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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국 칼럼/건강한 봄이었으면 정말 좋겠다

2013년 04월 03일(수) 14:13 95호 [강원고성신문]

 

↑↑ 이선국 칼럼위원(시인, 토성면장)

ⓒ 강원고성신문

요즘 날씨가 제법 쌀쌀하다. 꽃샘추위라고도 한다. 며칠 전 때 아닌 폭설 탓이기도 했지만 제철답지 않게 추운 날씨가 연일 계속되고 있다. 아직 겨울의 흔적이 채 가시지 않은 것 같다. 꽃피는 춘삼월이긴 하지만 한겨울이 무색할 만큼 눈이 자주 내리는 봄. 봄눈이라 금방 녹아 사라지지만 큰 산엔 여전히 하얗게 덮여있다. 을씨년스런 겨울이 아직 거기에 머물러 있다. 매년 스산한 날씨와 찬바람에 옷깃을 여미면서 봄꽃 구경을 다니곤 했다. 올해도 역시 마찬가지다.
이렇게 일교차가 크고 계절이 바뀌는 시기엔 감기환자도 크게 는다. 동료직원도 지난달 감기에 걸려 지금까지 고생하고 있다. 가까운 약국에서 구입한 약도 먹고 병원에도 다녔지만 감기는 좀처럼 낫지 않았다. 날이 가도 증상이 호전되지 않더니 급기야 종합병원에 입원하고 말았다. 진찰결과 심한 기침과 가래로 인해 폐에 이상이 생긴 것이라고 한다. 기흉(氣胸), 기흉이라는 병은 결핵 또는 폐렴이 심해지면서 폐에 구멍이 생겨 흉막강 안에 공기 또는 가스가 찬 상태로 호흡이 곤란해지고 심하면 사망까지 이르게 하는 심각한 병이라고 한다. 감기가 만병의 근원이라는 말이 새삼 실감난다. 환절기 누구나 한번 쯤 걸릴 수 있는 감기를 우습게 여겨서는 안 될 일이다.

환절기 감기 환자 늘어

우리는 평소 건강에 대해 많이 얘기하고 있다. ‘건강하시죠?’, ‘건강하세요.’라는 인사말을 입버릇처럼 자주 하는 편이다. 그러나 정작 말처럼 건강을 챙기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게으른 탓도 있겠지만 바쁘고 고된 일상 때문에 미쳐 건강을 돌볼 겨를이 없다는 표현이 옳다.
예전 어르신들은 더욱 그랬다. 많은 식구들의 끼니를 해결해야 하고 옷도 입혀야 하고 편히 쉴 곳도 마련해야 했다. 또 남들처럼 자식 교육도 시켜야 하고 혼인식을 챙기는 것이 자신의 건강보다도 더 중요했다. 그들은 언제나 만만찮은 삶의 짐을 업보처럼 걸머지고 살아야 했다. 자신의 건강을 돌볼 겨를도 없이 논밭에서, 혹은 바다에서, 혹은 거리에서 그리고 숱한 일터에서 하루 온종일 고된 삶을 업으로 삼았다. 더러 건강을 얘기하면 배부른 타령이라고 오히려 핀잔을 주거나 세상물정 모르는 철부지 정도로 치부했다. 어쩌다 쉬는 것도 사치였다. 여가(餘暇)는 호사(豪奢)가 아닐 수 없었다. 일하다가 어지간히 다쳐도 아예 병원 갈 엄두도 내지 못했다. ‘이까짓 정도쯤이야.’하고 덮어버리기 일쑤였다. 당장 벌지 않으면 안됐고, 병원비용도 부담이 아닐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가난한 가장으로서의 삶은 자신이 쓰러지거나 벌지 않으면 곧 가족이 모두 붕괴된다는 절체절명의 중압감 때문에 평소 아프다는 말조차 꺼내지 못한 것이다. 대부분의 가장들은 몸에 이상이 생겨 활동이 어렵거나 병세가 심해지고 그 고통을 견디기 힘들 때 비로소 병원을 찾거나 아프다고 말했다. 그땐 이미 손을 쓸 수 없는 상태가 다반사였다. 그것이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 아버지, 어머니, 그리고 우리들의 자화상이 아닌가싶다. 결국 어르신들은 온갖 세파에 시달리면서도 건강에 대해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그래서 환갑이 중요했다. 하지만 근래 평균수명이 늘어나면서 61세 회갑연이라는 풍습이 우리 주변에서 점점 사라져가고 있다.
이젠 100세 수명을 말하고 있다. 최근 생활형편이 나아지면서 건강과 장수에 대한 관심이 크게 높아졌다. 우리는 과연 얼마나 오래 살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질병 없이 오래 살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사전에 병을 발견하고 치료할 수 있을까? 이것이 사회적 관심사가 되었다. 이러한 생각은 의술과 음식문화의 발달, 그리고 사회보장제도의 확대로 이어졌다. 소득수준이 높아지고 형편이 나아지면서 나타난 우리 생활문화의 변화이기도 하다.

