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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연옥의 ‘행복한 동화읽기’[14] 짱구와 아저씨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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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에서 무슨 일을 하든지 다 소중하고 귀한 일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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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09월 04일(화) 10:51 76호 [강원고성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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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씨는 항상 웃는 낯이시고 손님에게 예의를 깍듯하게 차리니까요. 매일 이른 새벽에 큰 시장으로 가셔서 물건을 신선하고 좋은 것으로만 사오신답니다.
차는 어느새 신명리로 가는 고갯마루를 접어들고 있었어요.
“자, 힘을 내겠습니다. 내가 없으면 이런 고갯길을 올라갈 수가 없을 걸요.”
보닛 안에서 엔진이 묵직한 목소리로 목에 힘을 주고 말했습니다.
“그건 그렇지. 하지만 너만 힘을 내면 뭘 해. 나를 돌리는 대로 차가 방향을 잡으니 내가 없으면 가고 싶은 곳에 못 갈지도 몰라.”
동그란 운전대인 나는 엔진이 잘났다고 뻐기는 것이 못마땅해서 아저씨 손에서 맴을 돌면서 재빨리 말했습니다.
“교통사고 예방 하면 나지. 내가 없으면 거리가 온통 차들끼리 충돌하여 수라장이 되고 말 거야. 그러니 내 앞에서 함부로 말하지 말라구.”
어차피 시작된 말씨름에 질 수 없다는 듯 브레이크가 나섰어요.
“얘들아, 말이야 바른 말이지. 너희들이 아무리 가고 싶어도 우리 타이어 네 형제가 없으면 어디 한 발짝이나 움직일 수 있어?”
열심히 굴러가던 타이어까지 말씨름에 끼어들었어요.
“코올탈 냄새 나는 아스팔트길, 먼지 가득한 흙길, 때로는 뾰족한 돌이 박혀 있는 돌밭길을 달릴 때마다 우리 몸이 얼마나 아픈 줄 알어?”
묵직한 앞바퀴가 점잖게 말하자 우리들은 모두 입을 다물었지요.
아저씨는 우리들의 이야기를 들으시며 입가에 싱긋 웃음만 지으셨어요.
“아저씨, 무어라 한 말씀만 해주셔요. 조금 있으면 신명리에 도착할 텐데요.”
나는 모두 제 잘난 척만 하는 우리 형제들이 조금 못마땅한 생각이 들어서 아저씨께 말씀드렸지요. 아저씨는 묵묵히 운전을 하시더니 잠시 후 말문을 여셨어요.
“얘들아, 너희들 말이 모두 맞단다. 세상에는 어느 것 하나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지. 아까 말을 하진 않았지만 밤에 불을 밝혀주는 전조등, 비가 오면 유리창을 닦아주어 앞이 잘 보이게 해주는 와이퍼, 차 안에서 좋은 음악과 소식을 알려주는 라디오 모두 소중하지.”
아저씨는 잠시 말을 멈추시고 운전만 하시더니 말을 계속하셨어요.
“뒤에 오는 차를 볼 수 있는 백미러, 과속을 하지 못하도록 속도를 알려주는 계기판, 그밖의 수많은 차의 부속품들 하나 하나가 모두 다 소중하고 없어서는 안 될 것이란다. 보닛 안을 열고 보면 수많이 엉커져 있는 선과 부속품들, 아주 작은 어느 것 하나라도 없으면 이 차는 움직일 수가 없지.”
아저씨가 말씀을 마치자 제 잘났다고 말 많던 형제들이 모두 입을 다물었어요. 나 역시 부끄러워서 아저씨를 똑바로 못 쳐다보겠더군요.
“그건 너희들뿐만은 아니야. 사람들도 마찬가지야. 어디에서 무슨 일을 하든지 다 소중하고 귀한 일이지.”
아저씨의 눈이 조금 쓸쓸한 빛을 띠며 먼 곳을 향하셨지요. 문득 나는 내 몸을 돌리고 있는 아저씨의 손이 참 부드럽고 따뜻하다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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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황연옥 작가 | ⓒ 강원고성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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