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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이 되자 창문마다 하나 둘 불이 켜지기 시작했습니다

황연옥의 ‘행복한 동화읽기’[22] 강남 가는 길 ③

2013년 02월 22일(금) 16:02 92호 [강원고성신문]

 

ⓒ 강원고성신문

어느덧 긴 강을 벗어났습니다.
지지네 가족은 해가 질 무렵 네모상자 같이 생긴 집들이 빼곡하게 들어선 어느 도시 위를 날아가고 있었습니다.
“엄마, 저게 뭐에요? 저 안에 사람들이 사나 봐요.”
“도시 사람들이 사는 집인데 아파트라고 한단다.”
지지는 저런 상자 같은 데서 사람들이 산다는 게 신기했습니다. 자신들이 살던 여울이네 집처럼 처마도 없고 지붕도 없는 모습은 집 같지가 않았습니다.
“엄마, 좀 쉬었다 가요.”
“그래, 오늘은 여기에서 쉬어 가자.”
날이 어둑어둑해질 무렵, 지지네 가족은 어느 아파트의 놀이터 전깃줄 위에 고단한 날개를 접었습니다.
가까이 보니 아파트는 하늘에서 보았을 때처럼 작지 않고 여울이네 집보다 훨씬 높고 컸습니다. 그런데 집 모양이 똑같고 창문도 똑같았습니다.
저녁이 되자 창문마다 하나 둘 불이 켜지기 시작했습니다. 놀이터에서 땀을 흘리며 놀던 아이들이 조그만 아파트 현관을 통해 자기 집으로 들어갔습니다.
지지는 불이 켜진 창문을 통해 집 안을 들여다보았습니다. 집은 꼭 같은데 집집마다 다른 일을 하는 모습이 신기했습니다.
어떤 집은 식구들이 상에 둘러앉아 음식을 먹는 집고 있고, 온 식구가 텔레비전에 정신을 빼앗기고 있는 모습도 보였습니다.
여울이네 집에서는 여울이가 방문을 닫으면 무얼 하는 지 잘 보이지가 않았는데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사는 모습을 한눈에 바라볼 수 있다는 일이 신기하기만 했습니다.
서쪽 하늘을 꽃빛으로 물들였던 노을도 사라지고 어둠이 몰려왔습니다.
그런데 저녁나절부터 놀이터 나무의자에 우두커니 앉아 있는 할머니가 눈에 띄었습니다. 할머니는 삽살강아지를 가슴에 안고 있었습니다.
비둘기 몇 마리가 할머니 주위를 맴돌며 먹이을 주워 먹고 있습니다.
“할머니, 날이 어두워졌는데 왜 안 들어가세요?”
살이 쪄서 오리처럼 뒤뚱거리는 비둘기가 할머니를 쳐다보며 말했습니다.
“너희들이 좋아서 그래. 보름달도 뜨고.”
그러고 보니 동쪽 하늘에 보름달이 둥실 떠올랐습니다.
“할머니, 수영이네 식구를 기다리느라 그러시죠?”
할머니 사정을 잘 알고 있다는 듯 큰 비둘기가 구구거리며 말했습니다.
“아, 아니래두. 수영이 애비가 벌써 오간? 우리 수영이가 중학교에 다닐 나이가 돼야 온댔어.”
할머니의 얼굴에 짙은 그늘이 드리워졌습니다. 보름달 아래서 할머니 얼굴은 어두워 보였습니다.
잠시 후, 할머니는 강아지를 안고 허리를 구부려 아파트 쪽으로 들어가셨습니다. 할머니가 들어가자 아파트 101호 창문에 반짝 불이 켜졌습니다.
지지는 아파트를 쳐다보았습니다.
불이 켜진 아파트 마을이 은하수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여울이네 집 처마 밑에서 한여름밤 바라보던 하늘의 은하수도 가까이 가보면 저렇게 많은 사람들이 모여 불을 켜고 사는 집들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계속>

ⓒ 강원고성신문

강원고성신문 기자  
“행복한 고성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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