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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친 바다에서 삶의 희망을 건진다

창간5주년 특집, 기획취재 / 정치망 조업현장을 찾아서
칠흑같은 어둠 뚫고 새벽 4시 출항… 6시간의 고된 작업

2016년 02월 03일(수) 14:35 163호 [강원고성신문]

 

↑↑ 현대호 선원들이 칠흑같은 어둠과 거센파도 그리고 살을 에는 추위를 견디며 검푸른 바다에서 신선한 고기를 잡아올리고 있다. 새해 1월 22일 새뱍 4시30분경 현대호 조업 모습.

ⓒ 강원고성신문

칠흑 같은 어둠과 거센 파도 그리고 살을 에는 추위를 견디며 검푸른 바다에서 신선한 고기를 잡아 올리는 어업인들의 삶은 한마디로 ‘험난하다’로 표현할 수 있다.
고성군을 비롯한 동해안에서는 다양한 어업의 형태가 이뤄지고 있지만, ‘관광어업’에 가장 많은 기여를 하는 분야는 정치망 어업이다.
전국의 많은 관광객들이 고성군을 비롯해 동해안을 찾는 이유가 시원하게 펼쳐진 바다를 감상하고 동시에 신선한 회를 맛보기 위해서라고 할 때, 신선한 횟감을 가장 많이 공급하는 조업 형태가 바로 정치망이기 때문이다.

칠흑같은 어둠을 뚫고 출항

지난달 22일 새벽 4시 7분 정치망 어선 현대호(대진 선적, 24톤)를 타고 조업현장을 취재하기 위해 출발했다.
하늘에는 달이 떠 있고 사방은 칠흑의 어둠뿐이었다. 육지 온도는 영하 7도였으나, 해상으로 나가니 체감온도가 영하 10도를 넘는 듯 추웠다.
풍랑주의보는 해제됐지만, 아직 파도는 높은 편이었다. 현대호는 최근 계속된 풍랑주의보로 일주일 째 출어를 못하다 이날 모처럼 조업에 나섰다.
배에 탄 어업인은 이철식 선장(47세)과 선원 송인수씨(70세), 그리고 베트남 선원 구옌탄빈(44세), 구옌녹두영(35세), 구옌반쿠앙(23세) 5명이었다. 선주 김동현씨는 입찰 시간에 합류하기로 했다.
15분을 달려 4시 22분 어장에 도착했다. 어장의 위치는 북위 38도28분, 동경 128도27분, 수심은 35m였다.
이날 조업은 현대수산이 보유하고 있는 3개의 어장 가운데 가장 먼 바다에 있는 그물을 먼저 양망하고, 연안으로 들어오면서 작업을 진행했다. 1개 어장마다 2개의 그물에서 잡힌 고기를 건져 올린다. 이날은 총 4개의 그물을 처리했다.
배가 어장에 도착하자마자 이선장이 직원들에게 소리를 쳤다. 아직 어둠이 가시지 않아, 검은 바다 위로 손전등을 비추면서 배를 계속 움직였다. 긴 갈고리로 ‘대장그물’을 잡아 올리면 비로소 작업이 시작되는데, 잘 잡지 못하자 소리를 계속 질러대는 것이었다.
마침내 대장그물이 잡히고 바다 깊숙이 펼쳐져 있던 그물이 천천히 모습을 드러냈다. 높은 파도로 인해 배가 쉬지 않고 흔들리는 중에 그물을 당겨 고기를 건져 올리는 작업이 시작됐다. 자칫하면 바다로 빠질 위험도 있었다. 어디서 나타났는지 몸집이 큰 갈매기들이 그물 주위를 빙빙 돌며 뭔가를 잡아 먹었다.

바다 깊숙히 펼쳐져 있던 그물 드러나

↑↑ 현대호 선원들이 방금 잡아올린 고기들을 종류별로 수족관에 담는 선별작업을 하고 있다.

