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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칼럼 / 삶 자체가 여행이다

2016년 05월 17일(화) 14:02 170호 [강원고성신문]

 

↑↑ 이선국 칼럼위원(고성군농업기술센터소장, 시인·수필가)

ⓒ 강원고성신문

우리 삶 자체가 여행이다. 고리타분한 얘기지만 얼마 전까지 취미가 뭐냐고 물으면 선뜻 답하지 못했다. 정작 내가 좋아하는 것이 무얼까 생각하면 딱히 떠오르는 답이 없었기 때문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도 모르고 바보처럼 한평생을 살았다. 그러나 곰곰이 돌아보면 그동안 내게 건강한 몸과 마음을 준 것이 산이고 일상생활 속에서 많은 것을 깨닫게 하고 내 삶에 동반자가 되어준 것도 산이다. 그래서 산을 자주 찾았다. 산을 홀로 즐겼고 때론 아무런 생각 없이 산을 오르곤 했다. 그런 연고로 이젠 누군가 내게 좋아하는 것이 뭐냐고 물으면 어렵지 않게 등산이라고 말한다. 등산이라는 말 대신 입산(入山), ‘산에 든다’라고도 한다. 신성한 산을 강조한 말이다. 등산은 크라이밍과 트레킹이란 뜻을 함께 갖고 있다. 트레킹은 전문적인 등산 기술이나 지식 없이도 즐길 수 있는 산악 자연 답사 여행이다. 늘 여행을 하고 있는 것이다.

산을 다녀오면 늘 개운했다

70년대 내겐 취미를 가질 여력이 없었다. 먹고사는 것이 더 급한 시절, 취미 활동은 사치였다. 남들처럼 운동이나 특별히 잘 한다고 세울 만한 것 자체가 없었다. 비용과 시간적 측면에서 취미 활동이란 말은 언감생심이었다. 하지만 내겐 가까운 산이 가장 편한 도피처였고 안식처였다. 그리고 비용이 가장 적게 드는 취미 활동의 대상이었다. 어느 날부터 평생 살아온 바다만큼 산을 좋아하게 되었다. 호젓한 산길이 좋았고 싱그러운 숲이 좋았다. 그곳의 여울소리가 좋았고, 가끔씩 잎사귀를 흔드는 바람도 좋았다. 봄은 봄대로, 여름은 여름대로, 가을은 가을대로, 겨울은 겨울대로 좋았다. 눈에 익는 길이지만 때마다 다른 느낌을 주는 것이 산이다. 그리고 지친 몸을 안기면 언제나 포근히 안아주는 것 또한 산이다. 늘 말없이 교호하는 것이다. 자연을 벗 삼아 주유하는 것은 육체적으로 다소 힘들지만 마음이 정말 편하다. 산을 다녀오면 이튿날부터 근육통으로 며칠 고생은 되지만 마음은 늘 개운했다.
산에 들 때 마다 긴장과 설렘의 연속이다. 곳곳이 위험한 벼랑이요, 돌팍길이다. 대신 자연의 경이로움과 경외심, 때론 놀랄 만큼 멋진 풍광을 선물하기도 한다. 세상 어느 곳보다 산은 호연지기를 길러주는 산교육장이다. 도덕적 용기와 대범함과 도전 정신을 길러주는 힘이 있다. 산을 꾸준히 오가면서 매사 자신감도 얻을 수 있었고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사고를 갖게 되었다. 내게 산은 평생 가르침을 주는 스승이었다. 고교시절 수학여행을 계기로 시작한 산행은 가까운 설악산을 비롯해 전국 이곳저곳을 누비게 되었고 어느덧 40여년이 훌쩍 넘었다. 산에 관한 얄팍한 지식으로 제법 아는 척도 했다. 그리고 언젠가 부터는 해외 원정까지 다녀오는 호사를 누리기도 했다.
지난 2013년 일본의 최고봉 후지산(富士山)을 다녀올 기회가 있었다. 그 산정에서 우연히 낮선 사람을 만났다. 이국땅에서 현지인을 만난 것이다. 사람과 배낭이 날아갈 만큼 강풍이 몰아치는 후지산을 둘째 아들과 함께 오른 코이미츠씨. 이바라키현 히다치시에 살고 있는 그는 전형적인 일본 사람이었다. 처음 만났지만 산정에서 스스럼없이 도시락을 나눠 먹으면서 서로 인사를 나누었고 짧은 만남을 뒤로하고 하산 후 헤어졌다. 나중에 알았지만 그의 부모님은 일제 강점기 만주 철도역사에서 근무하셨고 세계2차 대전이 끝나자 한국을 거쳐 일본으로 돌아가게 되었다. 하지만 부산에서 귀국선을 탈 수가 없어 무척 고생했다. 어렵사리 배에 올랐지만 그의 형은 배안에서 병을 얻어 결국 사망했는데 당시 주변 한국 사람들의 많은 도움을 받은 사실을 그의 부모님으로부터 후에 들었다고 했다. 그래서 한국에 대해 호의적인 생각을 갖고 있었다. 그와의 인연은 후지산 산행에서 시작되었고 가끔씩 이메일을 주고받고 사이가 되었다.

