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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달래꽃 냄새 실은 꽃바람이 솔솔 불어오는 것만 같았어요”

황연옥의 ‘행복한 동화읽기’[25] 봄이 오는 소리 ②

2013년 04월 18일(목) 09:36 96호 [강원고성신문]

 

ⓒ 강원고성신문

며칠 후 내가 도착한 것은 커다란 고물상이었어요. 하루에도 많은 물건들이 트럭에 실려 이곳에 도착하면, 쓸 만한 물건은 분류하여 재활용 창고로 보내고 나머지는 재생공장으로 보내는 곳이랍니다.
나는 얼마 동안 냄새 나는 춥고 어두운 방에 갇혀 있다가 다행스럽게도 어느 아저씨의 눈에 띄게 되었어요.
“뻐꾸기시계잖아. 귀퉁이가 좀 떨어지긴 했지만 수리만 하면 아직은 쓸 만하겠어.”
아저씨는 날 창고 벽에 박힌 못에 걸어주셨지만 부러진 왼쪽 다리 때문에 비스듬히 걸려 있어야 했지요. 몸이 망가져 뻐꾸기 소리가 나지 않은 지도 오래 되었답니다.
두 번째 만난 아저씨는 고물상 주인 아저씨였어요. 아저씨는 퍽 알뜰하신 분이셨어요. 수없이 많이 실려오는 물건 중에서 쓸 만한 물건이 있으면 버리지 못하도록 직원들에게 말씀하셨어요.
“고쳐서 쓸 만한 물건은 재활용 창고에 꼭 넣도록 하세요. 수리해 놓으면 쓸 사람이 다 있답니다.”
아저씨는 교회의 장로님이라고 하셨어요. 일요일이 되면 옷을 단정하게 입고 성경을 들고 가족들과 함께 교회로 가시곤 했어요. 나는 그런 아저씨의 모습이 참 좋아 보였어요.
아저씨는 한 달에 한 번씩 교회 식구들을 재활용 창고로 데리고 와서 쓸 만한 물건을 골라 어딘가로 싣고 가셨어요.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집이 없어 오갈 데 없는 사람들이 모여사는 ‘사랑의 집’에 그 물건을 갖다 드린다는군요.
어느 주일날이었어요. 그날도 오후에 아저씨가 다니는 교회 사람들이 내가 있는 재활용품 창고에 와서 쓸 만한 물건을 고르고 있었어요. 갑자기 누군가 손가락으로 나를 가리켰어요.
“저 뻐꾸기시계 이봉석 성도님 가정에 갖다 드리면 어떨까요. 거실에 시계가 없던데…….”
“고장이 나서 뻐꾸기 소리가 울리지 않으니 수리를 해서 갖다 드려야 할 텐데요.”
주인 아저씨가 시간만 알리는 나를 바라보며 말씀하셨어요.
“제가 수리를 해서 갖다 드리겠습니다.”
“목사님이요?”
“예.”
나는 목사님 손에 들려서 시계를 수선하는 집으로 옮겨졌답니다.
목사님은 시계 수리점 주인과는 잘 아는 사이인가 봅니다.
“이 시계 수리하면 뻐꾸기 소리를 다시 들을 수 있겠습니까?”
수리공 아저씨는 고개를 끄덕이셨어요. 목사님은 수리비를 넉넉하게 드릴 테니 칠도 하시 하고 왼쪽 떨어져 나간 다리를 고쳐달라고 부탁을 하셨답니다. 수리공 아저씨는 선선히 대답을 하시며 목사님을 정중하게 배웅까지 하셨어요.
아, 나는 그 수리동 아저씨 손에 의해서 몇 년만에 예쁜 모습으로 세상에 다시 태어나게 되었습니다.
‘아저씨, 감사합니다. 아저씨, 감사합니다.’
나는 수없이 감사하다는 인사를 드렸어요. 한쪽 다리가 떨어져나가 비스듬히 걸려 있었는데 내 다리와 똑같은 모양의 나무조각을 구해서 붙여주고 칠까지 해주어 나는 정말 오랜만에 원래 모습으로 되돌아 왔답니다.
“와, 새로운 모습이 되었구나!”
나를 찾으러 오셨던 목사님이 환하게 웃으셨어요. 그런데 무엇보다도 기쁜 것은 제 목소리가 다시 예전 목소리로 되살아났다는 것입니다. 보경이네 거실에서 주눅이 든 채 울던 그 목소리가 아니었어요. 처음 큰길가 시계방에 진열되었을 때 많은 사람들이 아름다운 목소리라고 칭찬하던 그 목소리가 다시 살아난 것이지요.
나는 너무 기뻐서 눈물을 줄줄 흘렸어요.
“아름다운 뻐꾸기 목소리로 새 주인을 기쁘게 해주거라.”
목사님은 나를 예쁜 꽃무늬 종이로 싸셨어요. 나는 눈을 감고 나의 세 번째 주인이 어떤 사람일까 생각해 보았답니다.
‘나는 이제 좋은 집에서 살지 않아도 됩니다. 나를 좋아하고 내 목소리를 사랑해 줄 사람들이 사는 곳으로 저를 보내주세요.’
나는 두 손을 모아 간절히 빌었습니다.
얼마쯤 갔을까? 내 귀에 크리스마스 캐럴이 들려왔습니다. 옛날 보경이네 집에서 듣던 노래와 가사는 같았으나 느낌이 달랐습니다.
나는 목사님 손에 들려져 어딘가로 왔어요.
“딩동, 딩동~.”
목사님이 미리 연락을 해놓으셨나 봅니다. 초인종이 울리자 얼른 대문이 열렸습니다.
“목사님께서 바쁘실 텐데 이 먼 곳까지 웬일이세요?”
“원, 별 말씀을 다 하십니다. 시계를 하나 얻게 되어서 가지고 왔습니다. 새것은 아니지만 뻐꾸기 소리가 나는 예쁜 시계입니다.”
나를 받아 안은 우리 아저씨는 내 몸을 손끝으로 천천히 어루만지며 기뻐했습니다. 순간 나는 주인 아저씨가 장님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어요.
‘아, 좋은 분을 만났구나.’
눈으로 볼 수 없는 아저씨께 내 목소리가 조금이라도 기쁨이 될 것이라는 생각을 하니 나는 힘이 솟아났답니다.
목사님은 나를 크리스마스 트리가 반짝거리는 거실 한 가운데 벽 위에 걸어주고 가셨어요.
새 주인집의 식구는 중학교 1학년에 다니는 딸 영주와 주인 아저씨, 아줌마 세 식구뿐입니다.
“어머, 웬 뻐꾸기시계예요?”
“목사님이 크리스마스 선물로 주고 가셨단다.”
“너무 예뻐요.”
밖에서 돌아온 영주가 나를 보더니 활짝 웃으며 좋아하였어요. 잠시 후 내 머릿속에 신호음이 울리고 내가 있는 방의 조그만 창문이 열렸습니다. 나는 창문으로 나아가 울기 시작하였어요.
“뻐꾹, 뻐꾹, 뻐국, 뻐꾹~.”
“아, 저 소리는 옛날 진달래 꽃 피던 고향집 앞산에서 울던 뻐꾸기 소린데…….”
아저씨 얼굴에 발그랗게 홍조가 피어오르기 시작했어요.
아저씨는 손을 더듬거리며 내 몸을 만지셨어요,
“얘야, 너는 울고 있는 게 아니라 노래하는 거야. 너의 그 예쁜 목소리가 내게 큰 위안이 되는구나.”
나는 정말 오랜만에 듣는 칭찬이 너무나 감격스러워 어찌할 바를 몰랐답니다.

