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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칼럼 / 순리(順理)가 진리(眞理)다

김하인 칼럼위원(시인, 소설가)

2016년 09월 21일(수) 11:21 179호 [강원고성신문]

 

↑↑ 김하인 칼럼위원(시인, 소설가)

ⓒ 강원고성신문

“얼굴 잊어먹겠다. 이번에는 꼭 좀 내려와라!”
지난 여름 동창회장으로부터 내게 걸려온 전화다. 내가 태어나 자란 곳은 경북 상주 낙동강변 마을이다. 나는 초등학교만 그곳에서 다녔지 중고등학교는 서울에서 공부했다. 그런 연고지만 나는 매 년 초등학교 동창회 때 참석하라는 연락을 받는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나는 동창회에 나가지 않게 됐다. 시골 고향에서 가졌던 대여섯 명의 초교 동창들간에 술자리가 계기라면 그 계기가 돼버렸다.

초교 동창회 참석하라는 연락

그 때는 MB정부시절이었고 사대강(四大江)을 하느냐마느냐가 전국민의 초미의 관심사였다. 그 때 나는 고향 친구들에게 강은 순리대로 흐르는 것이기에 강을 절대 건드리면 안된다고 주장했었다. 내가 자랐던 낙동강변은 그 당시까지도 금빛 백사장을 잔뜩 품고 있었고 수영도 했을 만큼 수질과 물빛도 맑았다. 군데군데 수초도 많아서 낚시줄이나 족대를 드리우면 심심찮게 1급수 수종의 다양한 물고기들을 잡을 수 있었다. 나는 친구들에게 이런 게 강 아니냐고 말하면서 그 어떤 경제적인 잣대를 가지고 강에다가 포크레인 바가지 날을 박아 넣어선 절대 안된다고 주장했다. 그 날 술자리 친구들 중 절반은 내 이야기를 말없이 듣고 있었고 절반은 내 얘기를 강하게 반대했다. 간단히 말하자면 그들 논리는 이러했다.
“니가 작가라고 해서 다 아는 건 아니잖냐? 지난번에 티브이 토론 프로그램 보니까 그 쪽 방면 교수들과 전문가들이 나와 홍수를 미연에 막고 물부족 국가인 우리나라 가뭄을 대비하자면 강을 효율적인 저장고로 만들 수밖에 없는, 반드시 꼭 필요한 국가 치수정책이라고 하더라. 그리고 강변 부지들을 적극 활용해 땅값어치를 경제적으로 높이겠다는 건데. 좋은 일이잖냐? 안그래? 그 머리 좋다는 사람들이 어련히 알아서 잘하겠어?”라는 거였다.
그 때 나는 여섯 동창생들의 표정을 둘러보고는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그들은 모두 그 주장에 긍정하거나 강하게 동조하는 눈빛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그 때 답답함을 넘어 절망감 같은 것을 느꼈었다. 왜냐하면 그 때 그 자리 동창생들 대부분이 대학을 나왔고 이른바 중산층들이었기 때문이다.
물의 자정 능력은 모래와 수초에서 나온다. 그것을 포크레인으로 바닥까지 전부 다 긁어내고 앞에다가 댐 크기의 상주보를 만들어 강물을 가둔다면, 그래서 물이 자연의 속도로 흘러가야지만 확보되는 자생력과 자정력을 잃게 된다면 물이 썩어버리게 된다는 것쯤은 삼척동자도 추론해낼 수 있는 자연의 이치 아닌가. 그런데도 불구하고 경북 상주가 TK 세력의 본거지답게 TK 지역을 기반으로 한 정당과 정권, 정부에서 주장하는 것을 무비판적이고 전적으로 받아들이는 친구들을 돌아보면서 혼자 씁쓰레한 비감스런 술잔을 기울였던 기억이 난다.

낙동강이 되살아나기 전까지는

그로부터 6,7년이 흐른 지금 내 고향인 낙동강변은 사람이 살 수 없게 돼버렸다. 정체된 강을 뒤덮은 녹조 두께가 8cm나 되어서 눈이 따갑고 악취가 진동해 강 가까이에서 숨을 쉴 수 없게 돼버렸다. 강에서 물고기가 완전히 사라졌을 만큼 그 아름답고 맑은 낙동강이 괴멸돼버렸다. 물에 산소 농도가 거의 없는 죽기 일보 직전으로 두꺼운 녹색 눈물의 저장고가 돼버렸다.
그런데도 초교 동창 놈들은 해마다 나한테 동창회에 참석하라고 전화를 걸어오고 문자메시지를 보내온다. 자연과 대지의 젖줄이면서 내 고향 마을 한 쪽을 유장하고도 맑게 휘감아 흘러가던 낙동강을 이렇게 죽여 놓고서도 그들은 천연덕스레 동창회 타령이나 해대고 있는 것이다.
이 글을 읽는 당신이라면 강이 썩어버린 고향과 강을 썩어버리게 한 사람들이 떼지어 사는 그곳으로 내려가고 싶겠는가? 난 아니다. 내가 눈물 흘리고 어금니 지그시 깨물면서 단언하노니 나는 앞으로 절대 고향에 가지 않을 것이다. 온갖 사악한 경제적 비리와 돈 몇 푼 때문에 눈이 먼 무지가 세운 거대한 상주보가 철거되어서 낙동강이 예전처럼 다시 맑게 되살아나기 전까지는.

강원고성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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