마음의 여행을 떠나자

최근 일본 구마모토 지역의 대형 지진으로 큰 피해가 발생했고 피해주민들의 고통을 받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안부 메일을 보냈는데 그의 일상을 비교적 소상히 전해 왔다.
‘건강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내가 사는 히다치는 4월 10일경에 벚꽃도 만개를 맞이했습니다. 쿠슈의 구마모토, 아소, 벳부, 유후인은 지진으로 심각한 피해를 입었습니다. 구마모토는 금년 2월13일에 갔었는데 지진이 하루빨리 수습되기를 염원합니다. 일본 열도는 봄에서 초여름이 되고 있습니다. 다테야마의 구로베 알펜루트도 개통되었습니다. 금년은 예년보다도 눈이 적은 것 같습니다. 후지산을 함께 등산한 아들은 4월 동경학예대학 박사과정에 진학했습니다. 미래의 교육학을 심층적으로 배우려고 합니다. 나는 5월에는 히로시마원폭 돔과 이스쿠시마 신사, 도고 온천에 갑니다. 7월에는 나가사키의 이키와 대마에 갑니다. 8월에는 타테야마에서 즐거운 시간을 지내려고 합니다. 8월29일 66세 인생, 아직 청춘이라 믿고 싶습니다.’
그는 여전히 여행을 즐기고 있었다. 늘 여행을 준비하고 그를 통해 삶의 행복을 찾아가는 모습이 내겐 부러움으로 다가왔다.
사람 사는 모습은 어디나 비슷하다. 나라가, 인종이, 언어가 다르더라도 살아가는 방식이야 거의 같지 않을까 싶다. 이순을 넘어서도 나름대로 여행과 산행을 즐기면서 여유 있는 삶을 사는 모습이 참 아름답다. 지금 내 삶은 어떤 모습일까. 보다 더 행복하기 위해선 자신의 삶을 먼저 인정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우리 삶은 여행이다. 사는 모습 자체가 여행이다. 차를 타고 어떤 목적지를 찾아가는 것이 아니더라도 매순간 사람들과 만나고 헤어지고, 새로운 환경과 접하고 또 배우는 것이 여행이다. 깊은 산중 작은 샘물이 서로 어울려 바다로 흘러가듯 우린 선택하지 않더라도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함께 어울려 알 수 없는 미래를 향해 가고 있는 것이다. 이리저리 부대끼며 여전히 여행을 하고 있다.
5월은 문화체육부와 한국관광공사, 전국의 지자체와 민간 기업이 함께하는 국내여행 특별주간이라고 한다. 흔들리며 피는 꽃길을 따라 행복한 삶을 찾아서 여행을 떠나는 것은 어떨까. 잠시나마 자신의 모습을 되돌아보면서 초록빛 향기 짙어가는 숲을 찾아서 조용히 마음의 여행을 떠나는 것을 권하고 싶다.

강원고성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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