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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을 비는 마음

2012년 02월 07일(화) 14:21 48호 [강원고성신문]

 

정월 열 나흗날 저녁 무렵, 골목길을 들어서는 아낙의 얼굴엔 노을빛 같은 기쁨이 출렁거린다.
한 손엔 시장바구니를, 다른 한 손엔 대나무로 만든 예쁘장한 복조리를 들고 있었다. 복조리를 들여다보는 그녀의 모습이 몹시 흡족한 표정이다. 한 해 동안 그 복조리로 인해 온 식구들이 다복할 것이라는 소망에서 오는 만족감이 그녀를 저토록 즐겁게 해주고 있나 보다.
우리에게는 신정이든 구정이든 편하게 주고받는 덕담이 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그 덕담을 주고받는 사람들마다 입가에 모두 웃음꽃이 핀다. 누구나 복 받는 것을 원하기 때문이리라.

누구나 복을 누리며 살고 싶어해

‘복’이란 말에는 여러 가지 뜻이 담겨있다. 남의 복을 빌어 주는 축복(祝福), 흐뭇하도록 만족감을 주는 행복(幸福), 많은 복을 누리는 다복(多福) 등이 있고, 수(壽), 부(富), 강령(康寧), 유호덕(攸好德), 고종명(考終命)을 뜻하는 오복도 있다.
인간은 누구나 복을 누리며 살고 싶어 한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이런 복을 누리는 기쁨보다는 복을 받기까지의 과정과 원하는 것을 이루고 난 후의 삶의 모습일 게다.
일곱 색깔의 신비하고 화려한 무지개를 만져보고 싶어 하던 한 소년이 무지개가 앞산에 있는 것 같아 헐레벌떡 가보았더니 또 건너편 산에 걸쳐 있어, 하루 종일 무지개를 쫓아가다가 지쳐서 결국 죽고 말았다는 전설 같은 이야기에서도 우리는 복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된다.
흔히들 용꿈을 꾸었거나 돼지꿈을 꾸면 재수가 좋고 복이 굴러 들어올 것이라고 좋아하며 그런 꿈을 꾼 날 아침에는 복권을 사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설령 그렇게 해서 얻어지는 돈이 그 사람에게 행복을 가져다줄까?
금년은 특히 다시 굳세게 일어설 수 있는 기를 품은 흑룡의 해라고 좋아한다.
그러나 행운이나 복의 관념을 부(富)나 소원성취(所願成就)의 차원에서만 생각한다는 것은 재고해 보아야 될 문제가 아닌가 싶다.
불우한 사람들을 도우며 남에게 베품과 나눔을 통해 맛보게 되는 기쁨 또한 얼마나 귀하고 값진 복인가.

복은 땀을 흘리며 노력할 때 결실로

얼마 전, TV에서 아프리카 원주민들과 함께 생활하며 그들에게 어두운 문명을 일깨우고 봉사하는 젊은이들의 땀 흘리는 모습을 볼 기회가 있었다. 그들의 건강한 웃음을 보면서 참된 복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았다.
나는 가끔 마음의 평안을 얻고 싶을 때에 ‘밀레’의 명화 <만종>을 생각하게 된다. 농촌의 들녘에서 일하던 부부가 저녁 황혼 무렵, 멀리서 들려오는 종소리에 하던 일손을 멈추고 그 자리에서 일어나 마주서서 숙연하게 기도하는 그림을 보며 진정한 행복이 이런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 보곤 한다.
모두가 자신의 위치에서 맡은 일에 충실하고 어려움을 이기며 땀을 흘리며 노력할 때 우리가 바라던 복은 아름다운 결실로 안겨오지 않을까?
정월 대보름날, 횃불놀이 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멀리서 바라보며 일상의 삶에서 행복을 누릴 수 있는 길이 무엇일까 생각해 본다.

ⓒ 강원고성신문

황연옥 칼럼
시인, 교사

강원고성신문 기자  
“행복한 고성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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