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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설] 내 아버지, 그 남자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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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류작가 김하인 장편소설 / 삽화 정재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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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01월 22일(목) 15:07 138호 [강원고성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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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강원고성신문 | |
어떤 친구들은 대놓고 노골적으로 반대했다.
-네가 새로운 사업을 하겠다고? 자영업? 야…… 웬만하면이 아니라 반드시 네가 지금까지 밥 먹고 산 분야에서 살 길을 찾아봐야 해. 자본금도 자본금이지만 자기 분야에서 평생을 밥 먹고 산 업자들도 한 집 건너 폐업하고 있는 이 마당에 네가 무슨 재주로 너도 잘 모르는 일에서 이윤을 낼 수 있다고 생각하냐? 어느 정도 배우고 소규모로라도 시작하면 안 되겠냐고? 야! 친구니까 내가 솔직하게 말하는데 오천만 원? 일 억? 그 정도 자본금이라면 사람들 웬만큼 지나다니는 길목에 두어 평 구두수선점도 내기 어렵다. 변두리로 나가 가게 얻고 인테리어 조금 하고 물건 들여 뭔가를 팔 수 있으려면 그 돈으로 과연 뭐가 가능할까? 떡볶이가게, 깁밥집, 응 그 정도는 할 수 있겠다. 아이들 하교 길에 라면 끓여주고 도넛이니 튀김 같은 거 만들어 파는 거. 하지만 그 찌질한 장사 마저도 요즘은 대기업이 치고 들어와 완전 엉망이 돼버렸지. 그런데 먹는 장사, 그거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다. 손맛과 입담, 그 바닥 통하는 상술이 없으면 몇 달도 못 버티고 망해먹기 십상이지. 아무튼 네가 가진 그 정도 돈으론 사업의 성공 여부를 떠나 출발 자체가 안 된다. 마땅한 게 없어. 점포가 작지만 최소한 번듯해보이는 가게라도 차릴라 치면 간신히 차릴 수야 있겠지. 그 안에서 무엇을 떼어 팔든 만들어 팔든. 하지만 모든 장사는 그 가게에 들인 비용만큼의 여유자금을 가지고 출발하는 게 기본이다. 초기에 장사가 안 되는 것을 감안해서 최소 일이 년은 버텨나갈 만큼의 운영자금이 든다는 것쯤은 너도 잘 알 거 아냐. 그러니까 자영업은 꿈도 꾸지 마라. 많지도 않은 그 피 같은 돈 한 방에 날려먹을 게 뻔한데 그걸 미쳤다고 생고생하면서 까먹으려고 덤벼드냐? 그 돈을 한번 폼나게 써서 날리기라도 하면 차라리 덜 억울하지.
-너, 원찬이 알지? 그 녀석 말야. 재작년에 잘 알지도 못하는 사업에 뛰어들었다가 퇴직금이며 아파트 날려먹고 그것도 모자라 걔네 부모 전답까지 다 팔아먹고…… 그것도 모자라 빚까지 크게 졌다고 하더라. 지금 걔 어딨는지 아무도 몰라. 가정도 완전히 깨졌고. 주유소 하다가 그렇게 됐다잖아. 야, 주유소는 옛날이 주유소지. 요즘 백 미터마다 주유소인데 경쟁력 없으면 삽시간에 나자빠지는 거 그거 하루아침이야. 주유소는 규모가 있잖아. 남 말만 듣고 뱁새가 황새 쫓다가 가랑이 찢어진 격이지 뭐.
-참, 차라리 희태 찾아가 봐라. 걔 천안에서 고깃집으로 떼돈 번다는 소문이 자자하더라. 지난 동창회 때 남들 회비 오만 원 낼 때 걘 척하고 백만 원 내놓던데 말야. 차라리 걔 밑으로 들어가 종업원부터 시작해서 하나하나씩 배워봐라. 좋은 고기 싸게 받는 루트만 개척한다면 고기집이야 게임오버 아니냐? 그 자식 단골손님들 오면 그 큰 덩치에 무릎 탁 꿇고 술 한 잔 두 손으로 권하고 머리 조아린다고 하더라. 손님을 왕대접 해서 저가 왕이 된 놈이야. 하긴 다시 생각해 보면 그것도 쉽지 않겠지? 걔가 미치지 않고서야 나이 마흔여덟에 별로 친하지도 않은 동창생을 종업원으로 들이려 하겠냐? 불편한 그림이 두루룩 깔리는데. 돈 버는 노하우와 비밀 라인이 있다면 제 가족이나 하다못해 형제나 친척들에게 가르쳐주지 미쳤다고 동창생한테 알려주겠냐? 하지만 말야. 자식들과 먹고사는 게 급한데 못할 게 어딨냐? 고기 팔아 벤츠 모는 그 녀석이 그 자리에 오른 건 그만큼의 뭐가 있는 것이니까 네가 걔 바짓가랑이를 붙들더라도 독하게 맘먹고 붙어보는 수밖에. 나 같은 월급쟁이야 너도 알다시피 네게 식사 한 끼 술 한 잔 살 여유밖에 없고. 너하고 똑같이 세상 각개전투로 사는 방법에 대한 노하우도 전혀 없고.
