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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설] 내 아버지, 그 남자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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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류작가 김하인 장편소설 / 삽화 정재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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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0월 15일(수) 10:46 130호 [강원고성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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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강원고성신문 | | 한마디로 목표 달성 못 하면 미련 없이 사표를 내라는 거다.
이윤 추구가 기업의 당연한 목표. 일보전진은 용인해도 매출순위가 뒷걸음질 치는 일만은 절대 용납이 안 된다. 이번 분기 내 이 목표까지 달성하지 못하면 모두 일괄사표 낼 각오 하라고! 위에서 내려오는 지침과 지시는 단순한 으름장이 아니었다.
뒤처지는 영업자에게 문책성 지시가 몇 번 반복되다보면 어느 날 갑자기 그 사람 책상이 구석으로 옮겨져 있다거나 복도로 빠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다른 모든 제약회사는 밟아야 할 적이다. 그렇다고 같은 회사이고 같은 목표를 가졌으니 G기업 내 직장 동료나 선후배가 과연 모두 아군들인가.
결코 그렇지 않다. 후배는 선배 자리를 노리고 수단 방법 안 가리고 치고 올라온다. 선배는 자기 자리가 위태로울까 약진하는 후배 싹을 미리미리 자른다. 술자리에서 함께 상사를 욕하지만 그 욕이 언제 칼날이 되어 뒷목에 날아들지 모른다.
사회는 피라미드다. 모든 회사 조직도 피라미드형이어서 동료를 떨궈내고 선배를 밟지 않으면 위로 올라갈 수가 없다.
샐러리맨의 비애, 회사원의 스트레스 주요원인은 과중한 업무보다도 바로 이런 피아간 구분이 안 되는 인간관계로부터 비롯된다. 아군도 적군도 없는 게 아니라 결국 모두가 적이라는 엄혹한 현실 판단이 사회와 직장생활의 기본이다. 피 말리는 피라미드 구조에서 살아남으려면 그 누구도 어쩔 도리가 없다. 회사에 많은 이익을 주면 그것이 최선이고 회사는 보답으로 상여금과 승진을 보장한다. 그게 전부다.
자아성취? 꿈? 숨 가쁜 직장 생활에서 그런 한가한 말은 존재하지 않는다. 기업에 입사한 그 순간부터 쉼 없이 이익을 좇는 마라톤이다. 월말이고 매 분기 즈음이면 백 미터를 숨이 끊어져라 주파해야만 하는 하루하루의 연속이 바로 회사생활이고 사회생활이다.
그는 회사생활이 힘들 때마다 시골에서 서울로 모셔와야 할 노모를 생각했다. G회사 입사 후 가까운 이의 소개로 윤현숙을 만났다. 그 이듬해 면목동에 한 칸짜리 전세방을 얻어 결혼했다. 아내가 첫아이까지 임신하자 그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이제 정말 혼자가 아니었다. 당신께선 절대 시골을 떠나 살지 않겠다곤 하시지만 외아들로서 당연히 모시고 살아야 할 노모가 계시고, 한 여자의 남편이자 머잖아 태어날 아이의 아빠가 된다는 것…….
삼십대 초반이었지만 그는 가장으로서 무한책임을 느꼈다. 빨리 방 하나라도 더 늘려야 하고 작은 연립아파트라도 마련해야 했다. 그러자면 월급쟁이인 그로선 방법은 딱 한 가지. 회사에서 탁월한 능력으로 인정받는 사람이 되어야만 했다.
회사가 그에게 월급을 주는 이상 회사는 그의 주인이고 그의 신이었다.
그는 회사를 삶의 최우선으로 두었다. 회사에 몰빵하지 않는 이상 회사는 생계비 이상을 주지 않는다는 것을 간파했기에 그는 회사에다가 자신의 모든 것을 걸 수밖에 없었다. 그는 모든 시간을 회사업무를 보다 효과적으로 수행해 내고 보다 뛰어나게 성취하는 쪽으로 사용했다.
