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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향숙 칼럼/아버지 생각에 외로운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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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0월 05일(수) 14:59 32호 [강원고성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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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김향숙 칼럼위원(시인) | ⓒ 강원고성신문 | 아버지를 잃으면 평생이 외롭고 어머니를 잃으면 평생이 슬프다고 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순간순간 이 헛헛함이 무엇일꼬 하다가도 무심히 흘러가다가 아, 이런 느낌이구나 하고 끄덕여질 때가 있습니다.
아무도 아무것으로도 대신할 수 없는 아버지의 빈자리.
자리에 누워계시는 시간들이 많아지고 더러는 아버지로서는 조금 함량미달인 듯 보여지는 대화의 단순성을 보이시면서도 세계적 정치, 경제 흐름의 혜안을 놓치지 않으셨던 유머러스하고 학구적이셨던 멋진 한 남자를 잃은 쓸쓸함.
나와 결혼한 남편은 당연히 아버지 같은 남자일 줄 알았다가 전혀 빛깔이 다른 사람이라, 그 개성을 인정하고 적응하는데 많은 날들을 가슴앓이로 소모했던 어리석었던 신혼이 생각납니다.
대구시청 앞에서 대서사 일을 하시던 아버지는 1965년 거진으로 이사 오신 뒤 많은 사람들의 문서서류작성을 도와주셨고 그 일은 고성군에서 그 당시 복덕방 1호 허가를 받으신 계기가 되었습니다.
외출하실 때는 잿빛 두루마기를 즐겨 차려 입으셨고 누구 앞에서도 당당하고 기품 있으셨던 아버지는 수많은 사업을 거쳐 오시면서 삼년이 지난 외상값장부를 매년 연말마다 불태우시며 탕감해 주셨고, 어려운 청소년들에게 늘 좋은 이야기와 물질적 숨은 도움으로 구제하셨습니다.
잃고 나면 더욱, 함께 하였던 지난날들의 아름다움을 충분히 누리지 못했음이 아쉬워지는 게지요. 얼굴색 하나 안 바꾸시면서도 짧은 순간적인 위트와 어록들은 평생에 남은 가족들에게 웃음으로 남기신 선물이 되었습니다.
맏딸이라 더욱 친구같이 대해주셨던 수많은 긴 밤들의 대화가 그립고, 한겨울 눈이 내리는 날 명파 제진역에 모시고 가서 차 안에서 찍어드렸던 아버지의 목도리 두르신 옆모습 사진을 보며 또 눈물이 납니다.
돌아가시면 개봉하라시며 자녀들에게 남기신 아버지의 편지 같은 유서를 가족들과 함께 읽으며 우리는 참 많은 눈물을 흘렸습니다.
우리는 평생 아버지의 어깨에 얹혀 진 무거운 짐이었지만 그 외로움과 고단함을 자주 헤아려 드리지 못했습니다. 이제 혼자 남으신 어머니를 잘 돌봐드리는 것이 할 수 있는 우리의 일이겠지요.
요즘 이런 시 하나를 써 보았습니다.
엄마의 웃음
우리 엄마
웃으시는 게 보기 좋아
나는 자꾸 촐랑거리고
엄마 옆에 누우면
낮잠도 달다
큰 성경 읽으시다 돋보기 너머로 물으신다
‘너 지금 몇 살이나 됐지?’
‘엄마, 나 쉰아홉’
‘아이구, 벌써 그렇게나 됐어?’
‘그럼, 손자가 벌써 돌이 지났는걸’
눈을 동그랗게 뜨시고는
고개를 끄덕이신다
그러고 보니
나는 손자 앞에서도 촐랑거린다
엄마도 나 어릴 적
웃는 걸 보시려고
나처럼 그렇게 촐랑촐랑 웃으셨겠지
아기 적 내 생각이 나신 걸까
해맑게 웃으시는 우리 엄마
참 귀여우시다
가끔 심장에 손을 얹어봅니다.
‘살아있음’ 잘 키워주셔서 예전엔 어려서 행복했었고 또 젊어서 행복 했었던 것처럼 호호할머니로서도 나는 행복할 것입니다.
순행하는 세월 함께 나이 들어가는 지금 이 순간 역시 하나님께 그리고 내가 아는 모든 사람들에게 감사하고 행복합니다.
우리 아버지처럼 나는 죽어서도 행복할 것입니다.
아버지를 잃어서 나는 자주 외롭습니다.
하지만 이 외로움마저도 아름다워 어쩌면 내가 이 외로움을 즐기고 있는 것은 아닌지.
외람되었다면 아버지 용서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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