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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부자모(嚴父慈母)의 이중주 교육

금강칼럼 / 권성준 칼럼위원(고성중·고등학교 교장)

2018년 02월 21일(수) 13:43 [강원고성신문]

 

ⓒ 강원고성신문

10년 전 프로야구 SK구단이 2007년, 2008년, 2010년 한국시리즈를 제패할 때 ‘엄부자모(嚴父慈母)의 리더십’이 회자되었다. ‘엄한 아버지와 자애로운 어머니’는 자녀교육과 가정의 평화를 받치는 두 개의 기둥이다. SK구단에서 ‘야신(野神) 김성근 감독’은 엄정한 롤모델을 제시하며 ‘승리의 방정식’을 만드는 엄한 가장이라면, 이만수 수석코치는 선수들의 곁을 지키고 마음을 달래고 보듬어주는 자상한 어머니 역할을 소화해냈다. 이 모델 리더십을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의 요체라는 가정용으로만 쓰임새를 제한할 것인가?
어느 수필에서 읽은 이런 내용이 있다. ‘어린 외아들을 둔 부부가 있었다. 어느 날 아들이 아버지와의 약속을 어기자 아버지는 아들에게 또 그러면 추운 다락방으로 보내겠다고 말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아들이 다시 약속을 지키지 못하자 아버지는 결국 아들을 추운 다락방으로 올려 보냈다. 추운 겨울날, 부부는 잠을 이루지 못했다. 남편은 아내의 약한 마음을 헤아리고는 마음은 아프겠지만 아이의 교육을 위해서는 다시 데려오면 안 된다고 조용히 말했다. 아내는 남편의 말이 옳다는 사실을 알았지만 아들이 걱정돼 다락방 바닥에서 이불도 없이 웅크린 채 잠들어 있는 아들 옆에 말없이 조용히 누워 팔베개를 해주고 꼭 끌어안아 주었다.’

엄한 아버지와 자애로운 어머니

이 이야기 속에 나오는 아버지와 어머니의 행동을 보면서 많은 감명을 준다. 즉 엄하게 원칙을 지키면서도 사랑을 베푸는 이중주의 아름다운 하모니와 그 속에 숨겨진 사랑의 교육 방정식을 발견한 것이다. 그러면서 가정과 학교에서의 비뚤어진 교육방법에 대해 많은 생각과 반성을 하게 됐다.오늘 우리의 가정과 학교에서 부모와 교사들이 자식과 학생들을 지도하는 방식에는 많은 문제가 있다. 가정교육을 보면, 많은 부모들이 엄격함을 상실한 채 자식들을 무원칙적·맹목적으로 사랑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들은 이것이 무한한 자식 사랑인 것처럼 착각하며 살아가고 있다.
오늘 우리가 사는 세상은 급속한 산업화로 인해 농촌보다는 도시 중심의 생활권이 일반적이다. 이에 따라 가정의 형태도 도시문화에 적합한 핵가족화가 급속하게 늘어났다. 핵가족화가 되면서 집집마다 많아야 셋, 아니면 한두 명의 자녀를 둔 부모들이 많다.
그러면서 핵가족 사회는 자녀교육을 전적으로 부모만 책임지는 형태가 되고, 그마저도 맞벌이인 경우가 많아 자녀교육이 쉽지 않다. 또한 민주화, 인권존중의 사회로 부모와 자녀관계가 수직적인 방식에서 점차 수평적으로 이동하더니 급기야 자녀가 부모 위에 있는듯한 분위기로 역전되기에 이르렀다. 자식을 부모보다 더 귀한 존재로 여기며 양육하다보니 엄격한 가정교육을 통한 예의범절과 인성교육을 기대하기 어렵다. 이처럼 부모가 자녀를 존중하고 심지어 떠받들다시피 양육을 하다 보니 이에 따른 문제가 눈에 띠게 드러나고 있다. 그중 하나가 바로 ‘응석받이’ 형태이다. 공공장소에서 기본적인 도덕과 질서를 지키지 않고, 큰 소리로 떠들거나 눈살 찌푸리게 만드는 행동들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이런 광경에 보다 못해 조금만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마음으로 조용히 해 달라는 요청하면 두 세배로 들려오는 상대방의 강한 말투는 오히려 공중도덕을 강조한 사람이 잘못된 사람으로 몰리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기도 하다.
부모들은 회초리는 아이들 마음에 상처를 주고 아이의 기를 꺾는다는 생각에 따끔한 말 한마디 없이 아이의 잘못을 덮어주는 허용적·관용적인 자세가 일반적이다.
그런데 우리 주위를 둘러보자. 점점 무서운 사회현실을 접하고 있지 않는가? 이럴수록 엄부자모의 이중주 교육이 더더욱 필요하다. 대체로 이런 교육으로 자라난 가정은 부모들이 나중에 자식들로부터 버림받는 경우가 허다하다. 결국 잘못된 자식사랑으로 인해 자식도 버리고, 부모 자신도 버림받게 되는 이중적 비극을 초래하기 쉽다.
학교교육의 경우도 대동소이하다. 성장기의 학생들은 항상 진리와 삶의 문제로 방황하며 고뇌한다. 교사는 이런 학생들을 지나쳐 버려서는 안 된다. 구도자적 자세로 그들과 함께하면서 동반자로서 고뇌할 때 교사와 학생의 삶 모두가 보장되며, 서로 일깨움을 주고받음으로써 진리의 공동생산이 가능해진다.
그런데 오늘날 우리 교육현장은 어떠한가? 교사와 학생이 상호불신하기도 하고, 학생이 교사를 경찰에 신고하기도 하고, 학생상호간에 폭력과 왕따가 난무하기도 하고, 때로는 많은 교사들이 열악한 현장근무 여건에 교육을 포기하기도 하는 그런 곳이다.
학교가 왜 이렇게 됐을까? 그 이유 중의 하나는 바로 원칙을 지키는 엄격함과 언 가슴을 녹여주는 사랑 간의 조화의 상실이다.
이젠 시대가 많이 변했다. 부모의 역할도 달라지고 있다. 어느 한쪽의 일방적인 교육 문화가 아니다. 지난 해 홍콩과 마카오를 처와 패키지 여행한 적이 있다. 패키지여행을 할 때마다 맞닥뜨리는 풍경이 있다. 아빠(남편)는 빼놓고 모자 혹은 모녀끼리 여행 온 사람들이 아주 많았다. 아버지가 시간 낼 때까지 기다리다 다 같이 여행을 못하느니 가족 중 가능한 사람들끼리 여행하는 것이다. 어쩐지 아버지가 소외되는듯한 모습과 자녀에 그늘이 깔린듯한 얼굴 표정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교육문제를 푸는 중요한 방법

