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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연옥 칼럼 / 동구밖 오솔길로 다가오는 봄

2014년 03월 25일(화) 09:52 118호 [강원고성신문]

 

↑↑ 황연옥 칼럼위원(시인, 동화작가)

ⓒ 강원고성신문

봄이 오고 있다. 기상관측사상 최고 기록을 낸 지난겨울 영동지방의 엄청난 폭설도 계절의 흐름 앞에서는 어쩔 수 없다. 산모롱이 양지녘에 파란 새싹이 돋아 오르고, 봄나물을 캐는 아낙들의 손길이 바빠진 들녘, 동구밖 오솔길 너머로 봄이 우리 곁으로 다가오고 있다.

꽃의 빛깔과 향기가 다른 이유

새봄의 전령사는 산수유 꽃이다. 노란 꼬마전구 같은 꽃망울이 메마른 나뭇가지에 조롱조롱 매달려 꽃망울을 터뜨리면, 대지에 봄이 오는 신호탄이 울린다.
산수유가 노란 물감을 흩뿌리며 활짝 웃음을 터뜨리면, 목련꽃이 버선발 같은 청초한 모습으로 북쪽을 향해 고개를 든다. 이어서 개나리, 진달래, 라일락 등의 봄꽃들이 앞 다퉈 향기를 풍기며 봄소식을 전한다.
같은 수종이라 할지라도 지난겨울 추위를 이겨낸 강도에 따라 꽃의 빛깔과 향기가 다르게 느껴진다. 어려움을 이겨낸 인고의 세월 빛깔이 꽃 속에 담겨 있나 보다.
나이가 들어가며 나는 산수유의 매력에 푹 빠졌다. 작고 볼품없는 꽃이라 생각되던 산수유가 요즘엔 왜 그리도 정이 가는지…….
멀리서 바라보면 노란 수채화 같은 은은함, 이른 봄 꽃샘추위 속에서 앙상한 가지를 뚫고 돋아 오른 꽃봉오리를 보며 답답하던 마음속에 작은 꽃등이 켜지는 것 같다.
지난 해 시어머니 산소 성묘를 다녀오는 길에 멀리 세종시 전의에서 산수유 묘목 50여주를 사다가 마을길에 심었다. 백일 동안 꽃이 핀다고 하여 일명 목백일홍이라 하는 진분홍빛 꽃이 피는 배롱나무 50여 그루도 사이에 심었다.
지금 심은 작은 꽃나무들이 먼 훗날 큰 나무로 자라나 마을을 환하게 하고, 이 길을 걷는 사람들이 그 꽃을 보며 기쁨과 위로를 얻게 된다면, 그들 가슴속에도 환한 꽃등이 켜지게 되리라.
봄은 희망의 계절이다. 혹한과 폭설에 눌렸던 마음을 다사로운 햇살과 훈풍으로 만져주어 활력을 찾게 해준다. 굳게 닫았던 마음의 창문을 열어 생소한 이웃일지라고 화사한 미소를 보내고 싶어지는 생동의 계절이기도하다.

봄은 소망과 생명의 계절

길섶에 돋아나는 작은 새싹을 보면 경이로움으로 미소를 짓게 되고 한겨울 땅속에서 추위를 견뎌 낸 그들의 수고에 찬사를 보내고 싶어진다. 봄은 이제 갓 입학한 개구쟁이들의 넌출거리는 머리칼에서, 노란 햇병아리의 까만 눈빛에서, 과수원에서 가지치기를 하는 청년들과 묵묵히 굳은 땅을 기경하여 파종을 준비하는 농부들의 힘찬 팔목 위로 다가온다.
부드러운 해풍을 맞으며 출항하는 어부의 뱃전에서, 좋은 품질의 물건을 만들려는 생산자들의 부지런한 손끝에서, 소망의 휘파람을 부르며 우리 곁으로 다가 온다.
때로는 자신의 욕망에만 눈이 어두워 이웃에 피해를 주고 사회를 어지럽게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봄은 부지런하고 정직한 소망을 간직한 사람들이 많은 이 땅에 꽃처럼 화사한 모습으로 찾아오리라.
봄이 오는 길목, 일상의 작은 것에서부터 욕망의 무거운 외투를 벗어 버리고 청순한 미소를 짓는 한 그루 봄꽃 나무가 되어보자.

강원고성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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