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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땐 굴뚝에 연기가 나는 세상

최국장의 정치칼럼②

2014년 02월 25일(화) 14:24 116호 [강원고성신문]

 

↑↑ 최광호 편집국장

ⓒ 강원고성신문

‘호숫가 나무들 사이에 조그만 집 한 채. / 그 지붕에서 연기가 피어 오른다. / 이 연기가 없다면 / 집과 나무들과 호수가 / 얼마나 적막할 것인가.’ 1900년대 초반 활동했던 독일의 극작가이자 시인인 베르돌트 브레이트의 ‘연기’라는 제목의 시 전문이다. 극작가로서 더욱 명성을 날렸던 그는 주로 사회 참여적이며 저항적인 작품을 많이 썼다. ‘아니 땐 굴뚝에 연기나랴’는 속담을 생각하다 이 시가 떠올랐다.

왕곡마을 굴뚝에 연기가 솟아오르면

‘아닌 땐 굴뚝에 연기나랴.’ 이 속담은 원인이 있기 때문에 결과가 있다는 의미다. 브레이트의 시에 이 속담을 적용하면, 누군가 통나무집에서 음식을 하거나 난방을 위해 불을 때고 있기 때문에 연기가 솟아오르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필자는 초·중학교 시절 방학 때면 아버지의 고향인 왕곡마을에서 생활했다. 아이들과 숨바꼭질을 하다가 저녁 무렵 굴뚝으로 연기가 솟아오르면 큰엄마가 밥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잠시 뒤 놀기를 그만두고 부엌으로 가면 찜을 들이기 위해 알불을 아궁이 밖으로 조금 빼놓은 게 보였다. 겨울철이면 그 알불에 고구마를 심어놓고 저녁식사 후 노랗게 익은 고구마를 호호 불며 먹던 기억이 난다.
세월이 흘러 어른이 되고서는 이 속담이 가지는 본래의 의미와 달리, 이를 역이용해 원인이 없는데도 결과를 만드는 경우를 종종 보아왔다. 원인이 있어야 결과가 있는 것이 정상인데, 이 세상에는 자주 원인이 없는 결과가 나타나는 비정상이 일어나곤 한다.
특히 선거철이 되면 아니 땐 굴뚝에 연기가 나는 경우가 많다. A후보가 어느 날 친구와 함께 점심을 먹기 위해 어느 식당에 들렀다. 그런데 마침 그 식당에서 단체 회원들이 모임을 갖고 있었는데, A후보와 잘 아는 사람이 그 모임에 있었다. 자연스럽게 서로 인사를 하고, 각자 자신들의 상에서 밥을 다 먹은 뒤 돌아왔다. 이것이 팩트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A후보는 선관위나 경찰의 조사를 받게 된다. 누군가가 ‘A후보가 식당에서 단체 회원들의 밥값을 내줬다’고 거짓 신고를 한 것이다. 그리고 곧바로 ‘A후보는 끝났다. 금품 제공으로 선관위 조사를 받아서 당선돼도 재선거를 해야 한다’는 소문이 돌게 된다. 어이가 없지만, 실제로 이런 일이 종종 일어난다. 이런 일이 발생하면 사람들은 ‘아니 땐 굴뚝에 연기가 나겠어?’하면서 거짓말을 그대로 믿고 만다.

거짓에 속지 말고 정책보고 선택해야

인간이 달나라를 가고, 지구 정반대에 있는 사람과 얼굴을 보면서 통화를 하는 시대에 살고 있으면서도 이런 일이 발생한다. 이런 거짓 소문이 횡횡한 지역은 절대로 발전할 수 없다. 많은 사람들이 고향을 떠나는 이유가 일거리와 자녀 교육 때문이겠지만, 혹시라도 이처럼 거짓말이 통할 정도로 의식수준이 낮은 지역에서 살기 싫어 그런 것은 아닐까 하고 생각하니 가슴이 아프다.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이런 일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기를 기대해 본다. 첫번째 잘못은 거짓말을 만드는 사람들이지만, 그들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잡기가 힘들다. 방법은 한가지다. 자신의 선택을 후회하지 않기 위해서는 거짓말과 거기서 파생된 소문을 믿지 말고, 후보의 정책을 보고 선택해야 한다.

강원고성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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