가족 가운데 열외로 인식되기 일쑤였던 아버지의 위상이 높아지면서 가족생활의 중심으로 돌아오고 있다는 분석이 있다. SK플래닛 M&C에서 ‘가족’과 관련한 국내 소셜 버즈(블로그·트위터 등의 짧은 글) 총 33만건을 분석한 빅데이터 트렌드 보고서에 따르면, ‘아버지·아빠’에 대한 언급이 7천241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 증가했는데, 반면 ‘어머니·엄마’에 대한 언급은 5천441건으로 19% 감소했다고 적혀있다. 아버지·아빠에 대한 언급 자체가 어머니·엄마보다 많다는 점이 눈에 띈다.
이 같은 트렌드 변화에는 최근 인기를 끄는 육아 예능 프로그램의 영향도 일부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그보다는 사회 전반적으로 아버지에 대한 기대 역할이 기존의 권위적이고 엄격한 부권상에서 친근하고 다정한 모습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분석에 더욱 무게가 실린다. 반면 어머니의 경우 자녀 교육에 대한 관여 정도가 깊고 자녀와 접촉 기회가 많다 보니, 오히려 자주 갈등이나 마찰을 빚게 되면서 생긴 위상 변화로 분석된다. 엄부자모(嚴父慈母)로 표현되던 전통적인 부모상에 큰 변화가 생기고 있다는 의미다.
또한 중국의 가족 트렌드의 변화가 놀랍다. 요즘 중국 아빠들은 잦은 야근과 회식, 술자리 등에 떠밀려 가정을 소홀히 하는 경우가 드물다. 매일 늦기 일쑤인 한국 남자들의 귀가시간을 듣는 중국 여자들의 반응은 한결같다. “그걸 어떻게 참고 사느냐”며 눈이 휘둥그레진다.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면 퇴근 후 집으로 직행하는 중국 아빠들이 자녀와 함께 어울리는 시간도 자연히 많을 수밖에 없다. 중국은 요즘 아이 키우는 일은 엄마만으로 혹은 엄마 같은 아빠만으로는 부족하며, 전통적인 엄부자모(嚴父慈母)든 요즘 세상의 엄모자부(嚴母慈父)든 아이에게 엄마는 엄마대로 아빠는 아빠대로 필요한 존재라는 걸 깨달아가는 중이다.
흔히 우리는 교육의 원형(原型)을 참된 가정에서 찾곤 한다. 다시 말해 학교교육에서 꼬인 문제의 해법을 가정교육의 방법들 중에서 찾기도 하는 것이다.
옛날에 우리 가정교육은 엄부자모(嚴父慈母)를 그 근간으로 했다. 옳음과 그름을 대표하는 아버지는 엄해야 하고, 배려와 사랑을 대표하는 어머니는 자애로워야 한다. 강함과 부드러움, 차가움과 따스함, 사랑과 정의 이 두 가지가 녹아 있는 곳이 가정이었다. 다시 말해 엄부와 자모의 절묘한 이중주가 온전한 가정을 이루고, 온전한 아이로 영글게 하는 원동력이 됐던 것이다.
위기에 빠진 우리의 교육이 되살아나기 위해서는 바로 이 이중주 교육이 되살아나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폭력이 아닌 엄부(嚴父)와 같은 교사를 질책하는 학부모들이 사라져야 하고, 학생의 실존적 삶에 동참하면서 사랑을 나눌 수 없는 교사들 또한 사라져야 한다. 아울러 맹목적으로 자식들을 사랑하는 부모들도 사라져야 하며, 따끔한 말 한마디 없이 아이의 잘못을 덮어주는 허용적·관용적인 부모들도 사라져야 한다.
엄부와 자모의 이중주 교육! 이것이 오늘날 우리의 교육문제를 푸는 하나의 중요한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강원고성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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