-너 혹시 민옥이 얘기 들었냐? 민옥이 몰라? 초등학교 뒤쪽 오순물 가는데 커다란 느티나무 가겟집 딸 있잖아. 그래, 담배포 하던. 걔 경기도 부천에서 꽃집 크게 한다고 하더라. 천여 평 되는 화원도 두어 개 있고 부천시내에만 꽃가게 체인점이 열 개 가량 된다고 하던데. 그 정도면 사업가 규모 아니냐. 어차피 넌 제약회사 일 아니면 모든 일이 생소할 테고. 꽃농사도 땅농사인 만큼 몸으로 성실하게 하는 게 일의 기본이니까 괜찮을 수 있지 않겠냐? 다른 사업이나 일보다는 덜 속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 말이지. 민옥이 얼굴밖에 모른다고? 여자동창이라 불편하다고? 그게 뭔 상관있냐. 동창 좋은 게 뭔데. 살면서 어려울 때 노하우 정도는 제공해 줄 수 있는 게 동창 아니냐?
그렇게 김민호를 기억하는 옛 친구들 중 소수는 그에게 도움이 되는 말을 한마디라도 얹어주려 애썼다. 그러나 그들 빼고는 대부분 그의 등장을 낯설어하거나 어색해 했다.
‘네가 연락해 만나긴 한다만 갑자기 웬일이냐?’는 기색은 헤어지는 악수를 할 때까지 얼굴에 담고 있었다.
그는 퇴직 후 한 달 여 기간을 그렇게 친구들을 만났다.
자기 사업으로 자리를 잡았거나 성공했다는 동창들을 찾아가 만나보았다. 손가락을 꼽을 정도인 성공했다는 친구들에게 ‘어떻게 내가 네 밑에서 네 일을 좀 배워볼 수 없을까?’ 하고 얘기를 조심스럽게 꺼내놓으면 그들 반응은 한결 같았다. 어이없어하거나 단번에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지난 이십 년 동안 혹은 고등학교 나온 뒤 삼십 년 동안 나는 이 일에 죽자살자 매달려 지금까지 왔다. 하루 서너 시간 이상 자본 일이 없으며 내 길에서 사기도 셀 수 없이 많이 당했다. 빚에 쫓겨 자살까지 생각한 적도 있다. 그런데 뭐라고? 너는 내 일이 어느 정도 눈대중으로 배우면 가진 돈만큼 가게를 차리고 아무나 장사를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나 본데. 그렇게 내 밑을 지나간 사람이 수십 명이고 나와 동종의 일을 하는 사람도 부지기수다. 그렇게 쉽게 먹고 살 이윤이 날 수 있다면 세상에 이 일 안 하는 사람이 누가 있고 성공 안 하는 사람이 누가 있겠냐.
-막상 이 길에 발을 들이고 나면 알게 된다. 돈도 돈이지만 돈이 문제가 아니라 사람이 문제라는 것을. 어디나 사람이고 인간관계다. 장사하는 사람들끼리의 오래된 신뢰, 신용……. 아, 저 사람 겪어보니 괜찮은 사람이구나, 진국이구나, 셈이 반듯하구나, 업자들 간에 이런 게 쌓여 있지 않으면 자리 잡는다는 건 불가능하다. 동네장사엔 천재도 독불장군도 있을 수 없다는 거지. 한마디로 젊은 시절부터 인생을 통째로 집어넣고 피눈물 수도 없이 삼켜야만 지금 정도의 규모를 구축하고 운영 할 수 있다.
-그런데 뭐라? 나이 오십이 코앞인데 명퇴 당하고 마땅히 할 게 없으니까 내가 돈 좀 번다는 소문을 듣고 내 일을 해보겠다고 찾아와?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냐? 네가 내 인생과 내 사업을 지금 욕보인다는 생각 안 드냐? 술 마셨다면 틀림없이 상욕이 나왔을 텐데 그냥 먹던 밥이나 마저 먹고 가라. 세상 모든 일이란 게 남 보기는 쉬워보여도 거기에서 밥을 먹는다면 그 공력은 아무도 모를 피와 땀, 눈물이 버무려진 장구한 세월이고 인생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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