둘째아이가 태어나고 그 두 아이들이 자라 차례대로 학교에 들어갔다. 하지만 그는 아이들 학교에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다. 결혼기념일, 아내와 아이들 생일을 제대로 챙겨본 적이 거의 없었다. 기억 못한 경우도 허다했고 기억은 하지만 격무에 시달리다보면 아차! 하고 잊어버렸거나 귀가시간을 놓쳐버렸다.
그런 나날의 연속으로 아이들이 커서 중학교에 가고 큰 애가 고등학교에 진학하였다. 아이들의 자라는 키와 느는 체중에 비례해 그는 회사에서 실적과 경력을 차곡차곡 쌓았다.
그는 입사동기들보다 늘 한 발 앞서 승진했다. 그는 아내에겐 ‘회사일밖에 모르는 사람’이나 ‘낭만이라곤 눈 씻고 찾아도 없는 사람’으로 통했다. 제 아빠에 대한 아이들 평가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아이들 손을 잡고 일요일에 야구장에 가거나 수영장, 하다못해 영화관조차 가본 기억이 없었다. 토요일은 평일과 마찬가지로 자정 전후의 시간에 귀가했고 일요일에도 회사에 나가지 않으면 그는 오후 늦게까지 내내 잠만 잤다. 아이들 눈에는 파자마 바람으로 거실 소파에서 곯아떨어진, 혹은 전날 술접대로 숙취 때문에 힘들어 하는 모습으로만 남았다.
텔레비전에는 얼마나 좋은 아빠들이 허다한가. 가족여행으로 외국에 함께 나가고 철마다 스키와 요트까지 같이 타는 아빠……. 한마디로 그는 아이들한테는 완전히 낙제점이었다.
아이들은 제 엄마 눈치를 보거나 말을 듣지 제 아빠인 그의 말을 듣지 않았다. 그를 대하는 표정은 한결같이 뾰로통하고 대답은 단답형으로 퉁명스럽다. 어떤 때는 모처럼 가족 외식을 시도해 보려 해도 제 아빠를 낯설어하고 가족모임 자체를 낯설어했다. 어떤 일요일 오후에는 그가 거실에 앉아 있어도 눈에 안 보이는 사람인 양 아이들은 투명인간 취급까지 한다. 그럴 때마다 ‘이게 모두 내 탓이지!’ 싶다가도 억울하고 화가 났다.
아내가, 아이들이, 단 하루만이라도 자신과 함께 회사에 나가 자기가 어떻게 일하는지 곁에서 지켜본다면 충분히 이해해 줄 수 있겠다 싶지만. 그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그는 가족에 대한 자신의 애정이 여타 가장들보다 못할 거라고 생각하진 않지만 가족들에게 보다 잘해주지 못해 미안하다고는 느꼈다. 과다한 회사업무로 진이란 진은 다 빠져 가정과 가족을 신경 쓸 여력이 없었다.
내 맘은 그런 게 아니라고 말해 봐도 과연 그 말이 아내와 아이들 귀에 들리겠는가.
그가 퇴근해 집에 돌아왔을 때 가족들 태도가 냉랭하고 무관심이 도가 지나치다고 느낀 적이 많았다. 아이들조차 무시한다고 느낄 때도 종종 있었는데 그럴 때면 그는 억울해서 아이들에게 하소연이라도 하고 싶었다.
-우리 집 수입은 아빠가 한 달 뼈 빠지게 일하고 받는 월급이다. 너희들이 먹고 공부하며 쓰는 돈, 학원비, 사입는 옷, 게임하고 인터넷하고 휴대전화비, 전기세, 수도세, 난방비……. 매달 붓는 적금, 그리고 아파트 평수를 한 평이라도 넓혀가는 데 필요한 그 돈을 벌기 위해 난 지금껏 최선을 다해왔다. 내 모든 에너지를 써왔다. 너희들에게 살가운 친구 같은 아빠가 돼주지 못해 미안하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난 너희들에게 이렇게 매번 무시당한다는 느낌을 받을 때마다 그렇게 화가 나고 서러울 수가 없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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