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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왜 조용하나

금강칼럼 / 김정균 칼럼위원(정치학 박사)

2017년 11월 22일(수) 11:15 [강원고성신문]

 

ⓒ 강원고성신문

김정은이 잠잠하다. 9월 15일 일본 상공을 넘어 발사한 화성-12형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 도발 후 두 달째 조용하다. 노동당 창건일, 중국의 전국대표대회(당 대회), 한미 연합훈련, 미국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까지 주요 ‘빅 이벤트’마다 도발이 예상됐지만 김정은은 조용했다. 지난 9월과 비교할 때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인신 비방도 감소했다.
이러한 북한의 반응을 두고 해석이 분분하다. 먼저, 유엔의 대북제재와 중국의 원유중단 카드 및 美 항공모함의 압박에 견디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들 한다. 미국의 틸러슨 국무장관은 “제재가 북한 경제 내부와 일부 북한 주민, 심지어 군부 일부에까지 어떤 압력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신호들을 보고 있다”고 했다.

북한 핵개발 멈출 수 없다는 딜레마

두 번째, 그동안 강경책만을 언급하고 있던 미국이 북한과의 직접적 대화를 암암리에 추진하고 있는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는 것이라 한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최근 이틀 사이에 김정은과 ‘친구가 될 가능성’을 언급하였다. 미국의 틸러슨 국무장관도 지난 10일 “북한과 2~3개 소통 채널이 물밑에서 가동되고 있다”고 했다. 조셉 윤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도 지난달 30일 “북한이 60일 동안 핵·미사일 실험을 중단하면 미국이 북한과의 직접 대화를 재개할 필요가 있다는 신호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러한 유엔의 대북제재, 중국의 원유중단 카드, 미 항공모함의 압박, 미국의 북한과의 직접적인 대화 노력 모두 북한의 핵개발을 멈출 수 없으며 북한의 핵실험 동결 또는 핵무기 폐기를 전제로 하는 대화 또한 이루어질 수 없다는데서 모두가 딜레마에 빠져있다.
김정은은 할아버지 김일성으로부터 김정일에 이르기까지 대를 이어 온 핵개발만이 미국으로부터의 군사적 위협에서 벗어나고 그들의 체제를 유지할 수 있다는 도그마(Dogma)에 빠져 나오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그동안 체제 유지의 기반이 되었고 인민의 허리띠를 졸라매게 했던 핵개발에 대한 당위성을 논리적으로 대체할 수 있는 명분이 없는 것이다.
그래서 북한의 체제 보장과 경제발전에 대한 전 세계의 약속과 함께 전 세계적인 군사적·경제적 압박에도 불구하고 핵개발이라는 덫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대를 이은 충성’이라는 대명제하에서 핵개발은 멈출 수 없게 된 것이다.
김정일은 김대중, 노무현 정부 10여 년간의 햇볕정책에 공조하면서 남한으로부터 체제 보장에 필요한 자금은 물론, 핵개발에 필요한 자금을 지원받았다. 또한 미국과 유엔을 비롯한 국제무대에서도 원만하지는 못하더라도, 그다지 불편하지 않는 외교관계를 유지하면서 인도적·경제적 지원을 받았다. 그러한 지원 가운데 북한 체제를 유지하고 북한 인민의 경제생활을 안정시켰다. 그러면서 외부에 대해서는 과학실험을 위한 인공위성 발사 또는 지진 실험이라고 속이면서 핵 및 미사일 개발을 지속하였다.

핵개발 포기하고 대화의 장으로

반면 김정은은 선대와는 다르게 남한을 비롯한 국제사회에 유연하게 대응하지 못함으로써 스스로 체제 위협이라는 딜레마에 빠져 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10년 동안 남북관계가 다시 경색되었고, 새롭게 들어선 문재인 정부의 대화와 화해의 제스처도 거부하는 ‘뜻하지 않은’ 반응을 보였다. 북한과의 대화를 강조했던 문재인 정부는 김정은의 거부 반응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대화를 강조하고 국제사회에도 협조를 구하였다. 그러나 김정은은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이 10여 차례 미사일을 펑펑 쏘아대더니 6차 핵실험까지 하였다. 세계 최강국인 미국에 대해 핵무기로 공갈협박까지 했다.
이런 자충수로 북한은 주민들이 동요하고 체제 보장을 위한 최후의 보루인 군부마저 흔들리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김정일이 살아 있었다면 김정은은 벌써 숙청되었거나 총살당했을 것이다. 죽어서도 개탄을 금치 못하고 있을 것이다.
북한의 도발이 멈춘 것은 핵개발을 중단하거나 대화의 물꼬를 트기 위한 것이 아니고 그동안의 압박과 제재가 너무 힘들어 숨고르기를 하는 것이다. 가장 우호적이라 생각했던 중국으로부터의 압력이 점점 세어지자 러시아 하원의원들을 북한에 초청하고, 러시아 관광객들의 비자발급을 20일에서 2일로 단축시키는 등 러시아에 손을 내밀고 있다. 당분간은 무기와 마약 밀매, 밀수, 러시아와 이란 등의 원조 등으로 어느 정도 버틸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 김정은에게 남은 최선의 대안은 두 가지 밖에 없다고 충고하고 싶다. 선대의 덫을 탈출하지 못하고 여전히 핵개발만이 대안이라고 생각한다면 김정일처럼 핵개발이 완성될 때까지라도 대화의 장으로 나와 국제사회의 우려를 완화시키든지, 핵무기가 더 이상 체제 유지와 나아가 인민의 행복을 보장하는 수단이 되지 못한다는 것을 인식하고 핵개발을 포기하고 대화의 장으로 나오는 것이다.

강원고성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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