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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 왜 그래? 정신차려.”

황연옥의 ‘행복한 동화읽기’[20] 강남 가는 길 ①

2013년 01월 08일(화) 11:14 89호 [강원고성신문]

 

ⓒ 강원고성신문


“지지야, 잘 잤니? 오늘은 기분이 좋은가 보구나. 다른 날보다 큰 소리로 노래를 부르는 걸 보면.”
마당에서 세수를 하던 여울이가 처마 밑에서 짹짹거리는 지지를 바라보며 말했습니다.
지지는 아기 제비 이름입니다. 아빠 엄마가 먹이를 가져오면 ‘지지배배, 지지배배’ 노래를 불러 여울이가 붙여준 이름입니다.
지지네 가족은 봄이 오면 여울이가 사는 농촌마을로 날아와 여름을 보내고 가을이 되면 멀리 남쪽나라에 가서 겨울을 보내고 오는 철새 가족입니다.
멀리 아침 일직 먹이 사냥을 나갔던 엄마 제비가 날아 들어오는 것이 보입니다.
“저를 주세요. 짹짹.”
“저 좀 먹여주세요. 째재짹짹.”
지지네 형제들이 서로 먹이를 달라고 입을 쫙쫙 벌려댑니다.
“가만히 있거라. 막내 지지에게 먹여 힘을 길러줘야겠어. 먼 산 단풍이 물드는 걸 보면 우리도 이제 강남으로 떠날 준비를 서서히 해야겠구나. 그런데…….”
지지의 입에 먹이를 넣어준 엄마 제비는 한숨을 길게 쉬었습니다.
엄마 제비는 둘째언니 생각이 날 때마다 저렇게 한숨을 내쉽니다.
“강남이 어딘데요.”
“저 멀리 남쪽에 있는 따뜻한 나라란다. 조금 있으면 추워져서 우린 이곳에서 살면 얼어죽게 돼. 먹이도 없고. 따뜻한 강남에 가서 겨울을 보내고 내년 봄에 다시 오면 된단다.”
“얼마나 가는데요?”
“아주 오랫동안 가야 돼. 그 길은 너무 멀고 힘들어서 너희들은 혼자 날아다니고 혼자 먹이 잡아먹는 연습을 꾸준히 해야 한단다.”
지지도 문득 죽은 언니 생각이 났습니다.
“둘째도 같이 갔으면 좋았으련만…….”
엄마 제비는 말문을 잇지 못했습니다.
지지의 집에 지난 여름 아주 슬픈 일이 생겼답니다.
그 날의 일을 지지는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습니다.
엄마 제비가 밭에 나가 파란 애벌레 한 마리를 잡아왔는데 둘째언니의 차례가 되어 먹이를 받아먹었습니다. 먹이를 받아 먹는 것도 순서가 정해져 있거든요.
그런데 잠시 후 큰일이 벌어지고 말았습니다.
“아이고 배야, 아이고 배야.”
둘째언니가 갑자기 배를 감싸쥐고 어쩔 줄을 몰라 하는 것이었습니다.
배가 아프다고 울던 언니는 얼마 후 고개를 떨어뜨린 채 눈을 뒤집어 뜨는 것이었습니다.
“언니, 왜 그래? 정신차려.”
둘째언니와 집을 보던 지지는 겁이 나서 울먹이며 작은 부리로 언니의 가슴을 흔들어보았지만 언니는 아무 말도 없었습니다.
“짹짹 짹짹, 큰일났어요. 누가 좀 도와주세요. 짹짹짹.”
지지의 울부짖는 소리를 듣고 먹이 사냥을 나갔던 아빠 엄마 제비가 서둘러 돌아왔지만 이미 때는 늦었습니다.
“모두 내 탓이야. 모두 내 탓이야. 어제 배추밭에서 사람들이 농약 뿌리는 것을 보았는데, 며칠 지난 후 그곳에 갔어야 하는 건데. 아, 우리 아기 불쌍해서 어쩌지…….”
엄마 제비는 몸져 누워 며칠 동안 먹이 사냥을 못 나갔습니다.
지지는 농약이 무엇인지 잘 모르지만 둘째언니를 죽게 한 나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계속>

↑↑ 황연옥 칼럼위원(시인)

ⓒ 강원고성신문

강원고성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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