줬다.
청간리 풍력발전 사업은 사업 허가권자인 도지사가 ‘주민동의를 얻는다’는 조건으로 허가를 내준 사안이다. 그런데 업체는 주민 동의를 받지 않았다. 더욱 중요한 문제는 아무리 도지사가 사업허가를 내줬다고 하여도 군수가 개발행위 허가를 해주지 않으면 착공할 수 없는데도, 허가를 내줬다는 점이다.
강원도에서는 ‘주민동의를 받을 것으로 믿고 사업허가를 내줬다’고 할 수 있겠지만, 고성군이 똑같은 말을 해서는 안된다. 주민동의를 받지 않은 사실을 뻔히 알면서도 개발행위 허가를 내준 것은 주민을 무시한 처사라고 밖에는 설명되지 않는다. 강원도처럼 주민동의를 받을 것으로 믿고 개발행위 허가를 내줬다고 구렁이 담넘어가듯이 한다면, 이는 주민들을 무시하는 것을 넘어 우롱하는 것이 된다.
보도에 따르면 심지어 업체 대표는 ‘주민들이 반대하고 있는데 앞으로 어떻게 할 계획이냐’는 질문에 “할 말이 없다. 다음에 전화하라”며 답변을 회피했다고 한다. 사태가 심각한데도 도대체 무엇을 믿고 이런 반응을 보이는 지 궁금하기만 하다. 기자의 간단한 질문에 “주민들과 협의해서 일을 처리하겠다”는 정도의 형식적인 대답조차 해주지 않는다면, 힘없고 빽없는 주민들에게는 어떻게 대할 것인지 쉽게 짐작이 간다.
이에 앞서 지난 1일에는 천진2리 주민들이 마을 뒷산에 있는 소나무 3그루가 죽어가고 있다며, 원인 규명과 배상을 요구하는 일이 발생했다. 이 사안도 지방공무원들이 주민들을 무시한 대표적인 사례로 꼽을 수 있다.
주민들에 따르면 소나무가 처음 이상한 증상을 보였을 때 곧바로 군청 담당부서에 민원을 제기했다고 한다. 한두번이 아니라고 했다. 이동환 이장은 “해양수산과와 환경보호과 등에 수차례 민원을 제기했지만, 한번도 나와보지 않다가 나무가 다 죽은 뒤에야 현장을 찾았다”고 했다.
이들 두가지 사안에서 나타나는 지방공무원들의 태도는 현재 고성군의 자치역량을 가늠하는 척도가 될 수 있다. 관선시대에 도지사가 무서워서라도 민원을 빨리 해결했다고 한다면, 지방자치 시대에는 주민이 무서워서 그렇게 해야 한다. 그런데 현재 고성군 지방공무원들은 도지사도 주민도 무서워하지 않고, 오직 군수에게만 잘보이면 된다는 잘못된 생각을 하는 것 같다.

강원고성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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