따뜻한 희망의 봄 기대

아프면 본능적으로 치유해야 한다. 치유(治癒, healing)는 심리적인 안정감을 주는 것, 또는 그것을 주는 능력을 가진 존재의 속성을 말한다. 치료와 비슷한 의미로, 병을 치료하다는 뜻도 있다. 반면 치료(治療)는 상처나 병을 낫게 하는 일을 말하지만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준다는 의미는 적다. 치료에는 수술치료, 물리치료, 오락치료, 약물치료, 화학치료, 민간요법 등 다양한 방법들이 이용되고 있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평생을 온갖 질병에 시달렸던 조선 세조임금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저술한 ‘의약론(醫藥論)’에서 병을 고치는 의사를 다음과 같이 구분하고 있다. 마음을 다스려 병을 낫게 하는 의사를 ‘심의(心醫)’, ‘음식으로 병을 낫게 하는 의사를 ‘식의(食醫)’, 약으로 병을 고치는 의사를 ‘약의(藥醫)’라고 한다. 그중에서 심의가 제일의 명의(名醫)라고 했다. 이 기준으로 의성(醫聖)이라고 일컫는 허준(許浚) 선생은 약의(藥醫), 대장금(大長今) 의녀는 식의(食醫)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의술은 세계적으로도 유명하다. 또 현대의학에 기반을 두고 있는 유명 대학병원과 훌륭한 의사들도 너무나 많다. 하지만 아직도 병명을 알 수 없는 질병으로 고생하는 사람들도 많다. 그 중에서는 마음에서 비롯된 환자도 많은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심의(心醫)가 필요한 경우이다.
심의(心醫), 그러나 마음을 다스려 병을 고치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다. 학문적으로 심리학, 정신분석학 등이 전문 과목으로도 알려져 있지만 사람의 마음을 이해한다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은 일이다. ‘마음’이라는 것 자체가 다의적(多義的)인 동시에 다차원적(多次元的)이기 때문에 이 마음의 어떤 면과 어떤 차원을 대상으로 하는가에 대해서는 시대적으로도 입장과 학파에 따라 다르고, 각 학파의 주장과 시대에서 제기하는 정의라는 것 또한 꼭 같지는 않다.
어느덧 계절은 봄이다. 봄엔 언제나 마음이 설렌다. 들뜬 마음을 가라앉히고 새로운 변화와 시작을 겸허히 받아들여야 할 때이다. 심의(心醫)적인 명상과 사색을 통해 자신을 추스르고 차분하게 새봄을 맞이해야 하겠다. 매년 어김없이 돌아오는 봄이지만 마음의 맵시를 갖추고 빛깔고운 봄을 맞이했으면 좋겠다. 팍팍한 일상이지만 세상의 모든 씨앗을 품을 만큼 넉넉하고 건강한 봄이었으면 정말 좋겠다.
지난달 정부가 새롭게 출범했다. 온 국민의 기대와 관심 속에 출발한 새 정부가 겨울의 끝자락에서 만난 봄처럼 우리에게 따뜻한 희망이 되었으면 정말 좋겠다.

강원고성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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