창 밖에는 아직도 눈이 내리고 있습니다.
“여보, 당신 당뇨 수치가 많이 내려갔어요. 이제 새봄이 오면 눈도 차츰차츰 밝아질 거에요.”
“괜찮아요, 눈이 안보여도.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것만도 얼마나 감사한테. 당신이 옆에 있고, 우리 영주도 예쁘게 잘 자라고 있고.”
아저씨는 나를 쳐다보셨습니다.
“내 고향집에서나 들을 수 있었던 뻐꾸기 소리를 매일 들을 수 있어서 좋고, 저 뻐꾸기시계가 우리 집에 온 뒤로는 마치 고향집에 돌아온 것처럼 편안한 느낌이 든다오.”
손을 마주잡고 창밖을 바라보는 아저씨와 아주머니의 얼굴 위에 이른 봄 노란 햇살이 내려와 앉아 있었어요.
“여보, 봄이 오고 있나 봐요.”
“그래, 가까이에서 봄이 오는 소리가 들리는 걸. 이 눈이 녹으면 땅 밑에서 파란 새싹이 돋아나겠어.”
“당신도 새봄엔 파란 새싹을 볼 수 있게 될 거에요.”
“진달래가 흐드러지게 핀 앞산에서 뻐꾸기 소리 들여오던 고향집에도 갈 수 있게 되겠지?”
아저씨와 아주머니의 다정한 뒷모습을 향해 나는 청명한 목소리로 힘껏 노래를 불렀어요.
“뻐꾹, 뻐꾹, 뻐국~.”
어디에선가 진달래꽃 냄새 실은 꽃바람이 솔솔 불어오는 것만 같았어요. <끝>

↑↑ 황연옥 칼럼위원(시인, 동화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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