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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설] 내 아버지, 그 남자 <40>

한류작가 김하인 장편소설 / 삽화 정재남

2017년 11월 22일(수) 13:00 [강원고성신문]

 

ⓒ 강원고성신문

하지만 네 의견을 상대방에게 다 얘기하고 설명한 뒤에도 결과가 변하지 않는다면, 무시당했거나 억울하게 생각하지 말고 결과 그대로를 받아들이거라. 네가 원하지 않는 결과가 나왔다면 그렇게 된 이유가 분명히 있을 거다. 이를테면 너의 결과를 결정하는 사람이 너의 주장을 받아들이기엔 무리가 있었거나 혹은 너의 주장이 옳고 정당하지만 상대방이 그 의견을 받아들일 여력이 없어서일 것이다.
우선 용돈문제는 가정살림을 꾸려나가는 네 엄마와의 충돌이고 가족 간의 의견 차이인 만큼 앞으로 적절하게 풀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아빠는 생각한다. 하지만 너와 친구들 간에 생기는 갈등, 너와 선생님, 그리고 앞으로 네가 직장을 갖게 되면 너와 직장상사, 그리고 언젠가 네가 만날 사랑하는 사람과의 사이에서 발생하는 의견충돌은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럴 때마다 앞에서 말한 것처럼 감정을 앞세우지 말고 차근차근히 상대방의 처지와 네 주장을 확인하고 살펴보기를 바란다. 그렇게 하면 문제를 지혜롭게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얼마든지 있다는 것을 이번 기회에 네가 알아줬으면 좋겠다.
단 모든 문제를 그날 한 방에 해결하겠다는 생각은 버리고 시간적 여유를 가지고 보다 면밀하고 깊숙하게 그 문제를 들여다본다면 모든 문제의 해법은 네 안으로부터 찾을 수 있다는 사실만은 네가 꼭 기억해 줬으면 싶구나.
이제, 아빠는 우리 승윤이에게 다른 얘기를 하고 싶구나.
승윤아. 아빠는 내일이면 집을 떠날 생각이란다. 사랑하는 너희들과 엄마를 떠나 아빠 혼자 먼 나라로 가서 새로운 삶을 개척하고 싶단다. 왜냐하면 우리나라 땅에서는 아빠가 할 일을 찾기가 힘들어서이다. 아빠에게 대학선배 한 사람이 있는데 외국이긴 하지만 그곳엔 아빠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고 하는구나.
엄마와 너희에게 아빠가 조기퇴직했다는 것을 미리 말해주지 못해 미안하다만. 아빠는 그동안 어떻게 하든지 아빠 힘으로 해낼 수 있는 일을 여기저기 많이도 찾아보았단다. 새로운 일을 찾고 난 뒤 가족들에게 얘기를 하려고 했었지. 하지만 생각대로 일이 잘 풀리질 않았다. 그러던 차에 외국에서 자리를 잡은 대학선배가 건너오라는 얘길 아빠에게 하더구나.
물론 낯선 외국땅에 나가 일을 한다는 게 쉽진 않겠지만 아빠는 그렇게 하기로 결정을 했고 열심히 해볼 작정이다. 새로운 땅이고 새로운 일인 만큼 아빠가 적응해 내기까지 적잖은 시간과 세월이 필요할지 모르겠다. 그러니 우리 예쁜 딸 승윤이도 맘 단단히 먹고 아빠가 보고 싶어도 잘 참아내고 네게 주어진 일들을 잘 해내주길 바란다.
아빠 맘이야 하루 빨리 다시 가족과 연결되고…… 같이 살고 싶지만…… 그렇게 되기를 바라지만…… 아무래도…… 그러기엔 적잖은 세월이 필요할 것 같구나. 아마도 승윤이가 예쁘고 지혜로운 숙녀로 자라나면 그렇게 되지 않을까? 그래…… 어쩌면 네가 어른이 될 때까지의 이별이 필요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아빠 가슴이 먹먹해지는구나. 하지만 아빠가 어디에 있든지 잘해낼 테니까 우리 승윤이도 잘 할 수 있지?
