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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연옥 칼럼 / 한여름 날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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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07월 16일(화) 10:32 102호 [강원고성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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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황연옥 칼럼위원(시인, 동화작가) | ⓒ 강원고성신문 | 초복이 지나고 무더위가 한창이다. 여름은 더워야 곡식이 잘 자라고 제 격이라던 어른들의 말씀이 생각난다.
고성은 바다와 농촌이 함께 있어 먹거리가 풍성하고 산수가 아름다운 곳이다. 농촌 마을 사람들도 한여름 복중에는 바다로 피서를 갔고 그 날은 동네 잔칫날이었다. 날씨 화창한 좋은 날을 받아, 솥과 그릇 먹을 것들을 싣고 바다에 가서 홍합을 따 섭죽을 끓여 영양을 취하며 농사일을 고단함을 서로 격려하며 피로를 풀곤 하였다.
나는 여름방학이면 거진에 살고 계시는 이모님 댁에 가끔 놀러 갔었다.
밤바다에 나가 오징어잡이배의 찬란한 집어등 등불을 처음 보았을 때 와~ 하고 환호성을 질렀다. 수많은 배들이 꽃이 되어 바다를 수놓았고 그 화려한 불빛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설랬다.
요즘 아이들이 불꽃놀이를 볼 때 지르는 환호성과는 다른 소망과 설레임이 담긴 환호성이었다. 오징어가 많이 잡히던 그 시절, 밤바다의 꽃등불에서 아침에 만선의 깃발을 달고 귀항하는 어부들의 기뻐하는 모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1960년대는 오징어가 많이 잡혀 여름이면 농촌에도 빨랫줄에 오징어가 걸려 있었고 밤이면 오징어 눈의 인 성분에서 나오는 빛이 수 십 개의 눈을 가진 괴물처럼 줄에서 빛을 내고 있어, 밤에 마당에 나갔다가 기겁을 하고 놀라던 일들이 생각난다.
농촌에 살던 나에겐 아주 특별한 여름날의 추억이 몇 가지 있다.
밀가루 만들어 국수 뽑기, 여름밤 모기 쫓는 쑥불놀이, 소몰이 목동에 얽힌 추억이다. 부모님과 함께 체험한 일들이지만 그 중, 밀을 심고 빻아 가루를 만들어 국수를 뽑아 먹던 체험이 담긴 추억을 소개 한다.
밀알이 모여 밀가루가 되고…
지금은 밀 재배를 하는 농가가 별로 없지만 내가 초등학교 다니던 시절에는 집집마다 밀을 재배하여 밀가루를 직접 만들어 먹었다. 상수도가 없던 시절이어서 흙마당에서 타작한 밀을 씻어 말리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여름 방학 중 서쪽 하늘에 유난히 노을이 빨갛게 불타는 해질 무렵이면, 어머니는 어린 나에게 이런 말씀으로 도움을 청하셨다. 농사일이 많아 늘 일손이 부족하였기 때문이다.
“노을을 보니 내일은 해가 아주 뜨겁고 무더울 것 같아! 밀을 이셔야 겠어.(밀을 물에 담가 잡티를 떠올려 버리고 조리로 돌과 밀을 분리시키는 작업) 힘들겠지만 아침 일찍 일어나 엄마 좀 도와 주거라”
이튿날, 새벽부터 작업이 시작되었다. 하루 안에 밀을 잘 건조하려면 해가 뜨기 전에 밀을 씻어 물기를 빼 놓아야 하기 때문이다. 졸린 눈을 비비며 밀을 그릇에 담아 마을 한가운데 있는 우물가에 갖다드렸다. 집에 올 때는 어머니가 이셔 놓은 젖은 밀을 다시 담아와 마당 멍석에 널었다. 이 같은 일을 동이 터 올 때까지 반복 했고 해가 떠오르면 밀을 뒤집어 가며 햇볕에 말렸다.
저녁나절 해가 질 무렵 밀을 한 알 입에 넣고 깨물었을 때 ‘딱’소리가 나야 건조가 잘 된 밀이다. 잘 마르지 않으면 밀가루에서 벌레도 생기고 맛도 변질되기 때문에 밀 말리는 일은 아주 중요한 일이었다.
며칠 후 그 밀은 정미소에 실려가 밀가루가 되었고 어머니는 껍질 밀기울로 누룩을 만들어 농주 막걸리를 만드는 원료로 쓰곤 하셨다. 그 밀가루와 막걸리는 우리들이 좋아 하는 술빵의 원료가 되었다.
무엇보다도 신나는 일은 밀가루로 국수를 뽑는 날이다.
국수를 뽑는 아저씨가 마을로 국수 기계틀을 가지고 와서 밀가루반죽을 하여 국수를 뽑아 마당 한가득 국수를 널어 말린다.
뭉퉁한 밀가루 반죽이 머리빗처럼 가느다란 국수 가락이 되어 기계에서 술술 빠져 나오는 모습이 그렇게도 신기할 수가 없었다. 처음엔 부들부들 하던 국수가 살랑바람과 햇볕에 잘 말라 점점 빳빳하게 굳어 가는 모습을 보는 일도 재미있고 국수가닥을 하나 잘라 입에 넣으면 짭쪼름한 생밀가루 냄새가 났다.
철부지 조무래기들은 어른들 눈을 피해 국수발 사이를 뛰어 다니며 숨바꼭질을 하려다가 야단을 맞고 도망치기도 하였다.
저녁나절 잘 마른 국수를 넓적한 나무판 위에 올려놓고 대나무 자로 크기를 맞춰 큰 칼로 잘라서 신문지로 띠를 둘러 종이 상자에 담는 모습을 신기하게 바라보던 일들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그 국수들은 한 여름 식구들의 중요한 식량이 되었다.
어렵던 그 시절이 그립다
요즘엔 가게에 가면 쉽게 살 수 있는 밀가루지만 그 예전엔 밀 한 톨을 소중히 여기며 많은 정성을 들여 손수 밀가루를 만들어 먹었다. 밀 뿐만 아니라 모든 식량을 자급자족을 하였다.
아이들이 들으면 전설의 고향 같은 이야기라 할지 모르나, 불과 사오십 년 전 우리 농촌의 모습이다.
돈만 있으면 무엇이든 쉽게 구입 할 수 있는 편리한 세월이 왔지만 그래도 밀농사를 지어 밀가루를 만들고, 그 밀가루로 국수를 뽑아 먹으며 어렵지만 마을에 인정이 가득하던 풋풋한 그 시절이 그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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