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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명천지(大明天地)에…

2012년 09월 18일(화) 09:28 78호 [강원고성신문]

 

오늘날의 중국은 사회주의 국가이지만, 100여년 전까지만 해도 서로 다른 민족이 세운 왕조가 흥망성쇠를 거듭해왔다. 중국 전체 민족의 93%에 이르는 한족을 비롯해 몽골족, 여진족(만주족) 등 민족이 다른 왕조가 짧게는 수십년에서 길게는 수백년씩 중원을 차지해온 것이다.
여러 민족이 한데 어울려 사는 현대의 중국 국민들은 자신들의 역사 속에서 한무제와 당태종, 청나라의 강희제를 3대 성군으로 꼽고 있지만, 몽골이 세운 원나라를 무너뜨리고 명(明)나라를 건국한 주원장을 가장 중요한 인물 가운데 한명으로 여긴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유방이 건국한 한나라에서부터 당, 송으로 이어지며 찬란한 문화를 꽃피웠던 한족이 ‘야만족’이라고 여겼던 몽골족에 의해 중원을 빼앗기고 97년 동안 원나라의 지배를 받아온 것을 이전 상태로 돌려놓은 사람이 바로 주원장이기 때문이다.
중국은 물론 세계를 재패하며 무너지지 않을 것 같았던 원나라를 패망시킨 명나라 태조 주원장은 한족이면서 농민 출신이었다. 원나라의 폭정으로 부모와 형제들이 굶어죽자 농민군에 가담해 결국에는 원을 무너뜨리고 명나라 초대 황제까지 오른 그가 재임 기간 가장 힘쓴 부분은 법과 원칙을 세우는 것이었다.
그는 명을 건국한 후 ‘대명률’로 불리는 법률을 정비해 나라의 녹을 받는 관료들 가운데 부정부패를 일삼는 ‘탐관오리’를 척결하는 일에 앞장섰다. 대명률은 빈부의 격차를 두지 않았다. 실제로 자신을 ‘부황(父皇)’이라고 불렀던 친조카가 법을 어기자 사형에 처했으며, 자신과 함께 몽골군과 싸워 개국공신이 된 대장군도 법을 어긴 사실이 적발되자 가차없이 죽였다.
이런 점 때문에 일각에서는 주원장을 ‘폭군’으로 평가하기도 하지만, 바로 이처럼 법을 적용할 때 황족은 물론 건국공신부터 서민들까지 공명정대하게 처리를 했기 때문에 ‘대명천지’라는 사자성어가 나왔다. ‘대명천지에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나’라고 했을 때 그 말의 의미는 ‘법에 규정된 대로 공평하게 처리해 억울한 일이 없어야 하는 데 이럴 수가 있나’라는 뜻이 된다.
최근 고성군의회 함형완 의원이 제기한 여수엑스포 국내여비 부당 집행건이나, 인사 규정과 규칙을 어기고 행정직을 보건소장으로 임명하는 일 등은 지금으로부터 1,600여년전인 명나라 때에도 있을 수 없는 일이었던 셈이다.
우리는 일제강점기를 겪은 뒤 1948년 민주공화국을 건립했으니, 민주주의가 실시된지도 벌써 60여년에 이른다. 또한 지방자치가 부활돼 실시된 지도 20년이 넘었다. 그러나 아직도 법과 상식이 통하는 사회는 요원하기만 한 것 같아 안타깝기만 하다. 대명천지(大明天地)는 아직 오지 않았는가.

강원고성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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