그래서 아빠는 네게 미리 몇 가지 당부와 부탁을 해둘 생각이다.
승윤이는 야무지고 똑똑하니까 공부에 대한 걱정은 하지 않겠다. 너는 열심히 공부할 만한 대학과 학과를 잘 찾아낼 거야. 대학 졸업도 하고 사회로 나가 취업도 하게 되겠지.
아마도 그 와중에 우리 승윤이는 틀림없이 사랑하게 될 남자를 만나게 될 거야. 아빠가 주제넘을지 모르겠지만 아빠도 남자니까 우리 승윤이가 남자 보는 법에 대해서 한마디 조언을 해주고 싶구나. 아빠는 우리 승윤이가 사귀고 사랑하고 결혼도 하게 될 남자에 대해서…… 흐음, 아빠가…… 바라는 승윤이의 남자는 텔레비전 드라마에 나오는 돈 많은 남자가 아니다. 연예인처럼 키 크고 잘 생긴 남자도 아니란다. 뭐랄까…… 아빠가 바라는 남자는…… 이를테면…… 너와 약속을 한다면 항상 먼저 와서 기다려줄 수 있는 남자, 연애할 때 네가 앉을 나무 벤치 위 먼지를 털어주거나 손수건을 깔아줄 수 있는 남자라면 아빠는 더 이상 바라는 게 없다. 조금 못 생기고 조금 덜 배우고 조금 덜 가졌더라도 나는 그 남자가 너를 진심으로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을 가슴에 지닌 사람이었으면, 하고 바란단다.
먹을 거, 입을 거, 차와 집은 두 사람이 마음을 합해 열심히 일하다 보면 그 보상으로 생겨나는 거다. 하지만 아빠가 살아본 인생이란 그런 좋은 차와 좋은 집을 얻는 게 목적이 아니고 그런 것들을 만들어나가는 하루하루의 과정이 바로 삶이고 인생이었다. 즉, 하루가 끝날 때마다 사랑하는 너를 위하여 커피 한 잔을 끓여줄 수 있는 남자, 자신이 힘들지라도 퇴근해 돌아온 너의 어깨를 몇 번 주물러주거나 수고했다며 포근히 네 가슴을 안아주는 다정하고 배려심이 깊은 남자가 바로…… 아빠가 네 배필감으로 점찍은 진짜로 멋진 남자라고 생각한단다.
사람과 일에 성실하고 신뢰가 있는 사람, 너를 삶의 최우선으로 두는 사람이 내겐 가장 멋진 사윗감인데…… 우리 승윤이 생각은 어때? 승윤인 천성이 착하고 반듯한 만큼 꼭 그러한 남자를 만날 수 있으리라 아빠는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리고 아빠는 네게 더 바란다면! 나는 본질적으로 네가 한 남자에게 종속되거나 의지하지 않는…… 너 혼자서도 스스로의 삶을 충분히 주체적으로 꾸려나갈 수 있는 독립적인 여성이 되길 바란다. 네가 쓰는 것은 네 손과 능력으로 벌면서…… 평생 동안 네가 좋아하고 잘해낼 수 있는 직업과 일을 찾아내고 네가 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번쩍거리고 대단히 높은 직업을 가지라는 얘기가 아니다. 비록 네가 하는 그 일이 사람들 눈에 띄는 일이 아닐지라도 그 일이 이 사회와 사람들에게 꼭 필요하고, 이 세상과 사람들을 아주 작게라도 즐겁고 행복하게 하는 데 도움이 되고 보탬이 되는 그런 일을…… 네가 평생토록…… 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단다. 그렇게 되면 넌 한 여자가 아닌 한 사람으로 당당하게 살아나갈 수가 있다. <계속>

강원고성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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