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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대피소의 제습기를 누가 가져갔을까?

2016년 07월 28일(목) 16:10 175호 [강원고성신문]

 

↑↑ 최광호 기자

ⓒ 강원고성신문

“아무리 급하다고 하지만, 주민들을 범죄자 취급하는 문자메시지를 보내다니 섭섭하고 자존심이 상합니다. 처음에는 몰랐다고 해도 일이 발생한 지 10여일이 지났는데도 아직까지 정식 사과도 없으니, 면민들을 도대체 뭐로 생각하는 겁니까?”
최근 고성군 A면사무소가 대피소에 있던 제습기가 사라졌다며 대피소에서 진행하는 주민자치위원회 프로그램(민요·사물놀이·통기타) 수강생 30여명에게 제습기를 제자리에 갖다놓으라는 문자를 보낸 것이 논란이 되고 있다.
A면사무소는 지난 10일 프로그램 수강생들에게 “00면사무소입니다. 대피소에 있던 제습기가 사라져 경찰서에 의뢰하여 CCTV를 확인하려고 합니다. 가져가신 분은 7월 11일까지 가져다 주십시오”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이런 문자를 받은 수강생들은 “마치 우리 중 누군가가 훔쳐간 것처럼 문자를 보낸 것은 적절치 못하다”며 항의를 하고 나섰다. 특히 ‘경찰서에 의뢰하여 CCTV를 확인하려고 합니다’라는 부분에 대해서는 “수강생을 범죄자로 취급한 것 같아 마음의 상처를 입었다”고 했다.
주민들의 항의가 있자 A면사무소는 다음날인 11일 “마음을 상하게 한 점 사과를 드린다”는 요지의 문자를 보냈지만, 섭섭함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았다. 수강생들은 면장이 내용을 나중에 알았다고 해도 사태를 파악하고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해야하는데, 아직까지 사과를 하지 않고 있다며 분노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사라졌던 제습기의 행방이 뒤늦게 확인됐다. 안전방재과에서 대형 제습기를 설치하고 기존의 소형 제습기는 다른 곳에 사용하기 위해 업체에 교체작업을 의뢰했는데, 업체가 버리는 물건으로 생각하고 작은 제습기를 가져갔던 것이다.
안전방재과는 소형 제습기가 사라지자 면사무소에 빨리 찾아내라고 추궁을 했으며, 면사무소는 대피소를 이용하는 프로그램 관계자 몇 명에게 전화를 걸어 수소문 했으나 “모르겠다”는 답변이 나오자 부랴부랴 전체 수강생에게 문자를 보내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결국 공무원들이 조금만 신중했다면 주민들에게 불편한 문자를 보내지 않아도 됐을 일인데, 성급하게 일처리를 하다보니 주민들과 불신의 골을 만들고 말았다.
취재가 진행되자 A면장은 지난 20일 “저도 문자 내용을 확인하고 깜짝 놀랐다. 저희가 잘못한 것이 분명하다”며 “모든 것은 저의 불찰 때문에 발생한 일로 주민들에게 진심으로 죄송하게 생각하며, 문자를 받은 수강생들에게 일일이 직접 전화를 걸어 사과 드리겠다”고 했다.
고성군 5개 읍·면사무소의 대다수 직원들은 행정의 최일선에서 주민들과 직접 대면하다보니 가끔 언쟁을 높이는 등 마찰을 빚기도 하지만, 자신의 업무에 충실하며 주민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행정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번에 A면에서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해 공직사회에 대한 주민 신뢰를 추락시키고 있다. 주민들은 아직도 공무원들이 주민을 무시하고 있으며, ‘갑’의 위치에서 주민을 대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하고 있다.
이번 제습기 논란을 겪으면서 공무원들의 작은 행위 하나가 주민들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 지 새삼 깨닫게 된다. 공직사회의 보다 신중한 대민업무와 지역주민을 가족처럼 생각하고 배려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강원고성신문 기자  
“행복한 고성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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