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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존중의 성숙한 문화

금강칼럼 / 김향숙 칼럼위원(시인)

2018년 03월 21일(수) 14:12 [강원고성신문]

 

ⓒ 강원고성신문

3월이다.
1919년 태극기를 들고 비장하게 거리로 달려 나가 일제의 무단통치에 항거하던 ‘대한독립만세’ 함성이 아직도 민족의 가슴속에, 이 나라의 도시들과 마을마다 켜켜이 각인되어 있다. 그래서 해마다 3월이 되면 우리의 두 손도 불끈 쥐어지고 눈시울 뜨거워지는 것이다.
우리 고성군에서도 강원 동해안 6개 시ㆍ군 가운데 최초로 일본에게 나라를 빼앗기고 자주권을 박탈당한 민족적 억울함에 3ㆍ1 독립만세운동으로 목숨을 다하여 항거했던 수많은 애국지사들이 있었다. 요즈음 그들의 희생을 기리기 위한 기념탑 건립을 신중하게 추진 중이라고 하니 늦은 감은 있지만 기대가 된다.

폭력으로 인한 희생 기억되어야
어떤 국가든 개인이든 비인간적인 행태의 폭력으로 인한 불이익이나 희생이 묵인 되어서는 안 된다. 배우는 연기만 잘 하면 된다거나 작가는 글만 좋으면 된다거나 화가가 그림만으로 그 재능만으로 평가되어지는 세상은 이제 기대할 수 없다. 어떤 강국이라 할지라도 어떤 유명인이라 할지라도 정직한 역사의 순리를 따르지 않고 타인의 억울한 희생을 밟고 취해 온 이익의 결과에는 성역 없는 공정한 법의 기준이 적용 되어야 한다.
지난 3월 8일은 세계여성의 날을 맞아 국내 뉴스 헤드라인도 뜨거웠다. 2006년 미국에서 시작된 미투 운동(Me Too Movement)을 통해 성추행, 성폭력 피해를 입은 사회적 약자인 여성들이 용기를 내어 피해 사실을 드러내면서 시작된 이 운동은 이제 남성들의 미투운동, 또는 위투(We too)운동, 넓은 의미에서는 국가적 전쟁 범죄인 위안부 문제까지도 포함하여 확산되고 있다.
옛날, 밥상을 마당으로 내던졌다는 아버지들의 이야기나, 술 취해서 들어 온 아버지를 피해, 한겨울 밤 학대당하는 어머니의 비명을 들으며 속옷 바람 맨발로 이 집 저 집으로 피해 숨었었다던 어릴 적 이야기를 친구들에게서 들은 적이 있다.
그들은 밥상을 마당으로 내던지던 붉은 아버지의 얼굴을 평생 잊을 수 없을 것이며 술 취한 아버지에게서 지켜드리지 못했던 어머니의 고통과 비명을 저미는 가슴으로 기억할 것이다.
급진적 페미니즘주의나 여성혐오증의 유발이 우려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이제는 농담처럼, 때로는 자랑처럼 과시해오던 남성성의 그릇된 관습, 관행이 남녀를 막론하고 작은 자, 약한 자들의 삶까지도 끌어안을 줄 아는 생명존중의 성숙한문화로 확산되어지기를 기대한다.
좀 다른 각도와 의미에서 ‘미투’라는 용어와 함께 생각나는 한 사람이 있다. 독립운동가 33인 중의 한 사람인 길선주장로는 목사가 되기 얼마 전, 평양 장대현교회의 신자 1,500여명이 모인 신앙집회에서 기도하다가 괴로운 마음을 참지 못하고 일어서서 큰 소리로 울면서 고백했다고 한다.
“1년 전에 임종을 앞둔 친구가 나를 자신의 집에 불러 부탁했습니다. ‘나는 곧 세상을 떠날 것 같소. 내 아내는 그만한 능력이 없으니 자네가 내 재산을 정리해주면 좋겠소.’ 나는 그 부인 재산을 관리하던 중 욕심이 나서 부인의 돈 100달러를 사취했습니다. 나는 큰 죄를 지었습니다. 내일 아침에는 그 돈을 미망인에게 돌려 드리겠습니다.”

성숙한 문화인이 되기 위한 노력

길 장로가 보여준 통한의 회개는 그 자리에 있던 성도들과 외국인 선교사 모두의 양심을 울렸고 이때부터 자신의 죄를 회개하는 통성기도의 불이 번지기 시작한 것이 평양대부흥운동의 시발점이 되어 한국 기독교의 놀라운 성장을 가져오게 되었다.
“나도 그 때 나쁜 일을 저질렀습니다.”
“나도 이런 죄를 지었습니다.”
그 당시 ‘나도’의 고백과 회개는 수치스러운 이미지 실추를 각오해야 했고 불이익 가능성에 대한 큰 용기와 결단이 필요했지만 작은 날갯짓하나로 시작된 나비효과와도 같은 이 엄청난 사건이 바로 아름다운 변화의 결과를 이끌어 내었다.
근래 한국 기독교계의 부끄러운 부분들 역시 그러한 치유회복을 위한 자백과 회개의 과정을 통해 초대교회의 순수 신앙을 되찾고 세상을 밝히는 아름다운 빛이 되었으면 좋겠다.
이 세상에 완벽한 사람이 어디 있으며 선한 자가 어디 있는가. 모두 들여다보면 흠과 티가 많지만 오염된 내성과 타성을 벗기 위한 끊임없는 내적성장의 노력 없이 바로서기가 불가능함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어려서부터 부모의 정직성을 배우고 자란 아이들이 만들어가는 착한 나라, 우선적 생명존중이 적용 확장되며 모든 분야의 국제적 우위에서 당당하게 겨룰 수 있는 강한나라. 나도 우리도 부정적 관습을 벗어내고 성숙한 문화인이 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과제이다.
3월이다.
여린 새봄이 산수유 향내 호호 불며 호된 겨울을 녹여내고 있다.

강원고성신문 기자  
“행복한 고성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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