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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칼럼 / 이웃사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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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1월 08일(화) 15:55 182호 [강원고성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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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남숙희 칼럼위원(시인) | ⓒ 강원고성신문 | 사람에게 주거지란 어떤 의미일까? 나는 강원도 고성군 거진읍 송정리 150번지에서 태어났다. 그곳에서 태어났기 때문에 송정초등학교를 다녔다.
농사꾼의 자식이기 때문에 여름이면 논에 나가서 여동생이랑 새를 몰고, 겨울이면 동네 친구들이랑 어울려 수다 떨고, 이따금 떡 추렴을 하고 달밤에 눈길을 따라 집에 돌아오곤 했다.
고향 옆에 있는 화포리로 귀향
세월이 많이 흐른 후에 내 고향 옆에 있는 화포리란 마을로 귀향했다. 자연히 아는 사람이 한 사람도 없었다. 동기생, 선배, 후배를 이따금 시내에 나가서 만났지만 화포리는 나에게 또다른 무인도였다.
비가 오면 오는 대로, 눈이 내리면 내리는 대로, 바람이 불면 부는 대로 외로워서 견딜 수가 없었다. 그럴 때면 아무 이유없이 서울로 향했다. 커피숍, 미술관, 연극, 교보문고…. 두서없이 쏘아다니고 헤맸다.
조금씩 정착이 되면서 앞집 뒷집 찾아나섰다. “힘들어요”, “이해할 수 없어요”, “놀 때가 없어요.” 푸념 아닌 푸념으로 동네 형님들을 괴롭혔다.
시간이 흐르면서 화포리는 새로운 세계로 내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10분만 걸어가면 호수가 있었다. 더 걸어가면 망망대해인 바다가 있었다. 멀리 바라보면 설악이 있었다. 아니 나만이 즐길 수 있는 평화가 있었다.
내가 태어난 이 지역을 다시 조명하기 시작했다. 사춘기를 보냈던 내 모교, 고성중·고등학교가 보이기 시작했다. 서서히 모든 풍경이 가슴 안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내가 살고 있는 마을이 보이기 시작했다.
마을은 또 다른 하나의 세계
그러고 보니 모두가 좋은 이웃이었다. 이사왔을 때 초창기의 이러저러한 갈등이 있었지만 먼 이야기가 되어버렸다. 호박이 달리면 “호박 따다가 먹어라” 하시고, 점심 안 먹었다고 하면 굽은 허리로 라면을 삶아 주시는 우리 뒷집 형님들. 가을이면 김장을 했다고 손수 들고 오시는 굵게 주름진 손을 내미시는 또 다른 형님들. 명란을 만들어 파시는 어떤 형님은 반찬하라고 또 몰래 주시고….
근래에 우리 동네로 네 가구가 이사왔다. 특히 우리집 마당 앞으로 어린이 자전거를 끌고 가면서 왁자지껄하게 떠드는 아이들의 목소리를 들으면 더 행복해진다.
어느 날은 그 아이들을 불러 세우고 말했다. “할머니라고 부르지 말고 큰 이모라고 불러.” 그 녀석들이 그 말을 이해할 수 없는 듯 그냥 “네.”하고 대답했다. 그 아이들에게 도움이 되는 인생이 되고 싶다. 나이 많으신 동네 형님들에게 사랑받는 여자가 되고 싶다. 마을은 내 인생의 또 다른 하나의 세계다. 진지하게, 겸허하게 그 지역 주민의 사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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