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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향인칼럼/추억의 화전놀이

황연옥 칼럼위원(시인, 고성문학회 부회장)

2011년 05월 30일(월) 12:48 11호 [강원고성신문]

 

ⓒ 강원고성신문

봄이 무르익고 있다.
개나리, 진달래를 비롯하여 봄꽃이 만발하고 농사일도 바빠졌다.
내가 초등학교에 다닐 적, 해마다 이맘때쯤이면 마을에 화전놀이가 있었다.
못자리를 끝내고 감자 옥수수도 심어 놓은 후, 모내기를 앞두고 치러지는 마을 아낙네들의 봄놀이였다. 물 좋고 그늘 좋은 산골짜기에 터를 잡고 진달래꽃을 따서 화전을 부쳐 먹으며 하루를 즐기는 화전놀이는 마을 연중행사의 하나였다.
평소에 완고하던 남편이나 엄한 시어머니들도 이날 하루만은 집안일 걱정 하지 말고 하루를 푹 쉬며 즐겁게 놀고 오라는 무언의 배려가 있었다. 시간적인 배려뿐만 아니라 음식을 만들어 먹는 솥단지, 그릇과 음식재료들을 우차로 실어다 주고 산자락 밑에 있는 공지를 평평하게 골라 놀이터까지 마련해 주기도 하였다.
화전놀이가 있는 날 아이들은 학교 공부가 끝나면 십리 길을 부리나케 달려 화전놀이하는 골짜기로 가곤하였다. 동네 아줌마들이 장구를 치고 춤을 추며 흥겹게 노는 모습이 보였고 음식준비로 여념이 없는 모습도 보였다.
진달래 빛을 닮아서였을까? 놀이에 흥을 돋우느라 마신 약간의 농주 때문이었을까? 마을 아주머니들의 얼굴은 발그레 상기되어 있었다.
어느 핸가 화전놀이 하던 날 평소에 강인하게 느껴졌던 친구 어머니가 진달래 꽃 무덤 앞에 앉아 서럽게 울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마을 아주머니들이 얼싸안으며 위로하는 모습을 먼발치에서 보면서 의아하게 생각 했었는데 살아오면서 쌓인 한을 자연 속에서 조심스레 토해내는 시간들이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한참이나 세월이 지나서였다.
전쟁을 겪으며 가족을 잃고, 생활고에 시달리며 가슴 저리게 살아온 인생의 한과 슬픔을 모두 풀고 활력을 재충전하여, 일년 농사일을 잘 내조하길 바라는 시어른들과 남편들의 배려가 화전놀이에 담겨있는 듯하다.
화전놀이 하는 날은 조무래기들도 덩달아 신나는 날이다.
아이들은 화전놀이터에서 약간 멀찍이 자리를 잡아 진달래, 철쭉, 소나무가지를 꺾어 울타리를 만들고 아늑한 공간을 만들었다. 달콤한 소나무 껍질 속 송기물을 빨아먹고 칙뿌리도 캐어먹으며 감질 나긴해도 화전 부침개 한 쪽을 얻어먹는 일도 신이 났었다.

“아리 아리랑, 스리 스리랑 아리리가 났네~ 아리랑 고개로 날 넘겨 주소~”
“에헤야 노야 노야~ 에헤야 노야 노야~ 어기 여차~ 뱃놀이 가 잔다~”

멀리서 들려오는 장구소리와 노랫가락에 흥이 나서 어깨를 덩실거리며 노래를 따라 불러보기도 하고 들꽃을 꺾어 머리에 꽂기도 하며 즐거운 하루를 보냈었다.
봄날의 하루가 지나고 서쪽하늘이 붉게 물들면 잔치 터를 정리한 후, 화전놀이하는 사이에 짬을 내어 뜯은 산나물을 머리에 이고 집으로 돌아오는 아낙네들의 즐거운 행렬들이 만선의 깃발처럼 들녘에 넘실거렸다.
화전놀이는 가부장 적이고 힘 있는 남성들만 위하던 농경시대에서도 아내와 여성을 위하는 조상들의 따뜻한 배려가 담겨있는 넉넉한 봄놀이였다.
이 봄에도 전국 각처에서 봄꽃을 즐기려는 인파들이 넘쳐흐르고 있다.
그 예전 우리 조상들의 봄놀이를 살펴보며 자연이 우리에게 주는 은총을 생각해 본다. 자연에 보답하며 자신과 이웃도 즐겁고, 삶을 재충전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상춘놀이에 대하여 한 번 쯤 생각해 보는 시간들을 가져보았으면 하는 마음이 든다.

강원고성신문 기자  
“행복한 고성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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