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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연옥의 ‘행복한 동화읽기’ 땅꼬마 민들레 1

키가 크면 어떻고 작으면 어때? 다 같은 민들레인데

2012년 06월 26일(화) 09:36 67호 [강원고성신문]

 

ⓒ 강원고성신문


오늘도 해님은 내가 살고 있는 작은 풀밭에 따사로운 햇살을 내려 보내 주십니다.
“야, 신난다. 날씨가 따뜻해지니 내 몸 속에 있는 초록이파리도 이제 밖으로 얼굴을 내놓을 수 있겠는 걸.”
추위에 꼼짝 못하는 대추나무가 모처럼 앙상한 잔가지를 쭉 뻗으며 기분 좋은 듯 중얼 거렸습니다.
나는 아파트 단지의 화단 가에 피어난 조그만 민들레꽃입니다.
아이들은 나를 키가 작다고 땅꼬마 민들레라고 부릅니다. 실은 나도 내 키가 그렇게 작은 줄 몰랐습니다. 며칠 전 일입니다.
내가 있는 화단에서 마주 바라보이는 아파트에 성민이라는 아이가 살고 있습니다. 성민이가 엄마의 손을 잡고 내 곁을 지나가게 되었습니다, 문득 성민이 어머니의 눈길이 내 얼굴에 머물렀습니다.
“어머나, 귀엽기도 해라. 이렇게 앙증맞고 귀여운 민들레가 여기에 피어 있었구나.”
성민이 어머니는 가던 길을 멈추고 허리를 굽혀 나를 내려다보며 밝게 웃었습니다. 웃는 성민이 어머니의 얼굴이 정말 예쁘고 포근해 보였습니다.
“에이, 예쁘기는 뭐가 예뻐요. 땅꼬마 민들레가….”
“땅꼬마 민들레? 이름이 참 예쁘구나. 누가 그런 귀여운 이름을 붙여주었니?”
“키가 너무 작잖아요. 보세요, 제 가운데 손가락길이 보다도 더 작아요. 얘는 땅 냄새만 맡고 자랄거예요. 헤헤.”
성민이는 재미있다는 듯이 가운데 손가락을 펴 보이며 혀를 날름거리고 말했습니다.
“엄마는 화분에서 자라는 화초보다는 이렇게 땅에서 땅 냄새를 맡으며 크는 풀꽃이 훨씬 더 예쁜 것 같아.”
성민이 엄마는 한동안 웃는 얼굴로 나를 바라보시더니 성민이 손을 잡고 상가 쪽으로 가셨습니다. 나는 너무 속이 상했습니다. 키가 작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렇게 아이들 손가락보다도 작은 줄은 몰랐습니다. 성민이가 땅꼬마 민들레라고 놀리던 일을 생각하면 얼굴이 화끈거렸습니다. 혹시 누가 들었나 하여 고개를 돌려 사방을 바라보았습니다. 건너편에 있는 키 큰 민들레가 따뜻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키 큰 민들레야, 너는 참 좋겠다.”
나는 키 큰 민들레를 부러운 눈으로 쳐다보며 말했습니다.
“키가 크면 어떻고 작으면 어때? 다 같은 민들레인데. 대신 너는 환하고 예쁜 얼굴을 가졌잖아. 너무 속상해 하지 마.”
키 큰 민들레의 따뜻한 위로의 말에 나는 기분이 조금 풀렸습니다. 기분이 조금 나아져서 고개를 들고 화단을 이리저리 살펴보았습니다.
노을처럼 붉게 피어오르는 영산홍, 아침이 되면 새초롬히 해님을 맞이하는 보랏빛 물망초도 정말 예쁜 꽃입니다. 올망졸망한 열매를 가득 달고 늠름하게 서 있는 살구나무, 아기 손바닥 같은 예쁜 잎을 가진 단풍나무.
모두 내겐 부러운 모습뿐입니다. 내 기분을 알아차렸는지 옆자리에서 조그만 솜사탕 같은 하얀 꽃을 피워 올리고 있던 클로버가 말했습니다.
“민들레야, 넌 나보다 나아. 넌 예쁜 얼굴을 가졌잖니? 나는 예쁘지도 않아 사람들은 나에겐 관심도 없어. 가끔 나를 좋아한다는 아이들이 꽃목걸이나 꽃팔찌를 만든다고 내 몸을 마구 뽑아간단다. 그럴 때마다 얼마나 아프고 속상한지 몰라.”
클로버의 말을 듣고 보니 나보다 더 딱한 친구들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괜한 투정을 부린 것 같아 부끄러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계속>

ⓒ 강원고성신문

강원고성신문 기자  
“행복한 고성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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