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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제비 얼굴에 슬픈 빛이 역력했습니다

황연옥의 ‘행복한 동화읽기’[23] 강남 가는 길 ④

2013년 03월 05일(화) 10:11 93호 [강원고성신문]

 

ⓒ 강원고성신문


할머니가 들어가시자 엄마 제비는 비둘기를 보고 수영이가 누구냐고 물었습니다.
아파트 출입구 현관문 위에 앉아 있던 엄마 비둘기가 말했습니다.
“수영이는 할머니 손녀딸이에요. 아들을 외국에 유학 보냈는데 그 나라에서 장가 들어 수영이라는 아이까지 낳았대요. 그런데 혼자 사는 어머니를 데려갈 생각은 하지 않고 수영이가 중학교 들어갈 나이가 되면 온다는 편지만 왔대요.”
“어머나, 어떻게 그런 일이…….”
“그런데 사람들의 말로는 그게 벌써 몇 해 전 일인지도 모른다는군요.”
지지는 할머니가 사는 아파트를 바라보았어요. 할머니 방 유리창 불이 꺼지는 것이 보였습니다.
“보름날만 되면 밤늦도록 집에 들어가지도 않고 밖에 나와 다를 쳐다보는 일이 습관이 되었어요. 저 달 속에 아들 얼굴이 보인다나요.”
“아들이 얼마나 보고 싶었으면 그랬겠어요.”
“보름날은 밤늦게 집에 들어가서도 불을 끄고 베란다에 나와 앉아 달만 바라보고 있대요. 할머니는 젊었을 때 남편을 잃고 그 아들 혼자 바라보고 사셨대요.”
“어찌 그런 일이 있을까?”
엄마 제비 얼굴에 슬픈 빛이 역력했습니다.
지지는 하늘을 쳐다보았습니다. 갑자기 하늘에서 별똥별 하나가 쭈욱 내려왔습니다. 별똥별을 보고 마음의 소원을 빌면 이루어진다고 하던 여울이 말이 생각났습니다.
“별똥별아, 수영이네 식구가 돌아오게 해주렴. 할머니가 너무 외롭고 불쌍해 보여.”
또 하나의 별똥별이 하늘에 노란 줄을 긋고 떨어져 내렸습니다.
지지는 웬지 기분이 좋아져 입 속으로 조그맣게 노래를 불렀습니다. 수영이네 식구들이 할머니께 돌아올 것만 같았습니다.
“지지야, 그만 자거라. 내일 아침 일찍 일어나 또 먼길을 날아가야 하니까.”
지지는 눈을 감았습니다.
“내일은 또 어떤 일이 있을까?”
문득 여울이네 마을이 그리워졌습니다.
마을 어른들이 정자나무에 모여 앉아 웃음꽃을 피우는 동네, 이웃끼리 음식을 서로 나누어 먹는 정이 많은 동네, 사람들 모두 부지런하게 일하는 여울이네 동네가 정말 살기 좋은 마을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튿날 아침, 지지네 가족은 서둘러 먼길을 떠날 채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할머니가 사는 101호 베란다 바로 앞쪽에 있는 은행나무 위에서 까치가 목청을 돋우어 노래를 불렀습니다.
할머니가 창문을 열고 고개를 내밀었습니다.
“오늘은 까치 소리가 다른 날과 다르구먼. 반가운 손님이라도 오시려나?”
희미하게 보이던 할머니의 눈이 반짝 빛났습니다.
“할머니, 안녕히 계셔요. 곧 좋은 소식이 있을 거에요.”
“비들기야, 안녕.”
지지네 식구들은 할머니를 향해 날개를 몇 번 흔든 후 하늘로 힘차게 날아올랐습니다.
“깍깍, 까까깍.”
까치의 노랫소리가 구름을 타고 높은 하늘까지 올라갔습니다.
<끝>

↑↑ 황연옥 칼럼위원(시인, 동화작가)

ⓒ 강원고성신문

강원고성신문 기자  
“행복한 고성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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