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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게 핀 국화

금강칼럼 / 황연옥 칼럼위원(시인)

2017년 11월 07일(화) 13:49 206호 [강원고성신문]

 

ⓒ 강원고성신문

앞마당 한 켠에 늦게 핀 국화가 지나는 행인의 눈길을 끌고 있다.
초가을에 핀 국화는 시들어 가는데 11월이 지나 화분 안에서 꽃망울을 터뜨린 국화꽃송이가 늦가을 주변의 정취를 환하게 해준다.
지난 해, 국화 재배에 훌륭한 기술을 가진 마을 분의 도움으로 국화를 재배하게 되었다. 어느 봄날 커다란 화분에 모래를 담고 여러 종류의 국화를 줄기만 잘라 삽목하였다. 한 달 넘게 정성들여 길러 잘 뿌리내린 국화 싹을 20여개의 화분에 영양 흙을 넣어 옮겨 심었다.

마을 분의 도움으로 국화를 재배

국화 싹은 튼실하게 잘 자랐다. 가을에 멋진 꽃을 피울 실국, 대국을 생각하며 설레는 마음으로 정성껏 물을 주고 보살폈다.
그런데 가을이 되어도 다른 집엔 국화 꽃봉오리가 맺히는데 우리 집 국화는 잎사귀만 무성할 뿐 꽃필 기미가 전혀 없었다. 영양이 부족하여 그런가 하여 흙을 새로 갈아주었다. 그래도 감감 무소식이었다.
답답한 마음에 국화를 전문으로 재배하는 원예단지를 찾아갔다. 그곳에서 국화재배에 대한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국화는 일조량이 적은 가을에 피는 꽃이라 밤에는 어두운 곳에서 잠을 재워야 하는데 우리집 처럼 마당에 가로등 이 있는 환경에서는 국화꽃이 잘 안 핀다고 했다.
국화는 정말 자존심 강한 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옛적부터 사군자에 국화를 포함시켰고 선비들도 향기와 절개가 있는 가을꽃으로 국화를 칭송하였고, 차까지 다려 그 향을 음미하였나 보다.
아쉬운 마음으로 줄기를 자른 후 화분을 마당 한구석 놓아두었다. 눈비를 맞으며 국화는 화분 속에서 월동 했다. 봄이 되자 줄기와 잎만 무성하던 화분에서 다시 싹이 올라왔다. 마당 한 켠에서 키우다가 지난해 꽃을 보지 못한 일이 생각나 여름에 국화 화분을 뒤란으로 옮겼다. 뒤란은 일조량이 적고 지붕에 가로등이 가려져 밤이면 불빛이 비치지 않기 때문이다.
정성껏 물을 주며 꽃봉오리가 올라오기를 기다렸다.

입동 앞두고 얼굴 드러낸 국화꽃

10월이 되어 다른 집 마당에는 국화꽃이 피기 시작하는데 우리 집 뒤란의 국화 화분은 전혀 꽃필 기미가 없었다. 올해도 꽃이 피지 않는 것 같아 실망이 컸다. 그래도 물을 주며 정성을 다해 보살피던 10월의 어느 날, 국화 줄기 끝에 노오란 꽃봉오리가 맺히기 시작했다.
“아, 국화꽃이 피네~”
나도 모르게 탄성이 나왔다. 줄기 끝에 노랑, 하양, 자색 고운 빛깔의 수많은 꽃봉오리가 맺히더니 하나 둘, 앞 다투어 꽃이 피기 시작했다.
2년만의 화려한 외출이었다. 실국, 대국, 소국 등 색깔과 모양도 다양했다. 봄부터 뒤란에 가져다 놓고 일조량을 조절해 주었으면 더 일찍 꽃을 피웠을 텐데 어리석은 주인 때문에 밤에 잠을 못자 제 때에 꽃을 피우지 못하고 입동이 가까울 무렵에 얼굴을 드러낸 국화꽃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문득 가정형편이 어려워 제 나이에 교육을 받지 못하다가 늦깎이 공부를 하여 고교졸업장을 받고 환하게 웃으시던 70대의 어느 할머니가 생각났다. 그 할머니의 모습이 국화꽃을 닮았다는 생각이 든다.
부모의 자녀교육이나 선생님의 제자교육도 그럴 것이다. 가정형편이나 선천적, 후천적 요인으로 아이의 적성과 성향, 기질을 잘 알지 못해 아이를 힘들게 하는 발달을 늦추게 하는 경우도 많다.
뒤늦게나마 아이의 적성을 발견하고 그에 맞게 돌보아 줄 때 아이는 비로소 평온과 재능을 찾아 자신의 길을 잘 가게 될 것이다. 늦게 철난 자식이 효도한다는 말도 있듯이 자아 성취가 늦었다고 해서 좌절할 필요도 없다. 뒤늦게 라도 목표를 세우고 환경 요인을 바꾸어 정진하면 훗날 더 아름다운 인생의 꽃을 피울 수 있다.
북풍에 우수수 나뭇잎이 떨어지고 옷깃을 여미게 하는 늦가을, 뒤늦게 핀 국화 앞에서 한 송이 꽃을 피우기 위한 아픔과 인내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본다.

강원고성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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