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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키우는 수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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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치의 변(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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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03월 10일(목) 10:16 165호 [강원고성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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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황 연 옥
(시인,고성문학회장) | ⓒ 강원고성신문 | 나는 길눈이 어둡다. 이런 나에게 남편은 장거리 여행을 가도 웬만해서는 운전대를 맡기려 하지 않는다. 하기는 운전석 옆에 앉아도 길을 익히는 것 보다는 차창 밖으로 지나가는 풍경이나 산과 들 강물 빛깔에 관심이 더 많으니 길눈이 밝을 리 만무다.
평소에도 출퇴근 할 때를 제외하고는 운전을 하는 것 보다 일반 대중교통을 이용하며 생각에 잠기기를 좋아하니 운전대를 주기 꺼려하는 남편의마음도 이해가 간다. 간혹 한 번 다녀온 길은 잊지않고 잘 찾아가는 사람들이 부러울 때도 있다.
아버지는 아주 길눈이 밝으신 분이셨다.
1914년생이신 아버지는 스물한 살에 결혼을 하셨고, 결혼을 하여 아내가 생기자 어려운 살림살이에 입하나 덜려고 농사일이 끝난 농한기이면 금강산으로 길 안내하는 일을 하러 가셨다고 한다. 요즘으로 말하면 여행가이드 아르바이트이다.1930년대의 금강산은 일본관광객이 많이 왔었는데 그들에게 금강산 깊은 곳의 명승지를 잘 안내해 주어 칭찬도 들었다는 이야기를 아버지 생전에 들은 적이 있다. 건물이나 지형을 잘 표시해 두고 목적지를 찾아갔다고 한다. 이런 아버지를 닮았으면 길눈이 밝으련만 나는 길치처럼 길눈이 어둡다.
어느 지인께 들은 이야기가 생각난다. 오래 전지인이 중학교에 다니던 시절의 이야기이다. 마을에 글을 모르는 한 노인이 일이 힘들면 주막에 가서 농주를 사서 마시곤 했는데 주막으로 갈 때면 언제나 콩을 주머니에 몇 알 넣어 가져갔다고 하였다.
그 주막은 잔술을 파는 집이었다고 한다. 이상하게 생각하여 하루는 노인의 뒤를 따라가 보았더니 노인은 막걸리를 한 잔 씩 마실 때마다 왼쪽 호주머니에 있는 콩을 한 개 씩 꺼내어 오른쪽 호주머니에 넣더라고 했다. 그리고 다 마신 후에 오른쪽 주머니 속에 있는 콩을 꺼내 그 수를 세어 막걸리값을 확인하더라고 하였다. 작은 콩 알은 노인의 계산도구였다.
노인은 자신이 마신 술잔 수보다 더 많은 값을 지불하는 억울함을 몇 번 당하고 나서 궁여지책으로 그 같은 방법을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글을 몰라도 자신 만의 살아가는 방법을 터득하여 살아가고 있다는 걸 중학교 시절에 그 노인을 보며 깨닫게 되었다고 지인은 내게 말했다.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선택한 길이 있다. 부모와 자식 같은 천륜의 관계를 제외하면 성인이 된 후 부터는 대부분 자신이 선택한 길을 가고 있다. 함께 길을 가는 대상이 부부일 수고 있고 장소가 학교나 직장일 수도 있다. 혼자 길을 걸어갈 수도 있고 동행자와 함께 갈 수도 있다. 그 길을 걸으며 기뻐하고 슬퍼하기도 하고, 때론 희열을 느끼기도 하고, 고뇌하기도 한다. 가끔 타인에게서 받는 뜻하지 않은 상처로 마음 아파하기도 하고 끝이 안 보이는 아득함으로 인해 길을 잘못 선택하지 않았나 하는 의구심이 들 때도 있다.
그럴 때마다 떠오르는 잠언 한 구절이 생각난다.“사람은 자기 마음에 앞날을 계획하지만 그 걸음을 인도하시는 분은 여호와이시다.” 새봄이 시작되었다. 학교에서는 신학기가 시작
되고 농촌에서는 농사일을 준비하는 손길들이 바빠졌다. 모두 자신이 갈 길을 부지런히 찾아가고있다. 자신이 가는 길이 도시의 큰 길이든 시골의 작은 소로이든 개의할 일은 아니다. 길을 잘 모르면 물어서라도 주어진 길을 묵묵히 갈 뿐이다.
그 길을 가는 도중에 만나는 햇살, 바람, 풀 한 포기에서 생명력을 공감하며 생각을 나눌 수 있는 인간미 넘치는 길손 한 사람 있다면 그것으로 만족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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