ⓒ 강원고성신문

어느 정도 시간이 흘렀을까. 그물이 점점 작아지면서 안에 갇힌 물고기들이 윤곽을 드러냈다. 선장은 길다란 산대그물로 고기를 퍼올리기 시작했다. 몸길이 1m급의 대구를 비롯해 넙치(광어), 숭어, 청어, 송어들이 올라왔다. 대형문어 2마리(63kg)도 잡혔다.
산대로 퍼올리는 작업과 동시에 곧바로 종류별로 수족관에 넣는 선별작업이 진행됐다. 선장이 다른 그물로 배를 이동시킬 때도 선원들은 달리는 배 위에서 선별작업을 계속했다. 단 한차례의 휴식도 없었다.
4개의 그물에서 반복되는 조업을 마치고 마침내 오전 8시 37분 대진항으로 귀항했다. 배가 항구로 들어서자 위판장에 고기를 사려는 상인들이 줄지어 서있는 게 보였다.
이철식 선장은 “파도가 치고 난 뒤여서 그런지 조금 들어왔다”며 처음으로 미소를 보였다. 대진 출신으로 30년째 배를 타고 있는 이선장은 “새해에는 고교 1학년과 중 2학년이 되는 아들들이 공부를 잘하고, 현대수산 사업이 안전사고 없이 잘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현대호 이철식 선장이 조업을 마치고 대진항으로 들어오자, 고기를 사기 위해 몰려든 상인들이 배를 바라보고 있다.

ⓒ 강원고성신문

↑↑ 대진항에서 경매가 진행되는 동안 선원들은 잡아온 고기를 위판장으로 나르거나 상인에게 인도하는 작업을 한다.

ⓒ 강원고성신문

↑↑ 몸길이 1m급의 대구를 경매하는 모습.

ⓒ 강원고성신문

배가 항구에 도착한 뒤에도 쉴 틈이 없었다. 곧바로 입찰 작업이 시작돼 10시 10분까지 수족관에 있는 고기를 퍼담아 경매에 부치고 상인들에게 인도하는 작업이 계속됐다.
새벽 4시 출항부터 오전 10시 10분 입찰을 마칠 때까지 약 6시간 단 1분도 쉴 수 없을 정도로 노동 강도가 높았다. 그러나 오전 식사후 오후 3시까지 보망 작업은 다소 편한 작업을 한다. 날씨로 인해 출어하지 않는 날이 많아 전체적인 노동시간은 많지 않다고 한다.
현대호가 이날 고성군수협 대진지점을 통해 경매한 어획량은 총 993kg 어획고는 1천1백39만여원이었다.

↑↑ 입찰작업까지 마친 선원들이 오전 10시 20분 늦은 아침을 하며 잠시나마 피로를 풀고 있다.

ⓒ 강원고성신문

작업을 모두 마치고 오전 10시 20분 대진항내 부두식당에서 선주와 선장, 선원들이 함께 모여 늦은 아침 식사를 하며 잠시나마 휴식을 취했다.
정치망 조업 경력 40년이 넘는 송인수씨(70세)는 함경도 영흥 출신으로 6.25 전쟁이 나기 전에 남하했다가 전쟁이 난 뒤 고향 가까운 이곳 대진에 정착해 지금까지 살고 있다. 그는 새해 소망으로 “아직 장가를 못간 막내 아들(37세)이 결혼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최광호·장공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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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망은 관광어업 활성화 기여”
김동현 현대호 선주 … 베트남 통역사 지원 필요

↑↑ 현대호 김동현 선주.

ⓒ 강원고성신문

대진에서 정치망 어장 3개를 운영하고 있는 선주 김동현씨(58세, 사진)는 “고성군을 비롯한 동해안 횟집들의 70%가 정치망에서 나온 고기를 판매하고 있다”며 “정치망이 지역 관광어업 활성화에 기여하는 부분이 많다”고 강조했다.
수입은 그런대로 괜찮지만, 문제는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정치망도 한국인 선원이 점점 줄어 인력난이 심각하다는 점이다. 현대호는 한국인 선장 1명과 선원 1명, 그리고 베트남 선원 6명이 직원으로 일하고 있다.
베트남 선원들은 초봉 월 130만원으로 시작해 경력에 따라 145만원까지 받고 있는데, 대화가 어려워 오해가 발생하고 가끔 조업을 거부하는 일도 있다고 한다. 그래서 통역사가 절실하다고 한다.
김씨는 “대진에서만 정치망을 타는 베트남 선원이 24명이나 되며, 고성군 전체적으로는 50명이 넘을 것으로 생각된다”며 “근로조건이나 작업방식 등을 설명하는 데 대화가 어려워 오해하는 부분이 생기니, 고성군에서 통역사를 지원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월 1회 정도라도 다문화가정 여성 등을 통해 통역을 지원받을 수 있도록 협조를 해줬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최광호 기자

강원고성신문 기자  
“행복한 고성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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