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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에 대한 그리움 추모시비로

황연옥 시인 초계리 생가에 선친 추모시비 건립 … 택호 ‘아버지의 집’으로

2013년 05월 21일(화) 16:36 98호 [강원고성신문]

 

↑↑ 지난 5일 황연옥 시인의 추모시비 제막식에 참석한 문인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강원고성신문



아버지의 초상

황 연 옥


아버지가 지게를 지고
논두렁을 걸어오신다
새벽이슬이
삼베바지 가랭이를 다 적셨다

서쪽 하늘에서
여린 빛을 내고 있는 그믐달
새벽 여명은 언제나
아버지 그림자를 지웠다.

내가 철이 들고서야
우리들이 먹은 밥이
아버지의
이슬이란 것을 알았다.


살아생전 자녀들에게 무한한 사랑을 주고 올바른 삶의 길을 가르쳐준 아버지를 그리워하는 추모시비를 세운 60대 딸 부부의 ‘망부가(忘父歌)’가 진한 감동을 전하고 있다.
거진읍 초계리 출신 황연옥 시인(62세)과 남편 김기식씨(69세)는 지난 5일 오후 4시 초계리 고향집에서 선친 고 황병락(1914~1998)의 100세 생일을 맞아 ‘아버지의 초상’이란 시비 제막식과 ‘아버지의 집’ 현판식을 가졌다.
이날 제막된 시비는 가로 1.5m 세로 1m의 자연석으로 만들었다. 시비 앞면은 황연옥 시인의 시 ‘아버지의 초상’이 세로로 음각됐으며, 뒷면은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나 부지런한 농부로 자수성가 하시고, 진실한 삶의 본을 보여주신 황병락(1914~1998) 아버님의 생애를 기리기 위해, 백세 생신날 부모님을 추모하며 딸 황연옥 시인이 쓰고 사위 김기식이 비를 세웠다’고 시비제작 이유와 과정을 기록했다.

↑↑ 황연옥 시인이 '아버지의 초상' 추모시비 제막식을 마친 뒤 남편과 함께 고향집을 배경으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강원고성신문

또 지은 지 50년 된 북방식 한옥 생가에 ‘아버지의 집’ 이라는 택호를 달았다. 생가에는 15년전 세상을 떠난 아버지의 이름과 문패를 그대로 붙여놓았는데, 이번에 외할아버지에 대한 추억을 갖고 있는 자녀들의 제안으로 ‘아버지의 집’이라는 택호를 달게 됐다.
이날 시비제막식에는 평소 활동을 같이하는 고성문학회 회원들은 물론 인근 속초지역의 문인들도 자리를 함께해 이 뜻 깊은 행사를 축하해줬다. 일반적으로 시비는 세상을 떠난 큰 문인을 추모하거나 어떤 사건의 의미를 되새기기 위해 세워지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처럼 돌아가신 아버지를 그리워해서 세운 경우는 드물다.
최명길 시인은 축사에서 “평범한 시비가 아니라 한 생애를 성실하게 살다가 돌아가신 아버님께 드리는 효도시비라고 생각한다”며 “이 시비는 황시인의 아버님을 기리는 큰 뜻이 담겨있지만, 나아가 자녀들을 위해 땀 흘리며 살아가는 이 시대의 모든 아버지의 모습도 담고 있다”고 했다.
황연옥 시인은 “아버님은 감자밭 두 고랑으로 시작해 많은 토지를 일구셨으며, 자녀들이 성장한 뒤로는 교육에 투자해 3남매가 모두 대학을 졸업하고 안정적인 삶을 살 수 있도록 뒷바라지 하셨다”며 “저도 60세를 넘긴 나이로 자녀를 두고 있지만, 아버님의 사랑과 은혜를 생각하면 아직도 부족하기만 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 황연옥 시인이 거진읍 초계리 생가에 '아버지의 집'이라는 현판을 걸었다.

ⓒ 강원고성신문

황시인은 또 “이번 추모시비 건립이 부지런하고 성실하게 살아가는 이 땅의 모든 아버지들에게 힘이 되었으면 한다”며 “이 시를 읽는 분들이 부모님을 그리워하고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 된다면 작은 기쁨이 되겠다”고 했다.
최광호 기자

강원고성신문 기자  
“행복한 고성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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