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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연옥 칼럼/정직하고 부지런한 삶

2011년 06월 22일(수) 09:04 19호 [강원고성신문]

 

↑↑ 황연옥 칼럼위원(시인, 교사)

ⓒ 강원고성신문

들녘이 푸르름으로 가득하다.
녹색 옷을 갈아입은 산은 생채기 하나 없이 울창하고 가지치기를 시작한 모들은 바람결에 잎새를 휘날리며 건강하게 자라고 있다. 짧은 생을 마감할 준비를 하는 감자 싹도 땅속의 풍성한 결실이 있기에 시들어 가는 잎에서도 수확의 즐거움이 묻어난다.
세월이 흘러도 땅은 변함없는데 사람들의 마음은 왜 그토록 욕심이 가득할까? 매스컴에 보도되는 일련의 금융 부정 사태를 보면서 마음이 편치 않다. 안 먹고 안 쓰며 근근이 모은 돈을 조금이라도 늘려보자고 은행에 저축했는데 찾지 못하게 된다면 얼마나 억울하고 속상하겠는가?
요즘에 와서 ‘항상 남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라’던 고인이 되신 아버지의 말씀이 부쩍 실감이 난다. 남에게 싫은 소리 안하시고 근동에서 소문이 날 정도로 부지런하셨던 아버지, 땅을 사랑하고, 땅의 소리를 들고, 땅과 호흡하며 사셨던 분!
오 척 밖에 안 되는 작은 체구로 자수성가하여 만평이 가까운 농토를 경작 하셨다. 일손을 잘 구하지 못해 어머니와 함께 농사일을 하시며 새벽어둠이 걷히기 전 일어나셔서, 사물이 보이지 않는 밤이 되어야 일을 끝내곤 하셨으니 아버지의 생은 평생 일과 함께 한 삶이셨다.
모내기와 김매기가 끝나도 쉬지 않으시고 아침 일찍 깊은 산에 가셔서 거름할 풀을 베어 저녁녘이면 우차에 높다랗게 풀을 싣고 돌아오시곤 하셨다. 그 풀을 작두에 베어 물을 뿌려 거름을 만드셨다.
이 작업은 한 달 간이나 계속되었는데 여름 끝자락이 되면 집 모퉁이엔 커다란 풀 동산이 생겼고, 풀은 가을과 겨울을 지내며 발효되어 질 좋은 거름을 변해 갔다. 나는 고단해하는 아버지께 이렇게 말을 하곤 했다.
“왜 그렇게 힘들게 일 하세요! 비료를 사다 쓰시면 될 텐데…….”
내 말에 아버지는 빙그레 웃으시며 “땅은 정직하단다. 노력한 만큼 수확을 주지. 이 퇴비는 땅에 힘을 주고, 땅의 병도 고쳐주는 약이란다” 하고 말씀하셨다.
어릴 적, 나는 아버지의 그 말씀의 뜻을 잘 몰랐다. 그런데 아버지가 만든 퇴비를 넣어 농사지은 논의 곡식들은 윤기가 났고, 풍작을 이루어 가을이 되면 아버지의 얼굴엔 수확의 기쁨이 늘 가득했었다.

금년 초, 오래 된 한국영화특선 방영 프로그램에서 ‘맹진사댁 경사’라는 1960년대에 만들어진 영화를 본 적이 있다. 인간의 진심을 다룬 영화의 주제와 코믹한 내용도 잔잔한 감동을 주었지만, 무엇보다도 내 눈을 사로잡은 것은 그 당시 산의 모습이었다. 산에 나무가 거의 없었다.
내가 초등학교에 다닐 때 방학숙제에 빠지지 않는 것이 ‘풀 씨앗 모으기’, ‘퇴비 베어오기’이었다. 저학년은 마른 풀씨 1~2홉, 고학년은 3~4홉, 퇴비도 학년별로 킬로그램을 늘여 가져오게 하였고, 마을 어른들은 사방공사를 하여 그 풀씨를 산사태 난 곳에 뿌렸었다. 정부의 계획적인 조림정책의 결과이지만 어쨌든, 그렇게 황량한 민둥산을 몇 십 년 만에 이토록 푸르고 울창한 산하로 가꾸어 놓은 것은 그 당시 어른들의 노고이다.
명심보감에 “참외 밭에서는 짚신 끈을 고쳐 매지 말고, 오얏나무 아래서 갓끈을 고쳐 매지 말라”는 말이 있다. 남에게 의심 받을 행동조차도 하지 말라는 지혜로운 가르침이다.
오늘 날 경제적으로나 문화적으로 세계에서 부러워하는 자랑스러운 나라가 된 것은 우리 선조들의 부지런함과 정직한 삶이 있었기 때문이다.
정직은 사람답게 살아가는 삶의 근원이다. 행여나 잃어버린 정직성이 있다면 회복하고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며 겸허한 유월을 보내야 할 것이다. 6.25 전쟁의 엄청난 슬픔과 고통을 참아가며 나라를 부강 시킨 분들과 먼 훗날 이 땅을 가꾸며 살아갈 후손들을 생각해서라도…….

강원고성신문 기자  
“행복한 고성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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